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국제선 노선 확대 운영에도 항공 업계 경영악화 이어질 듯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직원의 임금 체불 등 각종 미납 비용에 대한 지불 의사를 철수하면서, 이스타항공  인수를 두고 주춤하고 있다는 업계의 풀이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점검 받고 있는 이스타항공 소속 항공기. [이창환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직원의 임금 체불 등 각종 미납 비용에 대한 지불 의사를 철수하면서, 이스타항공 인수를 두고 주춤하고 있다는 업계의 풀이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점검 받고 있는 이스타항공 소속 항공기.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제주항공이 최근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 등과 관련 지원 의사를 철수하면서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의지가 꺾였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는 각종 체불과 미납 비용에 대해 제주항공이 감당한다는 전제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항공업계 불황과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제주항공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이스타항공 측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풀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며 각 항공사들이 내달부터 국제선 노선 일부를 확대 운영하기로 하는 등 항공 산업이 되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항공 업계의 경영악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대형항공사들부터 저비용항공사(LCC)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발발로 3~4개월을 이어진 경영난이 결과물로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불매운동과 홍콩사태 등이 맞물리면서 근거리 국제선 중심의 LCC 업계가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위기에 놓인 이스타항공 인수에 제주항공이 적극 뛰어들면서 올 초까지 무리 없는 인수과정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대규모 확산 조짐을 보이던 지난 3월 초 이스타항공의 전년 실적 및 업계의 불황 등을 반영해 제주항공은 최종적으로 당초 약속했던 700억 원 보다 155억 원 저렴한 545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인수 합의가 채 1개월도 지나기 전부터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라 세계 각국들이 출입문을 걸어 잠그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항공업계 줄도산 위기에 대한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1분기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거두며 고공행진을 19분기 연속 이어가던 제주항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부진으로 전년 32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올해 1분기 638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자본잠식 이스타항공 인수 회의론 대두

더욱이 이스타항공의 1분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042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의 매각 작업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으로서도 코로나19 환경에 놓여 실적악화가 이어지는 판국에 부채비율은 210%에 있는 이스타항공 인수가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며 “제주항공이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주식 취득대금 납입 일자를 무기한 연기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제주항공은 표면적으로는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신청한 해외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내걸었다. 

다만 제주항공이 지난 1분기 영업 손실에 이어 1개월밖에 남지 않은 2분기마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현금을 포함한 680억 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으로는 제 몸 추스르기도 힘들어 이스타항공에 대한 각종 체불금까지 부담하면서 굳이 인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 직원들에 대한 체불임금과 조업사 지불 비용들에 대한 부분을 이스타항공의 오너가 등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스타항공 측은 그간 제주항공이 인수 과정에서 이를 감당하기로 했던 부분이므로 양보할 수 없다고 대립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각종 체불 등을 합한 금액은 무려 20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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