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 울상 짓던 자영업자...별점 슬럼프에 두 번 운다

자영업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길 댓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자영업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댓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국내외 경제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자영업자들도 위기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등에는 매출 감소로 폐점 위기에 직면했다는 목소리도 오른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자영업자들은 경영악화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이른바 배달 전문 앱 상의 ‘별점테러’다. 악의적인 목적으로 비방용 후기를 남기거나, 낮은 평점을 매겨 점포의 주문량이 감소토록 하는 게 ‘별점 테러리스트’의 놀잇감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피해를 겪은 자영업자들은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리뷰‧평점 기능이 ‘소비자 갑질’의 도구로 사용된다며 자영업자를 위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악의 목적 비방용 후기, 근거 없이 낮은 평점...“‘별점 테러리스트’의 놀잇감”
“억울함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자영업자 보호 조치 필요 의견도



서울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매일 배달앱 상의 평점과 리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어떤 악의적인 평점과 리뷰가 올라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원인이다. 물론 일부 배달 앱에서는 점주가 원할 경우 평점과 리뷰 등을 남길 수 있는 기능을 없앨 수 있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이 해당 기능을 참고해 주문을 결정 하는 사례가 많아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선뜻 쉬운 결정이 아니다.

‘배달기사님이 인사 안하고 두 손으로 안 줬네요’-별점 1개
‘맛은 있지만, 맛 집은 아니다’-별점 2개
‘초인종 벨이 울려 아기가 깜짝 놀랐다’-별점 1개


최근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배달 전문 앱 사용이 증가하면서, 평점이나 리뷰에 따라 가게의 존폐 여부가 결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모양새다. 일부 창업 전문가들이나 가맹사업 본부 관계자들도 점포 개설 컨설팅 과정에서 평점과 리뷰 관리가 점포의 성공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자영업자는 배달앱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평점과 리뷰 기능을 전담해 관리하도록 하는 별도의 파트타이머 직원을 고용했다고 밝혔다.

좋은 평점과 리뷰를 기록한 점포는 많은 소비자들의 주문을 이뤄내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만, 또 다른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기능이 도리어 소비자 갑질의 희생양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작은 일이 부풀려져 장사를 접는 상황까지 발생하는데다가, 경쟁업체 등에서 고의적으로 음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악의적인 평점과 리뷰를 다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 김모씨는 “평점과 리뷰는 온전히 소비자들이 주관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다른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해당 내용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간혹 근거도 없는 비방용 리뷰를 다는 블랙컨슈머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초기 배달앱 시행 당시만 하더라도 좋은 음식점을 칭찬하고 추천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경쟁업체나 일부 주문자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접근해 운영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조심하고 신경 써서 음식을 조리해 배달하려 해도 한 소비자가 그저 재미를 위해 근거 없이 트집을 잡으면 그날로 수십 수백 명의 고객이 사라지게 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곱창집을 운영한다는 또 다른 자영업자도 “한 소비자가 배달 과정 중 국물이 새어나온 데 따른 컴플레인 댓글에 거듭 사과를 했고, 이와 함께 교환, 환불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취를 해주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에게 댓글로 알리겠다는 등 약 올리는 말투로 일관했다”며 “이후 댓글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건강이 악화돼 결국 가게문을 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고객이 점주가 전화해서 리뷰 삭제 요청을 했다고 신고했다고 배민 측에서 알려왔다”며 “방통위에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보호 방안 필요”

이런 상황에서 점주들은 해당 리뷰에 대해 댓글을 다는 방식의 대처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판매자 댓글에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첨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억울함을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자영업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악성 별점테러 등에 대한 대처 사례를 공유하는 상황이다. 한 점주는 “고객을 비방하는 말은 일체 적지 않아야 하며 대처한 방식을 거짓 없이 적는 방법 뿐”이라며 “낮은 별점에 속이 쓰린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고객들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도 “자영업자에게 이 같은 별점테러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상황”이라며 “처음에는 문제가 뭐인지 고민하며 스트레스 받았지만, 그런 생각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하므로 점주의 주관을 가지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게 답”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권리 보호가 갑질 등의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없도록 배달  앱 등의 플랫폼 기업들이 보호‧개선 방안 등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자영업자들의 반란...식자재 쇼핑몰 ‘배민상회’ 불매 조짐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 1위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과 시장점유율 2, 3위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 배달통 간의 기업결합을 둔 뒷말이 여전히 무성하다. 기업결합 소식이 알려진 후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독과점 시장 구조 형성 등의 이유로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 같은 상황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급감하는 등 배민 불매운동의 파급효과가 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식자재 판매 쇼핑몰 배민상회 등을 이용하는 일부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기업결합 문제에 따른 불매를 제안한다는 목소리다. 한 자영업자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배민상회 등에서 식자재를 구매할 경우 배민 전체 매출 중 배달 매출 포지션이 낮아져 배민의 독점이 아니라는 주장을 지원하는 격이 된다”며 “이는 수수료 폭탄 인상의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소한 공정위서 독점 이유로 합병을 부결시킬 때까지는 물건 구매를 자제하는 등 깨어있는 자영업자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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