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이쯤 되면 과장‧허위 광고 의심”

[우아한청년들 홈페이지]
[우아한청년들 홈페이지]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지난 3월부터 도입한 ‘20/60 정책’을 두고 여전히 일각에서 잡음이 새어나오는 모양새다. 사측은 배민커넥트 라이더에 대한 주 20시간 정책을 오는 6월3일부터 전면 적용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라이더들은 주 20시간 제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올해 말까지 전환 기한을 연장해 줄 수 없냐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6월3일 주 20시간 제한 적용...“따져 보면 15시간 근무하는 꼴”
사측 “라이더 과로 예방 위한 정책...주당 평균 13.7시간 근무”



우아한형제들 배달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의 배민커넥트는 배달 경험이 없어도 도보, 자전거, 전동 킥보드, 오토바이, 승용차로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도록 개발된 배달 프로그램이다. 이렇다 보니 부가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부업에 나서려는 직장인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등 다양한 이들이 배민커넥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각종 배민커넥트 라이더(이하 배민커넥터) 체험기 등을 공유하는 등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우아한청년들은 이 같은 배민커넥트에 대해 지난 3월부터 ‘20/60 정책’을 도입했다. 해당 정책은 배민커넥트는 주당 최대 20시간, 배민라이더스는 주당 최대 60시간만 근무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다. 20/60 정책은 3월4일부터 계약을 체결하는 배민커넥트 및 배민라이더스 기사에게 계약 당일부터 적용됐으며, 지난 3월3일까지 계약한 기사들에 대해서는 해당 정책을 오는 6월3일부터 적용에 나선다. 해당 정책 도입 발표 당시 사측은 “부업 형태를 지향하는 배민커넥트의 애초 취지에 맞춘 정책”이라며 파트타임이나 투잡 형식으로 기능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정책 도입, 기존 광고는?
“19시간 제한 정책 같다”


이 같은 배민의 20/60 정책 도입 방침을 두고 노조와 일부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터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미 지난 1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측은 “전업인 라이더의 시간 제한은 그대로 수용할 수 없으며, 향후 노조 쪽과 교섭을 해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배달노조인 라이더유니온도 “본질적인 문제는 놔둔 채 커넥터와 라이더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전면 시행 한 달을 남기지 않은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모양새다. 배민커넥터 활동을 하고 있는 A씨는 “동료 커넥터들 사이에서도 20/60 정책에 대한 불평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며 “아껴서 시간을 사용하려고 해도 평일 저녁 5일이면 시간이 다 없어지고, 주말 하루만 풀타임으로 일하면 하루 이틀 사이 20시간이 지나버린다”고 토로했다. 물론 부업 형태를 지향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시간이 극히 한정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19시간 이후 1분만 지나도 배차가 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이렇게 되면 20시간 정책이 아닌 ‘19시간 제한’ 정책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대기하는 시간이나 음식을 조리하는 시간을 반영한다면, 운행하며 일하는 시간은 15시간도 채 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오는 6월 전면 도입될 주 20시간 제한 조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배민커넥트 광고 문구의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이라는 부분과 상충한다고 주장했다. 주말 하루만 풀타임으로 일하면 끝나버리는 시간인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거리만큼 일할 수 있다는 식의 광고는 과장허위광고와도 같다는 지적이다. 배민커넥트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커졌고 라이더로 참여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은 만큼, 서비스를 처음 시행했던 때와는 다른 광고 문구로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커넥터는 “오는 6월3일 이후 전 커넥터들이 주 20시간으로 전환될 상황에서, 최소한 지입 라이더와 같이 이전에 계약한 커넥터들도 올해 말까지 전환 기한을 연장해 주기를 바란다”며 “사측은 매번 라이더 간의 불평등을 없애겠다고 공지했지만, 지입계약 라이더인 배민라이더스와 차별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호소했다.

주당 평균 13.7시간 근무
라이더 1만4000여 명


이에 대해 사측은 라이더의 과로를 예방하기 위해 최대 배달수행시간을 정하고 이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당 정책을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배민커넥터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13.7시간인 점을 볼 때 이 같은 주장은 일부 ‘생업형 라이더스’ 사례에 해당한다는 해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배민커넥트 대상 20시간 정책은 파트타임 종사자가 주 5일, 하루 4시간을 근무한다는 전제 아래 고용노동부의 ‘과로로 인한 업무상 질병’의 인정 기준시간에 의한 정책”이라며 “음식 배달은 택배와 달리 일일 할당량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생기면 배차를 받아 배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19시간 이후 배차가 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라이더 분들이 효율성을 위해 묶음배송 등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 물건을 수령해 배달하면 통상적으로 1시간정도 소요되는 상황”이라며 “정해진 20시간을 넘어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한편, 배민커넥트는 고정적으로 근무를 하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스케줄을 계획해 이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측에 따르면 현재 배민커넥터로 활동하는 이들은 총 1만4000여 명에 달한다. 라이더스가 2200여 명에 비교하면 6배가 넘는 수준이다. 오는 6월3일 주 20시간 정책을 도입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사측과 커넥터들이 어떤 소통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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