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을 비롯한 보좌진 및 당직자들이 지난 4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편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몸싸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 의원을 비롯한 보좌진 및 당직자들이 지난 2019년 4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편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몸싸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동물국회'의 단초였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패스스트랙 지정 절차'가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을 27일 내놓은 가운데, 29일 법조계에서 "헌재(憲裁)의 양심이 권력 눈치를 보다가 실종됐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앞서 오신환 미래통합당(과거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권한쟁의 심판'이란 상호 국가기관의 권한 상의 마찰이 있을 경우 헌재의 중재를 요구하는 행위다.
 
오 의원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배경에는 지난해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 있다. 당시 바른미래당은 사개특위 위원인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상임위 이동)안을 국회 의사국에 제출했다.
 
오 의원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내 일부 의원들은 반대했으나 문 의장이 결재하면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됐고, 오 의원은 이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그런데 헌재는 이에 대해 5대 4 의견으로 권한 침해 및 무효 확인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이번 사건의 위원 교체 행위는 사개특위 의사를 원활하게 운영하고 사법개혁에 관한 국가정책결정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가 자율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자유위임원칙이 제한되는 정도가 헌법적 이익을 명백히 넘어선다고 단정키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조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김태훈)'은 29일 오후 일요서울에 "이번 결정은 누구보다도 법관의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단을 내렸어야 할 헌법재판소의 결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실망스럽다"라고 밝혔다.
 
'한변'에 따르면 헌법 제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은 정당 등의 특수이익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한 국가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자유위임관계를 보장하고 있다"며 "국회법 제48조 제6항에도 위원 교체 시 임시회의 경우 회기 중 교체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변'은 "문언의 통상적 해석이나 그 입법경과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자유위임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개선(위원 교체)행위는 헌법상 보장되는 자유위임의 원칙을 명백하게 위반하여 국회의원의 헌법과 국회법으로 보장받는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위원 교체가 오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헌재의 다수 판단과 다른 셈이다.
 
또한 '한변'은 "헌법의 구성원리인 대의민주주의와 자유위임원칙을 무시하고 국회의장이 명시적인 국회의원의 의사에 반하여 멋대로 그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한 이번 결정은 누구보다도 법관의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단을 내렸어야 할 헌법재판소의 결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마저 권력의 눈치나 보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현 정부 및 압도적 다수의 여당과 다른 입장에 처해 있는 상대적 약자인 국민들은 과연 누구를 믿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라며 "이게 바로 '새로운 독재'체제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9명의 헌법재판관 중 4명(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의 재판관도 '오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이 사건 개선(위원 교체)행위는 오 의원을 배제시키기 위해 요청돼 그 의사에 반해 강제로 이뤄진 것"이라며 "오 의원의 사개특위에서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 자의적인 강제사임에 해당해 자유위임에 기초한 국회의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 로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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