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난파 직전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구심점은 없는 상황이다. 21대 총선 참패 이후 완전히 방향타를 잃었다. 보수 본류을 자처하는 미래통합당의 현 상황은 자중지란의 연속이다. 총선 이후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리더십 부재는 여전하다. 이 때문에 보수는 인물도, 전략도, 비전도 잃었다는 혹평마저 나오고 있다. 총선 이후 헛발질만 거듭하면서 날이면 날마다 우왕좌왕 행보를 이어왔다. 더 큰 문제는 차기 대선 전망이다. 도저히 정권탈환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보수진영의 차기 주자군은 절대 빈곤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본격적인 차기 대선국면이 도래하기도 전에 승부의 추는 기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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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총선책임론 여파 속 잠행 거듭적절한 시기 정치재
- 김종인, 역대 최강 킹메이커보수부활기반 마련할까

보수는 여전히 극한의 위기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보수의 틈새시장은 노리는 세 명의 정치인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황교안 전 대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3의 행보가 관심사다.

총선에서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은 황교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가 너무 이르다는 부정적 기류가 우세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정치재개를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통합당의 총선 참패 이후 구원투수로 거명됐지만 아직까지 상황은 유동적이다. 김종인 위원장의 등판이 성사되면 이른바 킹메이커로 활약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주호영 원대대표의 움직임과 향후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리더십 공백 상태에 홀로 고군분투하면서 보수의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

어디서 뭐하나황교안, 대권위한 정계복귀 솔솔

보수진영에서 총선 이후 주가가 가장 떨어진 인사는 황교안 전 대표다. 서울 종로 지역구에서 이낙연 전 총리에게 KO패를 당한 것은 물론 통합당이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다만 황 전 대표는 총선 직전만 해도 보수진영에서 차기주자 부동의 1순위였다. 지난해 2월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화려하게 당 대표에 오른 이후 대여투쟁을 주도해왔다. 다만 총선 승리를 디딤돌 삼아서 차기 대권으로 직행하려던 플랜은 산산조작이 났다.

그렇다고 황 전 대표가 이대로 정계를 떠나기에는 보수의 상황이 난감하다. 황 전 대표의 대체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당한 기회에 황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가시화될 수도 있다. 황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총선참패와 관련해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본인 입으로 정계은퇴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는 향후 정치권으로 권토중래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황 전 대표는 총선참패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공개활동이 거의 없다. 마지막 공개활동은 총선 다음날인 416일 지역구 유권자였던 종로 주민들에게 성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주민들께서 보내주신 사랑을 언제나 가슴으로 기억하겠다고 낙선 인사를 보낸 게 마지막이다.

아울러 총선 기간 동안 활발하게 운영했던 SNS 역시 개점휴업 상태다. 황 전 대표의 잠행이 길어지고 있지만 보수진영의 참담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정치재개 여부가 수면에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황 전 대표는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도 근황을 묻는 질문에 일을 안 하면 어떻게 하나. 일해야지. 무슨 일을 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정계복귀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총선에서 패배한 통합당 의원들을 위로하는 식사정치에 나서 정치재개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민경욱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황 전 대표와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황 전 대표가 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우회로로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통합당이 528일 전국위원회를 개최해 한국당과의 합당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 때문에 늦어도 연말연초에는 황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가시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합당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총선참패로 황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높다면서도 다만 정치는 생물이다.

보수진영에는 여전히 마땅한 차기주자가 없다. 특히 총선 기간 보여준 황 전 대표의 권력의지를 고려할 때 시기가 문제일 뿐 적당한 명분이 만들어지면 황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대위 러브콜에 침묵 김종인, 킹메이커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향후 행보도 관심사다. 총선 참패 이후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김 전 위원장이 사실상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임기문제로 좌절되면서 상황이 다소 꼬였다.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물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보수 중진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지난 522일 국회에서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을 열고 지도체제 문제로 난상토론을 벌였다. 84명의 당선인들이 끝장토론을 벌인 끝에 결국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선택했다. 이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출범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당 안팎의 인식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임기 문제도 사실상 일사천리로 해결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까지로 비대위원장 임기 문제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8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당 중진들의 반발이라는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대세를 돌리지는 못했다.

물론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적잖은 잡음으로 김종인 카드의 효과가 다소 떨어졌다는 분석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김종인 말고 대안이 없다는 점에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201219대 총선 새누리당 승리와 2012년 대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 201620대 총선 민주당 승리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김 전 위원장의 실적과 능력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대선, 총선 등 주요한 정치적 길목에서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하면서 킹메이커로서의 능력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이 총선참패 이후 무기력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보수진영의 쇄신과 혁신을 주도할 경우 보수부활의 싹을 틔우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보수정치 전면에 등장할 경우 분명한 역할은 킹메이커다. 총선 참패 이후 한 달여간 시간을 허비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오히려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깜짝 놀랄만한 인사들의 전진배치를 예상해볼 수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보수진영의 차기 후보군과 관련해 홍준표·유승민·안철수 등 지난 대선 출마자들의 경우 국민적 평가가 끝났다며 평가절하했다. 김 전 위원장이 주목하는 인사는 제3의 파격 카드다.

김 전 위원장은 총선 이후 차기 대선후보는 경제를 잘 아는 40대가 적합하다. 1970년대에 출생한 사람 중 비전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국가적 지도자로 부상했으면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보수진영의 차기주자로의 자격과 조건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민주당의 86세대론에 맞서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셈이다. 통합당 쇄신을 촉구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택한 3선 김세연 의원과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보수의 뉴페이스 될 수 있나? 구원투수 주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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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원내대표가 통합당의 구원투수로 주목을 받고 있다. 황교안 전 대표의 사퇴와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무산이라는 공간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했기 때문이다. 실제 주 원내대표의 광폭행보는 눈부시다.

지난 821대 국회 통합당 초대 원내사령탑에 오른 이후 당 안팎의 난제들을 속도감있게 정리했다. 부친상 이후 국회에 복귀한 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협상을 통해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합의라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 미래한국당과의 합당도 원칙적으로 합의하는 등 굵직굵직한 현안도 해결한 것은 물론 난제였던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도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주 원내대표의 정치력을 다시 봤다는 평가까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21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서 여권의 차기 잠룡인 김부겸 전 장관과 맞붙어 비교적 넉넉한 승리를 거뒀다.

주 원내대표는 그동안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추지 못한 TK지역 다선 정치인의 이미지가 컸다. 다만 통합당 원내대표 취임 이후 보여준 광폭 행보는 차기 대권도전을 고민해볼만한 정치인으로까지 성장한 것이다.

실제 주 원내대표는 총선 과정에서 김부겸 전 장관의 대권출마에 여당의 대권 후보를 이기면 자연스레 야당의 대권 후보가 되는 것 아니냐. 제가 이기면 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수 있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그동안 통합당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건 외연확장이었다. 이 문제는 주 원내대표의 공이 가장 크다. 통합당은 총선 참패 이후 극우 유튜버들을 지나치게 의식한 행보로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게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이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과거 통합당의 5.18 망언을 사죄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당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어 왔고, 아물어가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한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 한번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 여러분께 매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후 주 원내대표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주먹을 불끈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누르는 장면도 이념갈등이 극심한 한국적 정치지형에 적잖은 감동을 안겼다. 아울러 민경욱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에도 명확한 선긋기에 나서며 당의 자존심을 지켰다.

비대위 출범이 다소 연기되면서 주 원내대표 주도로 총선참패 반성과 보수혁신의 과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주 원내대표 특유의 원만하고 합리적인 성품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김준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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