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상황 파악도 못하는 산업은행, ‘먼 산’ 보듯 매각 진행

산업은행 등이 매각을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 KDB생명보험, 대우건설 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요서울]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과 KDB생명보험, KDB인베스트먼트가 맡아 진행하는 대우건설 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KDB산업은행이 채권단 또는 주주로 있으면서 장·단기 과정을 거쳐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인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HDC현대산업개발로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최근 JC파트너스가 단독으로 예비 입찰에 나선 KDB생명보험까지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맡아 추진 중인 대우건설에 대한 매각도 불투명한 상태다. 오히려 KD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대우건설에 대해서 당장 매각할 생각이 없다는 언급까지 하면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및 매각 계획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성과 내기 급급한 산업은행 CEO, 매각 성과금 30억 원
HDC현대산업개발도 JC파트너스도 인수 절차 ‘뒷걸음’

 

2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인수 계획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실적 발표에 이어 올해 1분기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영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업계 곳곳에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중단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약 6300%에 이르면서 국내 코스피 상장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구주 취득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현산은 지난달 말까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모두 취득하면서 인수 절차 진행을 이어가려 했으나, 처음 결정했던 구주 취득일정을 미루면서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거래종결일’로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물 건너 가나

이에 산업은행은 그간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요청했던 채권단의 영구채 출자전환 검토를 중단했다.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주주가 되면서 경영정상화에 도움도 된다. 다만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구주 취득을 미루면서 산업은행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데 따른 절차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산에 대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확실히 내리도록 하는 카드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당장 현산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신중하게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두 달 전만 하더라도 현산은 업계의 예측을 막아서고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등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나머지 인수자금 조달도 당초 계획에 맞춰 진행 중이며, 기업결합 신고 등 인수 절차도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공언했다.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현산 측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한 과정에서 6000%를 뛰어넘는 막대한 부채비율과 지난해 영업 손실 규모가 현산을 뒷걸음치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을 전했다. 이미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2000%에 가까운 부채비율을 보였고, 올해 1분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영악화는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취재진에게 “만일 인수 관련 변경 사안이나 문제가 발생할 때 현산이 요청하면 검토할 수는 있으나, 아직 현산이 정상적인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며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주가 아닌 채권자로서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인수 과정의 모든 것은 금호산업이나 현산 등 계약 당사자 간에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내 2대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통매각 관련 어려움 발생에 대한 업계의 지적과 함께 분리매각이 현명하다는 의견은 처음부터 있어왔으나, 산업은행의 입김에 따라 통매각이 강행되면서 인수 과정에 어려움이 발생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입김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실사를 진행하고 나서 가장 타당한 것이 통매각인 것으로 결정이 내려졌고 통매각이 매각 과정에서 더욱 효율적이라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는 시너지 효과를 생각해서 만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필요성이 제기되면 분리매각도 협의할 수는 있으나… 자회사 일괄매각이 바람직하다”라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많은 작업이 있었고 조금만 보완되면 앞으로 흑자를 기록할 매력적인 회사”라며 “부채가 3조6000억 원 조금 넘어서는 수준으로 전체 부채를 갚지 않아도 적정한 자본 조달과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구조만 되면 부채는 끌고 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매각 절차를 위한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부채비율은 급격하게 증가했고 무리한 통매각 절차 강행을 종용해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품고 있다. 

자산 20조 원 KDB생명, 5000억 원에도 안 팔리나

아울러 최근 KDB생명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서 JC파트너스가 단독으로 참여해 실사를 마무리하고 인수절차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경영 상황 내부를 들여다보고 나서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금융감독원은 KDB생명에 대해 관리 부실 등을 포함한 경영유의사항 등에 대해 무더기로 지적하고 시정 명령 등을 내렸다. 

처음 JC파트너스는 KDB생명보험을 약 5000억 원에 인수할 예정이었다. 우선 KDB생명의 지분 92.73%를 약 2000억 원에 사들이고 3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발행하는 순으로 절차를 계획했다. KDB생명의 총 자산이 약 20조 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힘든 인수 가격이지만 JC파트너스가 실사 이후 인수를 망설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실사를 통해 향후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로서는 KDB생명에 대한 향후 매각까지 고려하고 인수를 해야 하는데 계획을 넘어서는 추가적이 자본 확충이 필요하게 되면 굳이 인수를 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에 대한 부분 또한 경영 사정을 정확하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매각에만 급급한 나머지 냉정하지 못한 분석을 통한 인수 절차를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이동걸 회장이 KDB생명 매각에 성공하는 사장에게는 최대 30억 원, 수석 부사장에게는 최대 15억 원을 지급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성과에만 치중된 입찰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2018년 대우건설을 2~3년 재정비해 값을 올려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대우건설 지분을 넘겨주고,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올려 매물로 만드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최근  반포3주구 재건축 시공사 설명회에서 “대우건설을 급하게 매각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