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3주구, “시작부터 삐걱댔다”…조합 둘러싼 고소·고발 이어져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의 반포3주구 재건축 수주전과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창환 기자]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의 반포3주구 재건축 수주전과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반포가 뜨겁다 못해 진흙탕이다. 8000억 원이 넘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반포주공 3주구 재건축 수주전을 두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맞붙으면서 불법과 비난, 폭로 및 비방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대우건설은 재건축 담당 조합장과 경쟁사인 삼성물산이 짜고 치는 상황이라며 고발했다. 해당 주민들은 재건축을 위해 구성된 조합에 불만을 숨기지 않고, 사실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 간에도 몸싸움을 지나 수십 건의 폭력사태가 경찰에 고소됐다. 이런 상황에 주무 관청인 서초구와 서울시가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부랴부랴 서울시는 변호사 등으로 꾸려진 전문가를 파견해 각종 위반사항 검토에 나섰다.

 

주민들, “서울시 및 서초구청 불법적인 홍보관 및 설명회 암묵적 허용”
대우건설·삼성물산 홍보 설명회, “누가 더 나쁜 건설사인가” 비방만

 

“시작부터 삐걱댔다”며 반포 3주구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한숨으로 말을 시작했다. “2018년, 처음 HDC현대산업개발이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을 때 일반 주민들은 대다수 만족한 제안서를 받았다고 생각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조합을 중심으로 양측으로 주민들의 의견이 나뉘면서 서로 물어뜯고 고소하고 엉망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취재진은 반포 주공1단지아파트 35동 옆에 설치된 3주구 재건축 시공사 홍보 현장을 찾아 1단지 거주자들을 만났다. 주민 A씨를 비롯한 거주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홍보관 현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민 A씨는 “홍보관보다 제안서를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제안서를 상세히 보지 않고 결정이 이뤄진 뒤에는 주민들이 나중에 불만이 있어도 변경하기 힘들어 진다”고 조언했다.

B씨는 착공에 들어가고 나서도 나중에 공사비가 더 늘어나면 주민 부담으로 덮어씌우는 경우도 있고,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선분양인지 후분양인지에 대한 차이도 있다며 나름의 설명을 이었다.

서초구청, 주무 관청 역할 못해

이달 초부터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홍보를 준비해 온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가장 먼저 서초구로부터 불법 건축물 해제에 대한 명령을 받았다. 양측이 지난 20일부터 열흘간 주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세운 홍보관이 건축법을 무시한 채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어지면서 건축법을 위반했다. 서초구는 권고문, 시정 명령까지 내렸지만 양사는 꿈쩍도 않고 있다. 

서초구청은 지난달 29일 재건축 조합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홍보관을 1층 정도의 최소 규모 설치나 반포주공아파트 회의실을 사용하라는 권고문을 발송했고, 지난 11일에는 양사에 홍보관 시정명령을 내렸다. 양사는 가설건축물에 대한 신고 없이 홍보관을 건축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이다.

현장 공사 관계자들은 “양사가 서초구청이 암묵적인 허가를 해주면서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서초구청이 내달 8일까지 원상복구를 지시했지만, 이달 30일 시공사를 결정 짓기 위한 총회가 끝나면 자연스레 치울 것”이라며 “실효성도 없는 시정 명령 때문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홍보관 공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구반포역 엘루체에서 열린 시공자합동 설명회에서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깨끗한 홍보를 하겠다는 주민들과의 약속이 무색하게 치열한 비방전을 펼쳤다.

반포3주구 주공1차아파트 놀이터를 점령한 대우건설의 시공사 선정 홍보관. [이창환 기자]
반포3주구 주공1차아파트 놀이터를 점령한 대우건설의 시공사 선정 홍보관. [이창환 기자]

대우건설, “삼성물산 공사비 인상 독소조항 있다” 지적

설명회에 참여한 주민들은 “자기 홍보보다 경쟁사 비판이나 비방만 기억에 남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설명회에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착안한 공사법이나 설계 또는 주민 편의시설을 두고 서로 경쟁사의 방법이 왜 나쁜지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방향으로 홍보를 진행했다. 

또 할애된 대부분의 홍보 시간을 경쟁사가 과거의 다른 건축 과정에서 실수했던 부분이나, 분양 방법의 잘못된 사례를 언급하거나 경쟁사를 선택하면 주민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방으로 채웠다.

대우건설은 아파트 건물 내부에 ‘호텔로비 같은 최고급 대리석을 적용한다’면서 경쟁사인 삼성물산은 LH의 임대아파트 수준에 머무는 무늬코트를 선정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안전과 직결된 설계 부분에서 삼성물산의 무리한 발코니 확장이 화재 시 2차 피해 발생을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이 강조하는 ‘후분양’을 적용한 사업방식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잘못된 제안”이라며 “대우건설은 규제와 분양시장의 흐름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분양, 후분양, 리츠까지 다양한 선택권을 두고 사업방식을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민감할 수 있는 공사비를 두고도 대우건설은 공사비 인상 기준은 100% 준수하는 데 반해 삼성물산의 제안서에는 공사비 인상 기준을 삭제하고 인상을 위한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대우건설 신용등급 및 사업비 지적

삼성물산은 신용등급에 따른 자금 지원 방식의 차이를 두고 대우건설을 공격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신용등급이 AA+에 해당하며 HUG의 보증 없이 사업비 조달이 100% 가능한 데 반해 대우건설은 업계 최저의 신용등급인  A-에 해당하며 자체적인 사업비 조달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또 선분양과 리츠사업을 지적하며 대우건설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또 “3조 원의 사업비로 후분양이 가능하고 더불어 조합원 이주와 임차보증금 등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해 각 세대 당 10억 원의 활용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며 “대우건설은 7800억 원의 사업비로 후분양은커녕 공사비 조달과 이주비도 충당이 되지 못한다”고 비교했다. 

다만 이런 양측의 비방 속에서도 주민들은 날카로웠다. 한 거주자는 “삼성물산이 언급한 이주비 직접 조달은 법을 위반하는 부분”이라며 지적했고, 또 다른 이는 “산업은행 등 정부는 대우건설의 안정적 매각을 피력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매각할 일이 없다고 하니 뭐가 답인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날 대우건설 홍보를 위한 영상자료를 통해 “대우건설을 급하게 매각할 생각은 없다”며 “대우건설이 혁신적 제안과 정성 어린 시공으로 반포3주구를 반포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트릴리언트 반포로 탄생시킬 것”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홍보관이 난립해 있는 아파트 놀이터에는 어린 아이들이 그네를 타고 있었다. 그 옆으로 양사 관계자들의 차량이 드나들고, 심지어 골프카까지 등장해 손님과 주민들을 실어 나르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대우건설은 신반포1차 재건축을 이끈 스타조합장 H씨와 삼성물산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고소·고발 조치했다. 홍보 우편물 추가 등 지침 무시한 홍보 활동과 조합 지침을 어긴 홍보관 건설 등을 두고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삼성물산은 홍보 시작 전부터 100여 명의 불법 홍보요원을 동원한 대우건설을 지자체에 신고하고 대우건설은 경고조치를 받은 후 사과했다. 

일부 주민들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과 주민들 사이에서도 마찰과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현재 수십 건이 경찰에 고소돼 주민들이 여럿 조사를 받고 있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반포3주구를 ‘클린수주 사업장’으로 지정했으나, 말도 안 되는 탁상행정에 의한 것”이라며 “이렇게 많고 많은 일들이 터지는데 서울시나 서초구청이 관리·감독하는 것은 본 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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