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코로나19 책임론 공방이 무역·경제전쟁을 넘어 안보·군사·인권 등 전방위로 확산돼 ‘패권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중간의 ‘신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국제사회는 코로나19의 진원과 확산 경로의 진의를 밝힐 것을 중국에 요구했지만, 중국은 적반하장으로 2019년 10월 우한(武漢)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들이 바이러스를 심었다는 주장으로 미국에 책임을 전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의 미국 내 확산을 사실상 중국의 ‘공격(attack)’에 비유하고 있으며, 지난 5월 15일 코로나 사태 책임 회피를 이유로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 있다며 ‘대결별’을 암시했다. 이튿날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구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월 23일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국내 시장의 우위를 이용해 국제 시장의 위험을 없애야 한다. 국내와 국제의 쌍순환을 촉진하는 발전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5월 25일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미국을 포함한 서방 전체와의 관계 단절 등에 대비해 그간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이 아닌 국내 시장 개척에 초점을 맞춘 새 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중 관계단절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로 미국과의 갈등이 심해지자 자력갱생(自力更生)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늘릴 수 있는 환율 카드를 꺼냄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미·중 경제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또한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안은 미·중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뇌관이다. 미국이 보안법 제정에 대응해 경제·통상 분야에서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등 보복을 시사하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조치를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남중국해 군사훈련, 친미 국가 중심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 등으로 양국 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미·중의 ‘신냉전’은 이념전쟁이다. 양국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패권 확장에 집착하고 있다. 전쟁의 두 축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다. 미국은 중국을 지금 제어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역전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고, 여기에는 공화당·민주당의 의견이 일치한다. 중국도 205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G1국가가 되겠다는 ‘대동사회(大同事會)’의 야망에 차 있다.

향후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태풍의 눈인 대한민국은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이 국내로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재편될 세계 질서에 적응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코로나19로 4월 수출은 전년대비 무려 24%나 급감했고 무역수지가 99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안미경중(安美經中)’ 구조를 지닌 한국은 고난도의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국익을 위한 전략 마련에 정파를 초월한 중지를 모아야 한다. 또한 세계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편으로 형성될 국제정세의 흐름에서 벗어나면 안 되며,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가치동맹’을 중심에 두고 실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현 정부는 친중 편향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

백신 개발이 되기 전 2~3차 감염 확산이 예상되는 최악의 비상 상황에 정부와 기업은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전개될 비대면(Untact) 비즈니스 확대, 세계화의 후퇴, 보호무역의 부활 등 글로벌 산업·통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전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규제철폐를 전광석화처럼 실행해야 하며 노동 분야의 개혁도 시급하다.

기업은 미국시장과 중국시장에 각각 유리한 업종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분산시키는 전략을 선제적으로 펴야 한다. 반도체 등에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보복 불똥이 튈 것에도 대비해야 하며 40%에 달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전 세계로 다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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