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 = 육군은 비무장지대 내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작업을 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열쇠부대) 인근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개시했다. 태극기와 유엔기가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GP에서 휘날리고 있다. 2018.10.03. [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육군은 비무장지대 내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작업을 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열쇠부대) 인근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개시했다. 태극기와 유엔기가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GP에서 휘날리고 있다. 2018.10.03. [뉴시스]

 

[일요서울] 국방부가 26일 이례적으로 유엔군사령부의 중부전선 감시초소(GP) 총격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북한군 조사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결과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동안 DMZ(비무장지대) 출입과 MDL(군사분계선) 통행 문제에 사사건건 개입한 유엔사에 대해 우회적인 압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오전 북한군은 중부전선 GP에서 우리 군 GP를 향해 14.5㎜ 고사총 4발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은 사격 원점으로 추정되는 북측 초소를 겨냥해 K-3 경기관총과 K-6 중기관총으로 30여발을 사격했다.

유엔사 다국적 조사단은 북한군 GP 총격 사건 이튿날인 지난 4일 오전 6시30분께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속 스웨덴·스위스 인사들과 함께 총격이 벌어진 장소에서 실사를 벌였지만, 북한군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유엔사는 조사 22일만인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2020년 5월3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간 감시초소 총격사건을 조사한 결과 남북한 양측 모두가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양측의 고의성, 우발성 여부 등을 떠나 총탄이 어떤 이유에서든 MDL을 넘어 격발됐기 때문에 남북한 모두가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날 유엔사의 조사 결과 발표 뒤 바로 입장문을 내고 "우리 현장부대는 당시 북한군의 총격에 대해 대응매뉴얼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엔사의 이번 조사결과가 북한군의 총격에 대한 실제적 조치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유엔사 조사 결과에 대해 반박한 것은 일차적으로 이번 GP 총격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인해 떨어진 군의 사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군에 대한 조사 없이 일방적으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발표된 유엔사의 조사 결과에 정면으로 반박함으로써 우리 군의 대응 조치가 적절했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그동안 DMZ 출입과 MDL 통행 등에 권한을 가진 유엔사가 사사건건 남북관계에 개입한 것에 대한 정부 차원의 우회적 불만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18년 8월 유엔사는 남측 인력과 물자, 기자재 등의 MDL 통행을 불허해 남북 철도 공동조사를 무산시킨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통행 48시간 전에 신청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으나, 그 뒤로 정부와 유엔사 간에 묘한 '긴장감'이 생겼다.

실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유엔사의 출입 통제권에 대해 "비군사적 성격의 비무장 출입과 관련해서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유엔사의 권한에 대한 의구심을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이끈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최근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해 진행된 '창작과비평' 2020년 여름호 대담에서 유엔사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월권을 행사하려 한다"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특히 "(물자 등이) 통과하는 것만 확인만 하면 그만인 것을 통과를 시킬지 말지 무슨 권한이 있는 것처럼 하는데 빨리 정상화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8월에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검증이 이뤄진 '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에서 주한미군이 유엔사의 권한 확대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져 한 차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사령관은 평시 군사정전위원회의 가동과 중립국 감독위원회 운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 DMZ 경계초소 운영, 북한과의 장성급 회담 등 정전협정과 관련 업무만 맡는다.

그러나 전작권 검증 당시 미국 측은 한국군이 전작권을 가져간 이후에도 평시 군사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유엔군사령관이 한국군에 작전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훈련 시나리오에 반영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유엔사의 권한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져 오면서,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의 발표가 우회적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과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나왔던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유엔사에 대해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냈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GP 총격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북한의 반발 가능성 등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입장문에서 "우리 군은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9·19 군사합의'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적극 뒷받침할 수 있도록 DMZ 등에서의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도 지속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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