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대전 유성에선 무슨 일이…

국정감사가 ‘향응’ 파문에 휩싸였다. 과기정위 일부 의원들이 지난 10월 22일 대전 대덕 연구단지 국정감사를 끝낸 뒤 인근 지역에서 ‘향응’을 제공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당 소속 의원들이 연루된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향응 역풍’에 바짝 긴장하며 진실이 규명되는 대로 엄벌백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상임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식사 정도는 다른 곳에서도 관례 아니냐”면서도 “지방 국감이어서 정도가 더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선 이번 향응 파문이 다른 상임위에도 불똥이 튈지를 놓고 숨죽이고 있는 모습이다. 한 인사는 “시대가 변하면서 여의도 국감의 식사 대접은 간소화된 지 오래다”면서도 “지방이나 해외 국감 일정일 경우 향응의 정도가 심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상임위 의원들에 대한 피감기관들의 향응 접대가 또 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국정감사를 마친 과기위 의원들과 보좌진들, 피감기관 인사들은 대전 유성구 인근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180여명이 두 곳에 나눠 식사를 했는데 식사 비용 600여만원은 피감기관 관계자 2명이 법인카드로 절반씩 결제했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 일부 의원들은 피감기관 인사들과 룸살롱에서 2차 접대를 받았으며 그 중 두 명은 여성 접대부와 모텔에 투숙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소식이 알려지자 과기위 안팎은 벌집 쑤신 듯 발칵 뒤집혔다.


“서울서 멀수록 진탕”

한편에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항변도 터져 나온다. 저녁 식사자리에 참석했던 한나라당의 한 보좌진은 “허름한 한식당 집에서 5000원∼6000원 정도 하는 찌개를 먹었을 뿐”이라며 “의원들의 식사 메뉴는 불고기였고 우리는 평범한 메뉴였다. 아주 많이 잡아야 8000원 정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정도 수준에서 피감기관이 식사비를 내는 건 일종의 관례아니냐”면서 “그 것까지 지적한다면 잘못을 인정하겠지만 엄청난 향응을 받은 것처럼 비판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각 상임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자들과 외부인들의 눈이 많은 여의도 국회 국감의 경우 피감기관의 접대는 오래 전부터 간소화됐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한나라당 소속 보좌진은 이와 관련 “서울에서 할 경우 설렁탕 수준에서 식사를 하고 피감기관이 계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엄격히 말하면 이것도 안 되는 것이지만 일종의 관행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진도 “기자들도 정치인이나 보좌진들과 식사를 하면 으레 상대방이 계산하는 것으로 알지 않느냐”며 “식사비가 600만원이나 된다는 것도 나중에 기사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룸살롱 접대는 기획작품”

이 때문에 문제가 된 룸살롱 향응은 일부 의원들에 한정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 날 국정감사를 받은 피감기관들은 상임위 의원들에 대한 룸살롱 접대를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룸살롱을 물색하면서 식당과 가까운 대신 기자들과 피감기관의 직원이 안 오는 조용하고 후미진 곳을 택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향응을 받은 일부 의원들과 현지 증인들의 증언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향응을 받은 임인배 위원장과 김태환 의원(이상 한나라당), 류근찬 의원(국민중심당)은 모두 “허름한 곳에서 간단하게 마신 뒤 오래되지 않아 자리를 떴다”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증언들을 종합해 보면 향응받은 의원들과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업소에서 가장 큰 방인 VIP1호실에서 1병당 20만원씩 하는 스카치블루 양주를 주문했고, 이 자리에는 여종업원 3명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파문은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 중 의원 두 명은 여종업원과 모텔에 투숙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어 논란은 ‘성매매’ 여부로까지 확산됐다.

현지 저녁식사 자리에 함께 했던 보좌진은 “내가 있던 음식점은 정말 소박한 수준이었다”며 “피곤해서 식사만 하고 돌아왔는데 일부 의원들과 보좌진 외에도 사무처 직원들도 생일 파티가 있어 2차를 따로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감기관에서 계산과 접대 등을 도맡아 하는 직원이 따로 있는 것 같았다”면서 “이들이 여러 곳에서 진행된 2차 술자리를 모두 계산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알려진 사실은 여러 술자리가 뒤죽박죽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검사도 꼼짝 못하는데…”

국감 기간의 향응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피감기관들의 향응 제의에 몇 년 전만 해도 하루에 재탕, 삼탕 뛰기도 했다는 게 한 보좌진의 말이다.

“보통 의원들과 보좌진들의 자리가 따로 정해진다. 의원들이 양주를 마시면 수행보좌진은 옆 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기 일쑤였다. 그나마 시민단체 등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

건교위의 한 보좌진은 “감사를 받아야 하는 피감기관 특성 상 해당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나 저녁 술자리 제의를 적지 않게 해 온다”면서 “그래도 요즘에는 룸살롱 가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통외통위 소속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여의도나 서울 인근의 국감은 그래도 몸조심하는 편이다”며 “지방이나 해외 국감일 경우에는 일이 많이 터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과기위 향응 파문은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 동안 ‘쉬쉬’했던 추태가 공개됨으로써 다른 상임위 관계자들도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법사위 소속의 한 관계자는 “권력의 핵심이라는 검사들도 국정감사라면 바짝 얼어붙는데 행정 부서나 산하기관들은 오죽하겠느냐”며 “감사 주체인 국회가 변하지 않는 한 이런 음습한 관행은 사라지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국감 기간 ‘대표적 향응 사례’
‘부적절 접대’ 여전


관련 상임위 의원들에 대한 피감기관들의 ‘관리’는 철저할 수밖에 없다.

국정 감사 결과에 따라 조직이 휘청할 수밖에 없는 작은 기관일수록 더욱 그렇다. 평상시 식사 접대와 명절 선물은 기본이고 때로는 길고 긴 밤의 향락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상대방의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식일 경우가 많다.

해당 상임위에 따라 보너스로 주어지는 특혜도 다르다. 관계자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의 의원들은 병원 이용 등에 있어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지연, 학연 등을 강조하는 한국 문화 특성 상 피감기관의 향응은 끊이지 않는 문제를 제공해왔다. 지난 86년에는 군 장성들과 국방위원들이 모여 술판을 벌이다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향응은 계속됐다. 지난해에는 정상명 검찰총장을 비롯 대검 간부들이 일부 법사위원들과 폭탄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해 구설수에 올랐고 몇몇 국방위 의원들은 피감기관 군부대 골프장에서 대낮에 골프를 치다 걸렸다.

지난 2005년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대구지검 간부들의 술자리는 주성영 의원의 폭언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 추한 모습이 공개된 바 있다.



##검찰 수사받는 ‘접대 국회’

국회 과기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향응을 제공 받았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해당 의원들은 ‘고액 향응’, ‘성 접대’ 등을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이 ‘진상규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선 악재로 번지는 것을 염려하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이명박 후보로서도 검찰 수사가 절실한 입장이다.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임인배 위원장은 이와 관련 “보도가 사실이 아닐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검찰 수사 의뢰 방침을 밝혔다.

현재 검찰은 대전지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증인들의 구체적인 진술이 공개된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의원들의 검찰 소환도 불가피하다. 국회가 국정감사 기간의 불미스러운 ‘접대 파문’으로 피감기관
인 검찰의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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