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세도시 루앙]

[편집=김정아 기자/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일요서울 |  프리랜서 박은하  기자] 루앙은 프랑스의 북서쪽에 위치한 노르망디 지역의 수도이며, 파리에서 흐르는 센강의 하구에 위치한 항구도시이다. 모네가 반한 성당의 도시, 잔 다르크의 운명이 결정된 도시, 알록달록 울퉁불퉁 반목조 가옥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하는 듯한 도시. 예술과 역사가 살아있는 아름다운 중세도시 프랑스 루앙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100개 종탑의 성당 도시

레 미제라블로 유명한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빅토르 위고의 말에 따르면 루앙은 100개 종탑의 도시이다. 실제로 성당의 도시로 알려져 있을 만큼 루앙 시내에는 수도원, 교회 유적을 포함해 35개의 성당이 있다. 도시 어디에서나 화려한 고딕 양식의 성당에 마주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중세시대에 지어졌는데 성당의 규모와 건축 양식을 실제로 보면 시대를 초월한 건축물에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4~500년을 견뎌 온 노장의 듬직함과 웅장함이 전달되는 것 같다.

많은 성당 중에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 성당이라고 하면 아마 루앙 대성당이 아닐까. 12세기 초부터 짓기 시작한 루앙 대성당은 몇백 년에 걸쳐 확장하며 화려한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1880년에 완공이 되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자연재해, 화재, 전쟁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어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고딕 양식의 화려함에 매료되어 성당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조각과 장식들이 너무나 정교해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조각 중에는 어디 하나 같은 것이 없고 전부 다른 모습과 표정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고 재미있다. 거대한 성당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조각 하나하나가 각각의 의미를 지닐 테니까.

그런 모습에 인상주의파 화가 클로드 모네도 반한 건 아닐까. 모네의 ‘루앙 성당 시리즈’ 모델이 된 곳이 바로 이 루앙 대성당이다. 모네는 1892~1893년 사이 루앙 대성당의 앞모습만 30여 점을 그렸다. 다른 연도와 날씨, 시간대에 같은 모델을 그린 작품들의 연작이라 빛의 변화에 따른 색감과 분위기가 잘 드러나 있다. 모네의 루앙 성당 연작 중 한 작품은 루앙 미술관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info]
루앙 대성당 Rouen Notre-Dame Cathedral
위치: Place de la Cathédrale, 76000 Rouen, France
운영시간: 월 2~7 PM / 화~토 9 AM~7 PM / 일 8 AM~6 PM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루앙 미술관

루앙 미술관은 1801년 나폴레옹1세가 설립하여 1888년에 완공되었다. 1994년이 되어서야 현재 미술관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20세기까지 수많은 미술 작품과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서양의 미술사를 이곳에서 차례대로 감상할 수 있을 정도다. 전시된 작품은 무려 8000여 점이 넘는다. 이 컬렉션 중에는 인상주의파 화가들의 작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미술품은 기독교 테마의 작품들이다. 루앙 미술관은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품 전시로 대표적인 갤러리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클로드 모네의 ‘루앙 성당 연작’의 한 작품도 이곳에서 감상 할 수 있으며, 물론 모네의 다른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풍부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루앙 미술관은 자체의 규모로도 웅장하고 유서가 깊은 건물이기 때문에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규모가 커서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감상하는 것이 좋겠다.

잔 다르크의 운명이 결정된 비유 마르세 광장과 기념 성당

슬픈 역사의 장소 옛 시장터로 향한다. 시장터에는 독특하게 생긴 건물 하나가 있다. 프랑스의 국민 영웅인 잔 다르크의 기념 성당이다. 그가 마녀로 고발되어 화형으로 목숨을 빼앗긴 장소가 바로 이 올드마켓 광장이다. 백년전쟁 당시 영국에게 기세가 눌리고 있던 당시 10대 소녀인 잔 다르크는 신의 계시를 받고 용맹하게 군을 이끌고 싸워 당시 영국에게 점령당했던 프랑스의 여러 도시를 해방시켰다. 프랑스군과 시민의 영웅이 된 잔 다르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샤를 7세는 위기감을 느꼈다. 잔 다르크의 도움으로 정통성 있는 왕이 되었음에도 그녀에게 지원해 주던 물자와 병사를 축소했고, 그녀는 결국 콩피에뉴 전투에서 패배하고 영국 편이었던 부르고뉴 군에게 잡혀 영국군에 팔려 넘어가게 되었다. 영국은 그녀를 처형할 정당성이 필요했고, 결국 영국 교회는 종교재판을 열어 잔 다르크는 마녀라는 판결을 내렸고, 그녀는 억울하게 1431년 5월 30일 비유 마르세 광장에서 화형을 당하게 되었다. 억울한 영혼을 추모하고 달래기 위하여 그녀가 화형당한 장소를 보존하고 1979년, 그 자리에 기념 성당을 세웠다. 잔 다르크의 갑옷과 투구 모양을 한 성당 건물의 외형이 마치 불꽃을 형상하는 것 같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info]
성 잔 다르크 성당 Church of St Joan of Arc
위치: place du Vieux-Marché
운영시간: 월~목 10 am-12 pm & 2-6 pm / 금, 일 2-6 pm / 토 휴무

센강과 루앙 시내를 한눈에, 루앙 파노라마

하루의 마무리는 도시를 살짝 벗어나 볼까. 루앙 대성당에서 도보로 30분을 걸으면 닿을 수 있는 루앙 파노라마로 향한다. 살짝 먼 것 같기도 하지만 센강 가를 따라 구경하며 걸으면 어느새 언덕의 입구에 도달한다. 언덕은 살짝 가파르지만 10분 남짓 걸리는 높이다. 언덕 위에서 시원한 360도로 보이는 루앙의 전경을 바라보면 언덕을 오르며 느끼던 피곤함은 어느새 사라져 버릴 것이다. 넓고 유유히 흐르는 센강의 너머엔 루앙의 신도심이 보인다. 신도심의 현대적인 모습을 보면 올드 루앙이 얼마나 잘 보존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풍경을 담아낸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 설명되어 있다. 일몰 시각에 맞추어 가면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인 곳, 루앙 파노라마.

[info]
루앙 파노라마 Rouen Panorama Of The Sainte Catherine Coast
위치: Route de la Corniche, 76240 Bonsecours, France
운영 시간: 24시

에필로그
루앙은 나도 모르는 사이, 도시의 아기자기함과 예술적인 매력에 빠지는 작은 도시였다. 프랑스 여행에서 조금은 색다른 여행지가 필요하다면, 바쁘고 선택지가 너무 많은 파리에서 잠깐 벗어나고 싶다면 근교의 소도시인 루앙을 권하고 싶다. 화려하기보다는 귀엽고, 정신없이 바쁘기보다는 여유롭게 흘러가는 성당의 도시. 예쁘면서도 슬픈 역사가 깃든 곳. 루앙에 직접 다녀오니 마냥 동화 속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중세 건물과 올드타운 자체를 잘 보존해 온 프랑스 사람들이 멋져 보였다. 파리에서도 쉽게 찾아갈 수 있으니 대도시를 벗어나 중세도시 루앙에서 느긋하게 일정을 보내는 건 어떨까. 가볍게 방문하였다가 루앙의 매력에 빠져 며칠을 머무르고 싶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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