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다음 대선은 2022년 3월 9일이다. 1년 10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어느덧 문 대통령 임기도 4년 차에 들어섰다. 다른 때 같았으면 차기를 놓고 여야가 후끈 달아올랐을 시기다. 그러나 지금은 잠잠하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60% 중반 전후라 레임덕 징후도 없다. 여권에선 이낙연 전 총리가 1년째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범 진보 차기 구도는 이 전 총리냐, 아니냐로 단순해졌다.

범 보수 차기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나마 총선 이후 후보군이 많이 줄어들었다. 황교안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의원 등이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사실상 후보군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12~14일 1000명 대상, 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 자세한 조사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범 보수 주자로는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로 가장 높았다. 홍준표 전 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2%였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 윤석열 검찰총장, 황 전 대표가 나란히 1%를 기록했다. 총선 직전 8%(4월 10일) 기록했던 황 전 대표는 1%로 급락했다. 윤 총장은 현재로서는 대선 도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결국 범 보수 차기 구도는 안 대표, 홍 전 대표, 유 의원 등 3인이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지난 대선에 모두 출마한 인사들이다.

역대 대선과 비교해 보면 1년 10개월 전에 거론되는 유력 주자들이 대부분 범 보수 최종 후보가 됐다. 2015년 7월 범 보수 대선주자는 김무성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정몽준 전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었다. 2016년 말 대통령 탄핵이란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유 의원이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한국당 대선 후보는 홍 전 대표가 확정됐고 유 의원은 바른정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

18대 대선(2012년 12월)도 마찬가지였다. 선거 1년 10개월 전 2011년 2월경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가 범 보수 ‘대세론’을 형성했다. 그녀는 이듬해 4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당내 경선에서도 수월하게 승리했다. 17대 대선(2007년 12월)을 1년 10개월 앞둔 2006년 2월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나라당(통합당 전신)에선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근혜 대표가 접전을 펼쳤다. 조금씩 우세를 점해 가던 이 시장이 박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꺾고 후보를 거머쥐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지금 거론되는 유력 주자들이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외에도 김태호 경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도 후보군이다. 다만 다른 점도 있다. 지난 세 번의 대선에서는 유력 주자들이 상당한 지지를 확보했다. 2011년 MB와 박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10∼20%대를 오갔다. 2011년 박 전 대통령도 20∼30%를 오갔다.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2017년 대선 경선에서도 홍 전 대표가 여유 있게 우위를 지켰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범 보수 주자 지지율 합은 6%에 불과하다. 또 모두 1∼3%를 기록하고 있어 차이가 거의 없다. 무응답(없음/응답거절) 비중도 47%에 달한다. 범 보수 유권자들이 아직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셈이다. 리더십 입증 여부에 따라 유력 주자들 중 부각되는 인물이 나올 수 있다. 또는 전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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