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모찌 살인사건’으로 9년째 복역 중···호소 왜?

A씨가 보낸 편지.
A씨가 보낸 편지.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일요서울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지방의 한 교도소 수감자가 보낸 투서다. 수감자 A씨는 “살인죄를 지은 죄인이 무엇을 바라겠습니까?”라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A씨는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 사건의 주범이다. 그러나 A씨는 자신도 억울한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건에 관여한 다른 인물‧기업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책임을 피할 수 없고, 당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A씨가 주장하는 사건을 살펴봤다.

“ㄱ기업, 약속한 바와 다르게 입막음 비용만 줬다”

“국정원 실장 개입···B전무 경질 안 했으면 살인 없었을 것”

A씨는 지난 2011년 1월에 ㄱ기업 전무인 B씨를 만나 경기도에 위치한 한 온천 및 토지(3만3150여 평)를 116억 원에 중개했다고 운을 뗐다.

당초 A씨가 해당 온천 및 토지를 취득하려고 매수인이 돼, 매도인 측에게 토지 10만8000여 평과 온천을 300억 원에 매매 계약했다고 한다.

A씨는 매도인 측에게 1억 원을 지급하고, 약정계약을 했다. 그러나 나머지 대금인 299억 원을 기한 내에 지급하지 못해 계약 해지 통지를 받았으며, 계약금 1억 원을 손실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ㄱ기업 전무인 B씨와 고인(살인사건 피해자)이 된 C씨가 A씨에게 매수 의사를 밝혔고, 지난 2011년 1월 ㄱ기업에 당초 A씨가 계약했던 토지의 일부인 3만3150여 평을 116억 원에 중개했다고 한다.

“B씨의 간곡한 부탁”

ㄴ기업 ‘계약 해지’ 묘책은?

앞서 2010년 9월 경기도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A씨는 경기도 소재 측량회사 관계자 D씨와 동석, ㄱ기업 전무 B씨에게 매수인으로 계약을 했다가 해지돼 입은 손실금(계약금) 1억 원을 포함한 2억5000만 원의 중개 수수료를 요구했다. A씨는 ㄱ기업 전무 B씨를 D씨로부터 소개 받았다고 설명했다.

B씨는 A씨의 요구에 흔쾌히 승낙하며 ‘꼭 매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다른 자리(당시에도 D씨 동석)에서도 같은 내용을 확답했다. 같은 장소에서 C씨(살인사건 피해자)와 두 차례 동석한 자리에서 B씨는 매매가격과 중개 수수료를 확정지었다고 A씨는 전했다.

B씨는 해당 토지를 매수하기 위해 시중은행 경기도 소재 지점 두 곳에서 170억 원 예금 잔고증명을 발급 받아 A씨에게 줬다. 또 중개인 A씨를 대리인으로 해 3만3150여 평 토지를 116억 원에 매수하겠다는 ‘매수대리 위임장’, ‘매수 의향서’를 작성해 매도인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중개가) 진행되던 중 물건이 2010년 12월에 ㄴ기업 회장에게 310억 원에 계약됐다”고 적었다.

이어 “다른 곳으로 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을 들은 B씨는 나를 다시 만났다. B씨는 자신이 ㄱ기업 회장과 함께 ㄱ기업과 ㄷ기업을 창업했고, 대표이사를 한 적도 있으며 ㄱ기업 이사(임원)라면서 ㄱ기업의 공장을 신축하고 은퇴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B씨는 절박하게 방법을 찾아 달라고 사정했다고 한다. 이미 지역 시청에서 해당 토지에 대한 공장 신축 사전심의를 마쳤기 때문이다.

A씨는 방법을 모색했고 B씨에게 묘책을 제시했다. 여기에 소요되는 경비 지원을 받기로도 확정 받았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의 묘책은 한 인물을 개입시키는 것이었다. 각별히 지내던 지인, 국정원 실장에게 ㄴ기업 부동산 계약을 해지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국정원 실장은 곧바로 ㄴ기업 최대 매출처를 알아냈고, 최대 매출처를 통해 ㄴ기업을 감사 압박 및 해당 토지 계약 해지를 요구해 해지 동의에 이르렀다고 A씨는 밝혔다.

정리하면 당초 A씨는 경기도 소재 온천 및 토지를 계약했지만 기간 내에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고, ㄱ기업이 토지 일부에 대한 매수 의사를 밝혔다. 중개가 진행되던 중 ㄴ기업이 해당 토지를 계약했고, ㄱ기업 전무 B씨의 요청으로 A씨는 지인인 국정원 실장을 통해 ㄴ기업의 계약 해지 동의를 얻어냈다는 주장이다.

“매매 관련 일로

살인 저질렀다”

A씨는 국정원 실장을 개입시키는 과정에서 술 접대 2회 비용 500만 원, 현금 지급 2000만 원 등 총 경비로 2500만 원을 사용했다. 사용할 때마다 ㄱ기업 전무 B씨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B씨는 모든 진행 과정을 ㄱ기업 회장에게 보고했고, 회장의 지시를 받은 뒤 A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A씨는 “(ㄴ기업 계약 해지 동의 소식을 듣고) B씨가 매우 만족해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토지) 매수 완료 후 비용 처리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되고 2011년 1월 ㄱ기업 사무실에서 ㄱ기업 대표의 승인과 지시로 (토지) 계약이 체결됐다”면서 “계약 체결 후 B씨는 ㄱ기업 회장과 전화통화를 나눴다면서 ‘회장님께서 A씨에게 꼭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나의 두 손을 꼭 잡고 잊지 않겠다고 했다”고 적었다.

또 “B씨는 ‘불가능을 가능케 한 A씨는 정말 위대하다’며 토지 잔금 지급 후 선물로 ㄱ기업 최고급 물건 2세트(약 1000만 원 이상)를 수수료와 별도로 주겠다고 자진해서 약속했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B씨가 나에게 포옹을 하며 약속에 대해 확언했다. 또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면서 “며칠 뒤 나는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준비에 나서려 했으나 갑자기 B씨의 전화가 왔다. ‘회장님에게 문책을 받아서 서울사무소로 대기발령됐다’며 서울사무소로 찾아오라고 했다. B씨는 문책 사유가 ‘ㄴ기업 계약 해지에 국정원이 동원됐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B씨는 중개인 지위는 유지될 것이고, 잔금 처리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진행될 예정이니 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이후 본 건 매매와 관련된 일로 나는 살인을 하게 됐다. 구치소에 수감돼 여러 차례 ㄱ기업 대표에게 수수료 2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통지했으나 답이 없었다. 중형 선고가 확실한 상황에서 변호사 선임료도 지급하지 못했다”며 “여러 차례 ㄱ기업에 수수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던 중 참여재판 3일 전에 ㄱ기업 직원이 구치소로 면회를 와서 1억 원을 보여주며 ‘더 이상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고 중개인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는 각서에 날인하면 (1억 원을) 주겠다’고 했다. 당장 변호사 비용 3000만 원과, 공탁금 5000만 원이 필요했기에 ㄱ기업 요구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이후 A씨는 23년 형을 받고 지난 2012년 6월 지방 교도소에 수감됐다.

ㄱ기업 측 관계자

“본사에서 확인 불가”

지난 2014년 ㄱ기업 상대로 1억5000만 원(앞서 받은 1억 원 제외)과 경비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A씨는 전했다. 당시 A씨는 증인 B씨를 위증죄로 고소했고, 결정적인 증인이었던 D씨는 법원으로부터 과태로 추징을 당하면서도 증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1심에서 패소해 항소를 했으나 소송 비용조차 없어서 항소를 포기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ㄱ기업과 ㄷ기업에 관련 내용을 이행하라고 통지했지만 계속해서 반송하고 있다. ㄱ기업 B씨를 만나지 않았으면 C씨를 살해하지도 않았을 텐데...살인죄를 지은 죄인이 무엇을 바라겠습니까”라며 “죄로 인해 나의 가족들도 고통 받고, 함께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들이 각처로 헤어져 가정이 해체된 상태다. ㄱ기업 대표와 ㄱ기업‧ㄷ기업을 창업한 회장에게 수차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듣지 못했는지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실 계약금 1억 원, 중개 수수료 1억5000만 원 등 총 2억5000만 원과 계약을 위해 소요된 경비 2500만 원, ㄱ기업 최고급 물건 2세트 지급의 약속을 어기고 1억 원만 지급했다”면서 “ㄴ기업이 계약했던 부동산을 ㄱ기업 회장이 B씨에게 대리, 나와 공모해 국정원 직원을 동원했다. 또 ㄱ기업 회장이 B씨를 경질하고 진실을 감추지 않았더라면 내가 C씨를 살해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내용에 대해 ㄱ기업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ㄱ기업을 홍보한 지 6년 정도 됐다. 수차례 같은 건으로 연락을 받아 본사에 내용을 확인한 바 있다”면서 “3~4년쯤 본사 측에 요청을 드렸는데 B 전무라는 분은 오래전에 퇴사하셨고, A씨가 좀 안 좋은 다른 건으로 교도소에 계시면서 이런 투서를 보내는 거고…ㄱ기업 측에서는 이거와 관련된 내용을 모른다고 하시더라. 연락 오신 분들에게 그렇게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B씨가 ㄱ기업 대표였던 사실, 해당 사건에 대한 내용도 모르는 상태였다. 관계자는 “기업 내부에 홍보팀이 없다 보니까 취재 요청이 왔을 때 본사에 요청하면 한참 건너 이야기를 전달 받아야 하고…과거 문의로 ‘B씨라는 분이 (기업에) 있냐’고 왔을 때 그분(B씨)이 계신지 안 계신지 찾는 데도 굉장히 오래 걸렸다”면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몰랐다. 본사에 보고하면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전했다.

기자는 ㄱ기업에 전화‧메일 등 여러 수단으로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홍보대행사를 연결해 줄 뿐 다른 답변을 주지 않았다.

가방모찌 살인사건인가

지난 2011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일명 가방모찌 살인사건이다. 가방모찌란 어떤 사람의 가방을 메고 따라다니며 시중을 드는 사람을 뜻한다.

지난 2011331A씨가 고교 동창인 C씨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프집에서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는데, A씨는 경찰에서 “(C씨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를 때리며 돈도 빼앗았다. 책가방을 들게 하고 심부름도 시켜 나는 사실상 가방모찌였다. 졸업 후에도 나를 괴롭혔다고 진술해 언론에서는 해당 사건을 가방모찌 살인사건이라고 이름 지었다. A씨와 C씨는 경기도 소재 한 고등학교 동창이자 사업파트너 관계였다.

무기징역이 구형됐던 A씨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이 지난 2011720일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A씨에 대해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06월 경기도 소재 주식회사 ㅇㅇ 소유의 부지를 300억 원에 인수하는 약정을 체결했고, 그 일을 추진했으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중도 해지됐다. 20108월경 피해자 C씨로부터 그룹 회장 등과 인맥이 있어 투자금을 마련할 테니 공동으로 ㅇㅇ 소유 부지 매입사업을 추진하자는 제안을 받고 피해자 형으로부터 10억 원을 차용하는 등 함께 투자금을 구하러 다녔다.

그러나 A씨와 C씨가 해당 부지 매입자금 조달에 실패해 매입이 무산될 상황에 이르게 됐다. A씨는 C씨와의 합의에 따라 C씨 형으로부터 차용한 금액 중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했으나 손실을 보게 되자 사업 실패 및 투자금 손실에 부담감을 갖게 됐다고 적혀 있다.

게다가 A씨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식투자금을 조달한 C씨로부터 ㅇㅇ 인수 건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너뿐만 아니라 너의 가족들도 가만히 안 둔다라는 취지의 협박까지 듣게 돼 상당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고 명시돼 있다.

A씨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C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흉기를 구입해 서울 강남구의 한 호프집에서 C씨를 살해했다고 적혀 있다.

결과적으로 C씨가 고교시절 자신을 괴롭혔기 때문에 살해했다는 주장, 온라인에서 숨진 C씨를 모욕하는 분위기는 C씨 측 증인으로 나선 20여 명의 동창들의 증언으로 뒤바뀌었다. 증인들은 고교시절 괴롭힘이나 겁박도 없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당초 가방모찌의 반란처럼 여겨졌던 이 사건은 토지 관련 이해관계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 현재까지도 국내 역대 반전 사건으로 회자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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