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오럴 히스토리] - 공로명 편

[뉴시스]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전 총리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국립외교원 외교사연구센터에서 ‘외교’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 현대사를 조명하기 위해 오럴히스토리사업 ‘한국 외교와 외교관’ 도서 출판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총 17권의 책이 발간됐다. 일요서울은 그중 공로명 전 외교부장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의 내용 중 일부를 지면으로 옮겼다.

“교과서 문제로 소원해진 양국관계의 수습책을 논의하고 정기각료회의 문제를 검토했다”
“이후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이 출범했다”

▲ 1982년 7월5일과 7일 이범석 장관이 한·일 외상회담을 위해서 일본으로 들어간다. 방미하는 귀로에 들르기로 했다. 그래서 각 층과 접촉을 하고, 4명의 전 수상을 만났다. 그다음에 와타나베 미치오 대장대신, 미야자와 관방장관, 아베 장관, 나카가와 이치로 당시 과학기술청장관 등을 만나며, 우리가 일본 측의 새로운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우리가 상품차관은 가능한 한 타협할 용의가 있는데, ODA는 1할 이내, 수은자금은 2할 이내 선에서 전용하도록 허가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1981년 ODA는 40억 달러 외에 일본 측이 1억 달러를 계상하겠다고 했다.
그 후 일본 측에서는 오구라 가즈오 과장이 한국에 들어오는데, 그 편에 “ODA 15억 달러, 수은자금 25억 달러는 변할 수가 없다. 단, 다음 조건이면 내 자분을 인정하겠다. ODA는 프로젝트별로 30% 이내 공여하겠다. 수은자금은 프로젝트 차관의 경우 총액의 15% 이내, 중소기업 뱅크론은 연간 50억 엔씩 2년간 100억 엔을 공여하겠다. 상품차관은 정부조달 물자의 경우에 고려하겠다. 민간자금으로 엔화 신디케이트 200억~300억 엔을 공유하는 것은 가능하다” 등의 안을 제시한다.
그런데 결국 ODA 액수가 문제가 되었고, 일본 외무성 출신의 민사당 국회의원 곤도 유타카가 자기의 사안을 가지고 왔다. “ODA 18억 달러, 상품차관은 ODA의 1할, 1억 달러, 수은자금은 8억 달러, 계 26억 달러를 하겠다. 다음에 민간기금은 20억~25억 달러” 등의 사안이 제기가 된다. 이 곤도 사안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 야당 의원인데 ODA 액수가 드러났단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일본 공식라인에서만 오고간 이야기의 내용, 그 속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금액이 나온 거다.
그런데 이때 역사교과서 문제가 터진다. 그래서 8월26일 소위 근린제국 조항, 미야자와 관방장관 담화가 나온다. 우리도 그것을 받아서 평가한다는 성명을 냄으로써 일단락이 된다. 그래서 일본 측 외무차관과 국장이 경질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10월2일 외상 간의 회담은 UN에서 세트하는데, 교과서 문제로 소원해진 양국관계의 수습책을 논의하고 정기각료회의 문제를 검토했다. 그런데 1982년 10월12일 스즈키 자민당 총재가 갑자기 재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자민당 총재선거 국면으로 도입한다. 스즈키가 갑자기 총재 불출마를 하면서 돌파구가 생기는 거다.
이후 11월26일에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이 출범을 한다. 외상으로 아베 신타로, 대장상에 다케시다 노보루, 관방에 고토다 마사하루가 취임한다. 그래서 미·일 관계를 기축으로 동서관계의 타개, 남북 문제, 아세안, 근린과의 협력관계를 중시한다는 정책이 천명된다. 그다음에 한·일 경협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은 주요국가다. 현안을 가능한 한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양국 상호의 이익에 합치되는 일이다”하는 나카소네의 결의가 표명이 된다.
그다음에 아베 대신과 다케시다 대신 간의 특별한 관계로 양자 간 협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다. 물론 아시다시피 다케시다는 다나카파고 아베는 후쿠다파지만, 두 사람은 개인 관계가 굉장히 좋기 때문에 가장 기축이 되는 양 장관들과의 협의가 원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서는 거다.
12월3일 기우치 아키타네 아시아국장이 우리 이상진 주일공사를 불러서 금년 중으로 모종의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같은 날 세지마 씨가 권익현 씨에게 “12월14~15일간에 총리 특사를 파견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그전에 접촉을 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했다. 그래서 세지마가 12월8일에 부산으로 온다. 최동진 아주국장이 이때 따라갔다. “문제가 해결되면 연내에 나카소네 수상이 방한할 의향이 있다. 야나기야 안을 토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자”는 제안을 해온다. 그래서 12월8일 세지마 씨와 권익현 씨가 부산에서 만난다. 그 이틀 전인 12월 6일 권익현 씨가 세지마에게 연락을 했는데 “일본은 야나기야 안을 기초로 하기를 원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6월22일 한국 측 대안이 제시됐다. 따라서 한국 측 대안이 베이스가 되어야 되겠다”고 한다. 세지마가 “그러면 야나기야 안과 한국 제안의 차이를 이야기하자”라 해서, 12월8일 김포공항에서 권익현 의원과 세지마 씨가 만난다. 그 자리에서 나카소네 메시지라고 해서 “첫째 세지마를 특사로 보내겠다. 대통령과 외무부장관 면담을 희망한다. 그다음에 교섭이 잘 되면 연내 방한할 것을 희망한다”는 나카소네 수상의 희망이 전달된다.
경협 문제에 관해서는 야나기야 안이 ODA 15억 달러, 수은자금 25억 달러, 평균금리 6%였다. 공여 기간은 7년에 1년 단축 가능하다는 것. 자기 개인 의견으로 이야기해서 15억 달러 플러스 3억 달러는 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18억 달러, 그리고 내자충당분으로서 ODA, 수은자금 중 일정비율을 내자전용으로 인정하는 것, 상품차관을 결국 받아들이는 거다. 그래서 특사로서 12월14~15일 방한하겠다. 이에 대해서 권익현 씨가 ODA 20.5억 달러, 수은자금 19.5억 달러면 정부와 상의해보겠다. 그리고 사정상 지금 일본에 갈 형편이 못 된다고 방일은 거절했다. 이후 16일 새벽에 세지마 씨가 권익현 씨에게 연락을 해서 “일본 내부 의견이 조정되지 않고, 16일 방한은 곤란하다. 그러니 12월20일 한일의련 합동회의 시 힐튼호텔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래서 재검토한 후 “이 시기에 일본에서 요인과 접촉하는 건 곤란하다”라고 해서 권익현 씨는 세지마의 방한을 다시 요청했다. 그랬더니 일본 측은 “방한이 곤란하므로 오사카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12월22일 저녁 최동진 국장과 함께 권익현 씨가 또 오사카로 간다. 이때가 거의 막바지다.

- 그렇다.

▲ 그래서 오사카에서 12월23일에 세지마가 안을 낸다. ODA 17억 달러 플러스 수은자금 23억 달러, 그러면 40억 달러가 되지 않느냐. 공여 기간은 7년, 1981~1988년, 이에 대해 우리 측은 1982년 7월 방일 때 와타나베 대장상이 1억 달러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왜 그에 대한 언급은 없느냐고 물었다. 우리가 17억 달러에 1억 달러를 더 얹으려고 한 거다. 평균금리는 6%대, 원칙적으로 프로젝트 기준으로 ODA는 30%, 수은은 10% 내에서 내자전용을 인정하기로 하자, “한국 측은 이제 대국적 견지에서 타협, 타결을 원한다. 1983년 1월4~5일에 특사를 보내라. 그러면 대통령, 외무부장관하고 협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서 1월10일 나카소네 총리가 방한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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