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목 편집위원
김현목 편집위원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는 21대 국회가 5월 30일 임기 시작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원구성 협의가 지연되는 것 같다. 여야는 원내지도부를 구성했지만 개원 협상은 느림보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또다시 구태의연한 모습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여의도 주변에서 물밑 접촉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여야의 원 구성 협상 소식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과거처럼 여야의 앵무새 발언만 이어진다.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알짜배기 상임위원회를 차지하겠다고 서로가 벼르는 것처럼 보인다. 여야 모두 딴소리만 하는 것 같다. 식물국회,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들었던 20대 국회에 이어 또다시 출항도 하기 전에 암초부터 걱정할 정도다. 

국회는 원 구성이 안 되면 무늬만 입법부의 모습이다. 원 구성이란 국회가 회의와 의결체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하기 위한 조직을 갖추는 것이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상임위원회에 위원 배정을 완료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국회법상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상임위원의 임기는 2년이므로 원 구성은 4년 임기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이루진다.

입법활동이나 행정부 등에 대한 견제와 감시활동이라는 국회 본연의 업무는 주로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원 배정은 가장 우선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절차다. 원구성을 못 하거나, 계속해서 지연된다면 국회의 정상적인 기능 수행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국가들도 의회의 원구성은 임기 개시 후 첫 소집되는 회의에서 완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 임기가 시작된 이후에 원구성이 마무리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재현되어 왔다. 이는 원구성을 원내 교섭단체 간 협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관행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원구성 자체가 여야 간의 정치적 협상이나 흥정, 타협의 대상으로 되어 왔다. 매번 새로운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원구성을 두고는 치열한 여야 간 기싸움이 연출되고, 반복적으로 대립하면서 원구성이 지연돼 왔다. 제도적 맹점 때문이라면 고쳐야 한다.  

국회가 업무 공백과 임기 단절 없이 여야 원 구성을 깔끔히 마무리한 것은 지난 19대 국회 후반기가 유일하다. 당시 전반기 의장단의 임기 마지막 날인 2014년 5월 29일에 후반기 의장단이 선출되면서 국회 스스로 의정사상 처음이라고 자화자찬을 할 정도였다. 당시 차질 없는 원 구성은 1994년 6월 국회 의장단 임기를 정한 국회법 개정이 이뤄진 후 전반기 의장 임기 안에 후임을 선출한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도 국회에서 보기 드문 모범적인 사례였다.

한편 국회의장단 선출이 가장 오래 걸린 것은 15대 국회 후반기 때였다. 당시 임기 개시 65일이 돼서야 선출했다. 전반기에도 30일이나 소요되었다. 원구성이 가장 짧은 기간에 마무리된 것은 18대 국회 후반기였다. 단 9일이 소요되었다. 반면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때는 14대 국회 전반기였다. 임기 개시 125일째인 10월2일에서야 원 구성이 완료되었다. 4달이 넘게 걸렸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4년 전인 20대 국회 개원을 앞둔 전반기 원구성도 의장단 선출기간은 임기 개시 10일, 상임위원장단 선출 등 원 구성 기간은 14일이 소요되었다. 역대 국회와 비교하면 짧은 원 구성 기간이었다. 반면 후반기 원 구성은 각각 44일, 47일이나 지나 구성했었다.

이런 낡은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원 구성을 여야 모두 당리당략적 접근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지연시킨다면 이는 국회의 직무유기다. 자칫 문도 못 여는 상황이 된다면 국회에 대한 신뢰 저하와 정치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177석의 거대 여당은 의석수를 내세워 노른자 상임위를 싹쓸이하겠다고 고집하면 과하다.

또한 총선에서 참패한 야당은 더 이상 발목잡기식, 때쓰기식 정치로만 일관해서는 안 된다. 여야가 상대를 인정하며 양보해야 한다. 균형감각을 갖고 견제와 감시라는 입법부 본연의 기능이 조속히 발휘되어야 한다. 놀면서 세비를 탈 수는 없다. ‘일하는 국회’를 약속한 이상 원구성을 서둘러 제대로 밥값하는 정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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