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진출 이래 최대 규모 수주 계약… 글로벌 사업 확대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저임금, 현지 시장진출, 세계 시장에서의 협력 강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저임금 이라는 요소도 중요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 목적은 ‘저임금 노동력’보다는 ‘현지 시장진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듯 지난해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제조업의 해외 진출 트렌드와 영향’의 해외투자 목적별 신고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현지 시장진출’ 목적 투자 비중은 2012년 35.6%에서 2018년 65.5%까지 증가했다. 반면 동기간 ‘저임금 활용’을 위한 투자의 경우 13%에서 6.6%로 감소했다. 이는 낮은 생산단가 대신 수요자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해외생산체제를 구축해 현지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요서울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며 활약하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이번 호는 바레인, 네덜란드, 미국 등에서 해저케이블 사업 수주 등 활발히 해외 진출 활동을 펼치는 LS전선에 대해 알아본다.

명노현 대표 “해외 시장 진출 기반으로 국내 투자도 확대”

美서 660억 규모 해저 케이블 사업 수주… 新 시장 개척

1962년 설립된 LS전선은 일상생활부터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케이블 관련한 솔루션을 개발·생산·제공함으로써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전력망과 통신망 구축에 기여해 왔다. 오늘날에는 해저 케이블, 초전도 케이블, 초고압 케이블, 통신케이블 등 첨단 제품을 북비와 남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세계 각국 전력청과 주요 중전기기 업체, 통신사 등에 공급해 세계 산업 동맥 역할을 하는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침체한 가운데 LS전선은 세계 각국에서 케이블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LS전선아시아는 지난달 10일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1325억 원, 영업이익은 21% 증가한 73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LS전선아시아의 1분기 영업이익은 1996년 베트남 진출 및 2016년 한국거래소 상장 이후 분기 최고 실적이다. LS전선은 주요 사업부문인 배전(중·저압 케이블) 부문의 수익성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이 주요인이라고 밝혔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 2개 생산법인(LS-VINA, LSCV)과 미얀마 생산법인(LSGM)의 지주사다. LS-VINA는 HV(고압), MV(중압) 등 전력 케이블과 전선 소재를, LSCV는 UTP, 광케이블 등 통신케이블과 MV 전력 케이블 및 버스덕트(Bus Duct), LSGM은 LV(저압) 전력 케이블과 가공선을 생산한다.

1000억 규모 친환경 프로젝트 사업 수주

LS전선은 지난 3월 바레인에서 1000억 원 규모 해저 케이블 사업을 턴키(turn key)로 수주했다. 이번 사업은 바레인 본섬과 동남부 하와르(Hawar) 섬 사이 25km를 해저 케이블로 잇는 사업으로 LS전선은 사우디아라비아 EPC 업체인 알 기하즈(AI Gihaz)로부터 제품 공급부터 전기, 설치 공사까지 일체를 수주, 2021년 9월 준공할 예정이다.

걸프만의 하와르 섬은 총면적이 울릉도 2/3 정도의 군도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 바레인 정부가 관광단지로 본격 개발 중이다. 바레인은 친환경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섬에 발전소를 짓지 않고 본섬에서 전기를 보내는 해저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업은 걸프협력회의(GCC)가 추진하는 친환경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향후 사업 기회를 확대하려는 유럽과 일본 등 전선업체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쳤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전력망은 국가 안보, 정전으로 인한 사회혼란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제품과 시공 능력,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급업체를 결정한다”며 “LS전선은 국내 경험을 토대로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국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꾸준한 신뢰 바탕
최대 규모 수주 계약

LS전선은 바레인 해저 케이블 사업 수주 한 달 후인 4월, 네덜란드 국영전력회사 테네트(TenneT)사와 약 1억74만 유로(한화 약 1342억 원) 규모의 해저 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은 케이블의 본고장인 유럽 진출 이래 최대 규모의 수주를 따낸 것으로, 해외 시장 확대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입찰은 최저가 낙찰제가 아닌 기술력과 사업 경험 등을 함께 평가하는 종합 심사제로 진행된 만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사업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LS전선 측은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2029년까지 해상풍력단지 10곳을 건설, 총 11GW의 발전량을 확보할 계획으로 이는 1000만 이상의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LS전선은 이 중 북쪽과 서쪽 근해에 건설되는 해상풍력단지 2곳에 2023년까지 총 210km의 해저 케이블을 공급한다. 향후 5년간 유럽 해저 케이블 시장이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LS전선은 이번 사업을 기반으로 네덜란드는 물론 인근 유럽 지역의 해저 케이블 사업 수주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LS전선은 2012년 영국 해상풍력단지를 시작으로 2013년 덴마크, 2016년 벨기에 등에 15~30km의 중소 규모의 해저 케이블을 공급하며 유럽 지역에서 꾸준히 신뢰를 쌓아 왔다.

지난 12일 LS전선은 미국에서 약 660억 원 규모의 해저 케이블 교체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미국 중북부 미시건호에 1970년대 설치한 노후 해저 케이블을 2021년까지 교체, 미시건주의 전력 수급을 안정화하는 사업이다. 미국은 설치한 지 오래돼 노후 된 전력망이 많아 앞으로도 교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 내 해상풍력발전단지의 개발도 해저 케이블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은 2050년까지 해상풍력에 의한 발전량을 연간 86GW(기가와트) 규모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LS전선은 2006년 미국 초고압 케이블 시장에 처음 진출한 후 2017년 미국 첫 해상풍력단지 연계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시장에서 신뢰를 꾸준히 쌓아 왔다는 입장이다. 명 대표는 “미국 해저 케이블 시장은 노후 케이블 교체로 해상풍력 개발에 따른 신규 수요가 더해져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LS전선은 기존 아시아 중심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 신 시장 개척에 마케팅을 집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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