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 검사]

자가 임신 테스트로 임신 양성 반응을 확인하고 산부인과 진료실로 들어서는 산모와 남편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마냥 설레고 행복한 모습만은 아닐 때가 있다. 임신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던 상태에서 생리 예정일이 지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해보고 임신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 엄습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대다수 예비 부모는 계획 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제일병원이 2009년 4월 임신부 1,2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계획 임신율은 50%밖에 안 됐고, 기형아 예방에 효과가 있는 엽산제를 임신 전 3개월부터 꾸준히 복용한 산모는 고작 10%에 그쳤다. 문제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한 산모의 경우 계획 임신을 한 산모보다 약물, 술, 담배, 방사선 등 위험요인에 2~3배 더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임신을 위해 예비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예비 부모들에게 아기를 가지기 6개월 전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고치려는 노력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특히 ‘임신 전 검사’와 금연, 금주는 가장 기본이며 적정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과 신혼 초기 생활은 행복은 물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기로 건강한 사람도 생활 리듬이 깨지고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쌓이며 결과적으로 체중 변화 및 여성의 경우 월경불순이 올 수 있다. 따라서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는 함께 병원을 찾아 건강 검진을 받고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임신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 임신 전 산부인과를 방문해 임신 시 산모와 태아에게 있을 수 있는 위험을 진단하고 치료받을 수 있다. 병원에서는 개인력으로 체중, 유전 질환, 출산력, 내외과적 과거 병력 등이 포함되고 사회력으로서는 연령, 약물 복용, 흡연, 환경 등이 조사된다. 또한 질, 자궁경부, 자궁, 난소를 진찰하는 부인과적인 기본검진과 부인과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혈액검사로는 혈액형, RH인자 및 일반혈액검사로서 빈혈과 혈소판 감소증 등이 있다. 매독은 유산, 조산, 기형아 및 사산 예방을 위해, AIDS와 간염 검사는 임신 시 태아에게 수직 감염될 수 있는 요소이므로 감염된 채로 임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임신 전 검사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임신 중 태아에 선천성 감염을 일으키는 톡소플라즈마, 풍진, 거대세포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 등에 대한 검사인 TORCH 검사를 시행한다.

남성의 경우 아직도 임신 전 검사가 필요하단 인식이 부족해 실제로 임신 전 관리를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 중 배우자가 함께 상담을 받은 비율은 5쌍 중 1쌍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성의 나이가 많아지면 생식 능력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액 역시 남성의 연령이 증가하면서 사정량과 운동성, 정자의 수 등이 감소한다. 이 외에도 질병, 유해 약물, 작업환경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 부적절한 생활습관 등은 정액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므로 남성 역시 임신 전 검사는 필수다. 남성의 경우 질병력과 수술력, 약물력, 가족력과 유전 질환 요소, 음주 및 흡연력, 직업환경 등에 대한 상담과 기본 혈액검사 및 정액 검사를 시행한다. 특히 고혈압 치료제, 전립선 비대증이나 탈모 치료제 등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투약 중단 후에도 상당 기간의 휴약기간이 필요하므로 임신 전에 이를 인지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생기는 것은 언제나 환영받고 기쁨이 되어야 하지만 준비가 없는 상태, 특히 건강상 문제 또는 경제적 문제가 있는 경우 부부간에 충분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임신을 하게 되면 부부가 함께 현명하게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시작하는 경우와는 임신의 과정과 출산에는 물론 출생 후 아이와 산모의 건강상태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결혼 또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부부가 함께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충분히 상의하고 계획해 보는 시간을 갖고 병원을 방문하여 임신 전 관리를 받고 예비 부모가 될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윤호병원 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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