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당 “정당의 핵심은 ‘독립성’…위성정당은 ‘파견 정당’”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합당 절차가 지난 18일 모두 완료됐다. 두 정당은 이미 지난 13일 합당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거쳐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을 흡수·합당 방식으로 합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 오전 두 정당의 합당 신고서를 검토·승인 후 선관위에 합당 공고를 올렸다. 이로써 민주당은 무려 총 177석(지역구 163석, 비례대표 14석)을 가져갔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선관위는 ‘위헌 소송’까지 걸린 상태다. 바로 비례대표 전문 정당인 ‘위성정당’ 때문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5.13.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5.13. [뉴시스]

 

-“재선거해야” 민생당 ‘격분’… 정의당 “입법으로 막아야”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 같은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정작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모양새가 됐다. 이번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 전문 정당인 이른바 ‘위성정당’을 민주당과 통합당이 긴급 출범시키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력 추진한 정의당이 물먹었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제외하고서 나머지 지역구 후보는 모두 원외에서 쫓겨났다. ‘소수정당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며 선거법 개정을 강행했다가 오히려 자리를 잃었다. 결국 심 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민생당은 아예 원외정당이 됐다.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다 뒤집어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민생당 대변인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대목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에 흡수·합당된 시민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다. 여당의 시민당 말고도 미래통합당의 미래한국당 또한 그 정체가 같다. 이들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서 비롯됐다. 당시 심 대표는 “다양한 정책과 이념에 기반한 정당의 의회 진출 촉진”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수 253석, 비례대표 의석수 47석으로 유지되나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캡(cap)’이 적용된다. 연동률 50%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또한 비례대표 의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정한 봉쇄조항(최소 정당 득표율)은 현행 3%로 유지됐다. 당초 지난해 4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통과된 안이 아닌, ‘4+1(더불어민주당·바른정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정당) 협의체’가 마련한 수정안이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제외된 상태로 진행됐다.

한편, 위성정당에 대해 소수정당의 분노는 헌법재판소까지 이어진 상태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월13일 미래한국당 등록신청 수리를 시작으로 시민당 또한 승인했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위성정당의 정당등록 승인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양홍석(왼쪽 다섯번째) 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제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소송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실련은 비례용 위성정당이 참여한 제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무효 소송을 위한 소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2020.04.17. [뉴시스]
양홍석(왼쪽 다섯번째) 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제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소송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실련은 비례용 위성정당이 참여한 제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무효 소송을 위한 소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2020.04.17. [뉴시스]

 

민생당 “여야 막론 위성정당은 꼼수…재선거 해야”

하지만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위성정당 정당등록 승인 취소 헌법소원’은 잇달아 각하됐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소송의 요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아 본안 판단 없이 재판절차를 끝내는 ‘각하’ 처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민생당은 ‘미래한국당 정당 등록 승인행위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제출했고, 헌재는 이를 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일요서울이 직접 민생당 대변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연기 민생당 대변인은 지난 20일 오후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위성정당 등록 승인행위 위헌 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며 “만약 위헌이라는 결과가 나오게 될 경우 재선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미래한국당 정당 등록 승인행위 위헌확인’에 대해 “위성정당이라는 게 등장하면서 본래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하려고 했던 취지가 손상됐다”며 “현재 더불어민주당으로 흡수합당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또한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당에 대한 비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 대변인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간신히 추진했고, 이에 민주당 또한 동의하면서 통과 절차를 밟게 된 것 아니냐”며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완전히 난장판이 됐다”고 재차 꼬집었다.
특히 이 대변인이 ‘위성정당의 위헌성’으로 지적하는 점은 바로 ‘비독립성’이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시민당과의 합당에 앞서 총선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비례대표 번호 선정을 기획했다는 점에서 독립적 권한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민주당·시민당의 흡수·합당 이후의 행태에 대해 이 대변인은 “현재 민주당 인사들이 빠르게 합당을 하는 것에 이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에 대해 합당하라고 하는 것은 정치 일정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일종의 야합”이라고 맹렬히 날을 세웠다. 그는 “이를 기정사실화해서 헌법재판소가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려고 일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에 대한 촉구도 이어졌다. 그는 “정치일정은 하루가 다르게 속행되고 있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 헌법 재판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당최 알 수가 없다”며 “정치적 파장이 워낙 큰 사안이지만 한번 뒤집혔으면 한다.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써서 선거를 치렀으니 재선거를 해야 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겠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최일선에서 강행했다가 그 유탄을 맞은 정의당에서는 다소 조용한 모양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발언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4.16.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총선 직후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발언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정당 독립성’ 동의하지만…정의당 “시민당은 해산 한 거 아니냐”

정의당의 강민진 대변인은 지난 20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위성정당’은 ‘정당의 독립성’을 위배했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독립성’을 강조한 민생당 측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 내린다고 가정했을 경우에 대해 재선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민생당과 의견을 달리했다.

강 대변인은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위성정당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릴 경우, 그에 따른 당선인들은 모두 취소되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발언과 함께 “(위성)정당 해산은 이뤄지겠으나 당선인들까지 취소될 것인지는 모르겠다. 정당 해산까지만 한정지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위성정당을 두고 민주당과 통합당에 대한 견해 차이도 보였다. 강 대변인은 ‘민주당의 경우 기존 위성정당인 시민당과 이미 합당했는데 어떻게 구분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만약 위헌일 경우 당선인 취소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더불어시민당은 이미 (합당을 하면서) 해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여야를 막론하고 위성정당 존재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민생당과는 시각 차이가 있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결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앞세웠던 소수정당들은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출범으로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다. 헌법재판소 소원 심판 결과에 따라 위성정당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다. 이에 민생당과 정의당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깃발. [뉴시스]
헌법재판소 깃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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