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애환 담은 ‘펭수 신드롬’부터 퇴사 이유 밝히지 못한 속사정까지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지난달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시장은 충격을 받아 취업자 수가 2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로 구직활동이 줄어들면서 실업자 수는 7만3000명 줄어든 117만2000명, 실업률은 0.2%포인트 내린 4.2%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취업·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구직자·기업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현재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서울은 창간 26주년을 맞이해 구직자 및 직장인,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설문조사를 실시했던 이들 기업에 “기억에 남았던 설문조사는 무엇입니까?”라는 주제로 조사를 진행했다.

유튜버 꿈꾸는 성인들… 유튜버 수입 듣고는 박탈감 느껴

알바생 5명 중 4명 “꾸밈도 노동이다”… 불편해도 ‘동의’

김동욱 사람인 홍보팀 과장은 재밌고 기억에 남았던 설문조사 ‘BEST 3’를 선정했다.

‘2030세대 52.1% 플렉스 소비 좋아!’를 3위로 뽑았다. 김 과장은 “욜로에 이어 플렉스가 떠오르는 가운데, 플렉스를 주도하는 2030 ‘MZ 세대(밀레니얼+Z세대)’들 절반 이상은 플렉스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며 “한 해 동안 플렉스로는 평균 840만 원을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플렉스 소비로 평균 840만 원 지출

2030세대 2명 중 1명은 고가의 상품에 돈을 쓰면서 자랑하는 소비 형태 ‘플렉스 소비’ 트렌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긍정적 이유 1위는 ‘자기 만족이 중요해서(52.6%)’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2위는 ‘성인남녀 63% 유튜버 꿈꾼다… 월 기대수입 396만원!’이 차지했다. 김 과장은 “유튜버로 성공하는 사례가 늘면서 성인 남녀 과반이 유튜버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버 도전 의향은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20대가 70.7%로 가장 높았고, 낮은 분포의 나이는 50대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유튜버 도전 의향이 많았다. 또한 남성(65.2%)이 여성(61%)보다 유튜버 도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유튜버를 하고 싶은 이유로 ‘관심 있는 콘텐츠가 있어서(48.1%)’를 첫 번째로 꼽았다. 그 밖에 ‘직장인 월급보다 많이 벌 것 같아서(22.2%)’, ‘취업보다는 쉬울 것 같아서(10.2%)’ 등이 있었다.

한편 성인 남녀 10명 중 6명은 언론 등을 통해 유튜버들의 수입을 듣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위는 ‘펭수 신드롬… 직장인 10명 중 7명, 펭수에 ‘대리만족’ 느낀다!’가 꼽혔다. 김 과장은 “거침없고 당당한 언행을 행동을 표출하는 펭수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는 직장인이 10명 중 7명에 달하는 것은 직장생활의 애환을 방증했다”며 “펭수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는 구체적인 부분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대리만족’을 느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평소 자신이 하지 못했던 사이다 발언을 날릴 때(46.1%)’가 1위를 차지했다.

고된 사회생활에서 싫어도 싫은 내색조차 못하는 직장인이 펭수의 무례한 듯하지만 시원한 사이다 발언에 희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응답자 중 65.4%는 펭수의 매력을 닮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실제 펭수와 같이 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22.9%에 불과해 이상과 현실 사이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안수정 잡코리아 책임매니저는 “설문자료 한건 한건이 다 공들인 아이템이라 몇 개만 꼽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며 “개인적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상이나 세대, 취준생과 직장인, 알바생들의 시각 차 등을 볼 수 있는 아이템이 주로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잡코리아가 진행했던 설문조사 중 기억에 남는 설문조사 3가지를 추려봤다.

3위는 ‘알바생 5명 중 4명 회사 요구에 따른 꾸밈도 노동’이다. 사회적으로 꾸밈노동에 대한 논의가 커지는 가운데 아르바이트생 5명 중 4명은 회사의 요구에 따라 화장을 하거나 불편한 복장을 착용하는 것 역시 ‘노동’이라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한다는 질문에 21.7%가 ‘매우 동의’라고 답했으며 ‘어느정도 동의’라고 답한 비율은 56.3%로 나타났다. 특히 알바 근무 중 외모에 대한 품평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55.8%가 ‘있다’고 답했다.

2위는 ‘직장인·알바생 15.5% “사무실 춥다”’다. 직장인과 알바생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겨울철 사무실·매장 온도는 23.1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직장인과 알바생 중 다수가 사무실과 매장이 따뜻한 편이라 답했지만, 이들 중 15.5%는 근무를 하며 추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겨울철 사무실 고민거리 1,2위로 ‘난방으로 건조한 사무실·매장에서 상할 피부(51.4%)’와 ‘사무실·매장에서도 피할 수 없는 추위(38.2%)’를 나란히 꼽았다. 알바생들은 ‘추운 날씨에 따뜻한 매장으로 고객이 몰리는 등 업무량 증가(12.3%)’를 고민거리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 52.1%, 정확한 퇴사 이유 안 밝혀

1위는 ‘퇴사하는 진짜 이유, 숨겼다’로 꼽았다. 퇴사하는 직장인 2명 중 1명은 자신이 퇴사하는 ‘진짜 이유’를 숨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52.1%는 ‘정확한 퇴사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응답 내용을 살펴보면 ‘평소 친분이 있던 상사, 동료 등 몇 명에게만 의논했다’는 응답이 29.9%로 가장 높았다. 반면 ‘구체적인 진짜 퇴사사유를 적었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직장인들의 퇴사사유를 숨긴 1위는 ‘직장 내 갑질 등 상사, 동료와의 갈등’이 차지했다. ‘회사의 기업문화,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62.6%)’도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어 ‘직급, 직책에 대한 불만(53.8%)’, ‘너무 많은 업무량, 지켜지지 않는 워라밸(52.5%)’이 그 뒤를 차지했다. 진짜 퇴사사유를 숨긴 직장인들이 사직서에 적은 가짜 퇴사사유 1위는 ‘일신상의 사유(35.9%)’로 상투적인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나타났다. 한편 퇴사사유를 상세히 적어서 공유하는 일명 ‘부검메일’ 문화에 대해 직장인 5명 중 3명이 ‘우리 회사에서는 정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늘어놨다.

안수정 매니저는 “사회 첫 경험을 시작하는 알바 초년생부터 취준생,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 은퇴 후 인생 이모작을 설계하는 중장년층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구직자들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알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언택트 채용과 AI(인공지능) 채용 등 채용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주요 채용서비스 발굴과 제공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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