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30년간 봉사해 왔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의 거취를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세세하게 검증해야할 민주당 지도부는 ‘선 사실관계 규명 후 대책 논의’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윤 당선인이 스스로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영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당선자가 공금 횡령 등의 불법을 저질렀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도, “윤 당선자가 본인도 인정한 일부 문제들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당선인 신분에서 사퇴하고 원래의 운동가로 돌아가 백의종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진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윤 당선인의 이런저런 논란 중에서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받은 부분과 재산형성과정은 석연치 않다. 검찰이 이미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 수사 관련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91)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전날에는 정의연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에 이은 이틀 연속 압수수색이다. 

윤 당선인으로서 억울할 수 있다. 1990년 초 아무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때 그의 나이 25세의 꽃다운 젊은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그 일에 뛰어들었다. 한창 사랑도 하고 일할 나이에 제대로 된 돈도 받지 못하고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역사 복원과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 30년간 온갖 궂은일을 해 왔다. 

짐작해 보건대 윤 당선인 입장에서 자진사퇴는 젊음을 다 바쳐 쌓아 온 평생 노력과 결과물이 한꺼번에 부정된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일뿐만 아니라 자기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이기에 더 그렇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 앞에서 다시 서고 다시 일할 수 있으려면 사과와 자진사퇴뿐이다. 특히 5월25일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이용수 할머니와 공동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자리가 공격과 해명의 자리가 된다면 윤 당선인은 남은 인생도 부정당할 수 있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까지 시민운동가의 삶은 고행 그 자체였다. 돈과 명예보다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이 운동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지인들에게 후원금을 요청해 근근히 명맥을 유지했다. 지금도 유명 엘리트 시민단체를 제외하고 군소 시민단체들의 운동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자원봉사와 후원금 그리고 변치 않는 신념이 이들을 버티게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은 초심을 잃지 않았나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특히 그녀가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일이라는 점도 되돌아봐야 한다. 이제 그녀에게는 금배지는 6그램에 3만5천원짜리에 불과하다. 지금 윤 당선인에 남겨진 것은 해명이 아닌 진실된 사과와 자진사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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