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과잉 수사 아니냐” vs 경찰 “잘못 가져와 돌려줬다”

논란이 된 성경책. [사진=빛과진리교회 제공]
논란이 된 성경책. [사진=빛과진리교회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신도 학대 의혹 등을 받는 빛과진리교회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찰이 압수수색 당시 성경책을 가져간 사실이 일요서울 취재 결과 확인됐다. 교회 측은 “압수수색 문건 목록에 성경책이 포함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경찰은 “다른 주소지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중 휩쓸려 들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회 측은 “성경책을 조직적인 가학행위의 증거로 여겨 가져간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며 여러 의문을 품는 상황이다.

18일 빛과진리교회는 경찰이 압수수색 당시, 성경책 등 부적절한 물품을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현재 사건과 관련 없는 물품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교회 측은 “지난 12일 오전 8시 30분부터 4시간여 동안 교회 사무실과 숙소 등 교회 관련시설 10곳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면서 “일부 편향된 진술이나 소수 이탈자의 일방적 주장에 근거해 수사를 진행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주장했다.

교회 측은 또 “목사 사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1급 장애인 사모 서재까지 뒤졌다. 이로 인해 1급 장애인 사모는 거실에서 아주 힘들게 버티는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며 “이러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이 정통 장로교 교회에서 자행된 것은 군사 독재시절에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밝혔다.

빛과진리교회에 따르면 경찰 압수수색 문건 내 ‘성경책’이 기록돼 있다. 해당 교회 성도의 성경책이다. 경찰은 압수수색 당시 잘못 휩쓸려 들어온 것이라며 해당 성도에게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우리 주의사항에 교회의 어떤 성물이라든가, 성경책 등과 관련해서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교육도 했었다. 압수수색이 끝나고 난 뒤 교회 관계인들 입회 하에 확인 시켜드리고, 목록도 교부하는 절차를 거친다”면서 “관계자분들이 경찰서까지 다 오셔서 필요한 걸 우리가 재정리하고 나머지는 다 돌려드리는 절차를 거쳤다. 혹시나 잘못 압수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두 번의 입회 절차를 거친다. 확인해 보니 성경책이 휩쓸려 들어와서 바로 돌려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여러 곳에서 압수수색을 하다 보니…나중에 취합해서 보니까 잘못 들어온 게 있어서 돌려드렸다. 점검 과정 중 그게(성경책) 있어가지고 경찰서에서 당사자에게 돌려드린 것”이라며 “교회에서 압수한 거는 아니고, 다른 주소지 압수수색 과정 중 휩쓸려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 측은 경찰의 의도에 대해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빛과진리교회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압수수색의 목적은 논란이 되는 사건이 정말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밝혀내는 것이다. 경찰이 이를 확인하는 자료로 가져갔다고 생각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주보가 몇 장 끼워져 있는 정상적인 성경책에 불과했다”면서 “혹시 고린도후서 6장에 있는 내용을 확인하려 가져갔나 싶어도, 성경구절 내용은 인터넷에만 쳐도 나오는데 왜 이걸 가져갔을까 저희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혹에 대한 과잉 수사가 아니냐는 생각이다. 사건 범위보다 넓힌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게 엄청난 강력범죄나 흉악범죄도 아닌데, 이렇게 갑자기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조치까지 한 것이 올바른 정도의 수사인지 의문”이라며 “성경책 자체를 가져간 것이 어떤 상징적인 의미인건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건은 아직까지 의혹만 제기된 상황이다. 경찰은 현행범이나 사회적으로 큰 범죄가 아니라면 임의제출 형식으로도 얼마든지 필요한 자료를 받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LTC(리더십 트레이닝 코스) 당시의 훈련기록, 휴대전화 등이 수사의 대상이면 정식으로 요청하고 방문해서 받아 가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와 개인 주택까지 들어와 무차별적으로 뒤지고 자료를 가져갔다”면서 “비록 압수수색 영장이 있다 할지라도 이번 일은 전례 없는 사례다. 심지어 압수수색은 초동수사도 전혀 없이 이뤄졌다. 교회에서 이미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방지 입장을 밝혔음에도, 사상 초유의 정통 장로교회 압수수색과 목회자 출국금지라는 조치가 과연 적절했는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직 신도‧시민단체 측과 빛과진리교회 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교회가 소속된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자체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의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수사는)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 고소‧고발된 상태이기 때문에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이다. 날짜나 시간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 “(조사) 일정은 그쪽(피고소인)하고 협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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