대통령의 모교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모교가 주는 파워와 힘은 막강하다. 지역과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구조에서 학맥이라는 연결고리가 주는 효과다. 현직인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역대 대통령의 모교 인맥은 주목을 받아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서강대 인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고려대 인맥이 각각 주목을 받았다. 특히 MB정부 시절에는 고려대 인맥이 정관계는 물론 재계 금융계까지 전면에 나서면서 막강 전성시대를 열기도 했다. 고졸 대통령의 학맥도 관심사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목포상고 출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부산상고 출신이 정관계는 물론 재계에서 약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밖에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야권의 지도자로 전성기를 누린 시절에는 서울대 법대 인맥 또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1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으로 경희대 인맥이 친문 로열패밀리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 뉴시스

21대 총선 경희대 인맥 대거 입성대통령과 동문 플러스 요인
- 슈퍼여당 원내사령탑 김태년고민정 전 대변인 주가 급등

경희대는 문 대통령 부부의 모교다. 문 대통령은 법대 72학번, 부인 김정숙 여사는 성악과 74학번으로 캠퍼스 커플이다. 친문 위주의 민주당에서 대통령 모교 출신이라는 점은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다177석의 슈퍼 공룡여당을 진두지휘할 김태년 원내대표는 물론 야권의 차기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누르고 화려하게 여의도에 입성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또 여의도를 벗어나 내각으로 시선을 돌리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버티고 있다. 이밖에도 당정청 주요 포스트에서 경희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바야흐로 경희대 인맥 전성시대를 과언이 아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경희대 행정학과 83학번이다. 86그룹의 일원으로 학생운동의 중심에 섰던 전대협 1기 출신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중앙정치 무대에서 사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4선 의원을 지냈지만 송영길 전 인천시장,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인영·우상호 전 원내대표 등 86그룹 핵심인사들에 비해 전국적인 지명도가 떨어졌다.

이번에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당선되면서 대중적 지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직인수위 격인 국정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정책통의 면모를 과시한 것은 물론 친문핵심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7일 원내대표 경선과정도 드라마틱했다. 강력한 라이벌로 친문 핵심인 3선 중진 전해철 의원에게 밀릴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았지만 가볍게 따돌렸다. 당초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김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163명 중 82표의 과반 턱걸이로 재수 끝에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사실상 개헌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가능한 슈퍼 여당의 원내 사령탑에 오르면서 정치적 위상도 막강해졌다. 검찰개혁,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제활성화 등등 21대 국회 초반기 개혁작업의 순항 여부가 김 원내대표의 손에 달린 것이다.

대통령의 입에서 당의 입으로고민정 당선자

고민정  당선인, 뉴시스
고민정 당선인, 뉴시스

21대 총선 당선자 중 핫한 인사는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총선 과정은 물론 당선 이후 언론과 가장 많은 인터뷰를 한 정치인으로 분류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이 뜨거웠다. 경희대 중어중문학과 98학번인 고민정 전 대변인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KBS아나운서에서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 참여를 거쳐 청와대 입성과 대변인 감짝 발탁 등 출세 가도를 달려왔다.

특히 문 대통령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문 대통령 부부가 경희대 출신 커풀인 것처럼 고 전 대변인 역시 남편인 조기영 시인과 경희대 동문으로 애절한 러브스토리 또한 유명하다. 청와대 대변인 재직 시절 언론과의 원만한 관계는 물론 현안에 대한 차분한 브리핑으로 호평을 받았다.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만큼 21대 국회에서도 중용이 예상된다. 특히 청와대 대변인 재직시절 대과없이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8월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 새 지도부가 꾸려질 경우 대변인 발탁이 유력하다. 청와대의 입에서 민주당의 입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것이다.

태영호와 설전 존재감 과시김병기, 차기 국정원장?

경희대 국민윤리학과 81학번인 김병기 의원은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보통이다. 지난 1987년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 들어간 직후 20여년을 일하면서 국정원 조직 및 인사업무를 꿰뚫고 있다. 국정원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의 전도사로 활약해왔다. 21대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의정활동도 날개를 달게 됐다.

특히 평생을 국정원에서 보냈다는 점에서 개각 때마다 차기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될 만큼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또 최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정국에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과의 설전으로 전국적인 지명도도 얻었다.

김 의원은 태영호 당선인을 향해 몇 년 전까지 우리의 적을 위해 헌신했던 사실을 잊지 말고 더욱 겸손하고 언행에 신중하면 어떤가. 무슨 정보가 있을 수 있나. 있으면 스파이라고 맹공에 나서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달초 건재를 과시하며 공개 석상에 등장하면서 김병기 의원과 태영호 당선인의 설전은 김 의원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정부 대표적 여성장관 박영선, 차기 서울시장 직행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주목할 만한 경희대 인맥(지리학과 78학번)이다. 박 장관은 특히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더불어 문재인정부 내각을 대표하는 여성 장관이다.

4선 중진이라는 점은 물론 지역구였던 서울 구로을을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당선자에게 넘겨준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장관직 수행 이후 박 장관의 정치적 진로 또한 나쁘지 않다.

MBC 앵커 출신의 대중적 이미지는 물론 정계 입문 이후 4선 중진을 거치며 원내대표도 맡았다. 특히 과거 서울시장 선거전 출마 경험이 있는 만큼 박 장관은 오는 2022년 서울시장 지방선거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당선될 경우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에 오르는 역사를 기록하게 된다.

친문핵심 양정철 꺾은 박홍근,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

3선 중진이 된 박홍근 의원은 문학과 88학번이다.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박 의원은 지난 201219대 총선 당시 서울 중랑을 지역구 당내 경선에서 친문 핵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19대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하면서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주로 지원하는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으로 맹활약해왔다.

이밖에 치과의사 출신의 이색 경력으로 유명한 신동근(치의학과 81학번)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천준호 당선인도 경희대 출신이다. 아울러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었던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대표도 경희대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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