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무시한다고 생각” 3시간 방치···1심서 ‘징역 6년’

사망 사고. [그래픽=뉴시스]
사망 사고.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5세 딸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40대 여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여성은 선고 내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오열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병원 의료진 신고로 체포···신체 곳곳 ···아이 상태 심각

숨진 아이의 엄마인 A(43)씨는 지난해 12월26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5세 딸 B양을 여행용 가방에 집어넣고 약 3시간 동안 방치했다. 그 결과 B양은 질식사했다.

A씨는 딸이 거짓말을 일삼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혼내줘야겠다며 B양을 가방에 가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6월 A씨는 8세 큰딸과 5세 B양이 거짓말을 하고 불손한 말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효자손으로 엉덩이를 수차례 때리는 등 5회에 걸쳐 학대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딸이 숨진 당일 “아이가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다. 살려 달라”고 울면서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의료진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B양의 신체 곳곳에 멍이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의료진의 신고로 A씨는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병원 관계자는 “엄마가 아이가 반응을 안 해서 물을 한 바가지 끼얹었는데도 반응이 없다면서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상태가 심각했다. (이와 관련해) 엄마는 ‘오늘은 때리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말을 안 들어서 혼냈다’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이웃 주민은 일부 언론에 “아이를 폭행하는 소리를 한 40분 정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그러나 층을 확실하게 모르니까. 어쩌다 엄마가 훈육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심하니까 걱정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A씨는 체포된 지 3일 만인 지난해 12월29일 구속됐다. 또 검찰에 구속송치됐고, 결국 지난 1월 구속기소 됐다.

앞서 일부 언론을 통해 B양의 익사 가능성도 제기됐다. 병원 의사가 “(숨진 아이의) 손이 물에 젖어 불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익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였다. 이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 의사 소견으로 익사는 아닌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모친, 첫 법정서

“내가 그랬다”

A씨 측은 지난 3월 첫 공판준비기일 당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구속 상태로 법정에 출석한 A씨는 고개를 들지 못했고, 눈물만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재판부의 요구에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A씨 측은 산후우울증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서와 평소 모녀 관계가 원만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영상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A씨 측이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재판에서 별도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2일 열린 재판에서는 1심이 A씨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창형)는 A씨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7년간 아동 관련 기관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문제는 성장단계 아동의 정서 및 건강에 영구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며 “학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 아동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도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극적 사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목숨을 잃게 된 피해자의 죽음은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것이고, 이에 더해 피고인으로부터 학대당하고 가족을 잃게 된 남은 큰딸에게도 성장 과정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죄책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법원 “모든 사정 고려해도

행위‧결과 중대하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인정하고 자식을 잃은 슬픔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어려서부터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고, 산후 우울증 증세를 보였으며 채무로 인한 심적 부담까지 더해져 두 자녀가 자신과 다르게 살도록 훈육에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의 훈육방법은 매우 잘못됐으나 자녀들이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피해자들도 평소 피고인을 잘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살해 의사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고 평생 죄책감으로 살 것으로 보이며, 형사처벌 전력 등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하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의 아버지인 피고인의 배우자로부터는 아직 용서를 받지 못했다”며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사람마다 평가가 많이 다를 수 있지만 모든 사정을 고려해도 행위와 결과가 모두 중대한 이 사건에서 양형기준에 미달한 형을 선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날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재판 내내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오열했다. 선고를 마친 후에는 울음을 참으며 재판부에 인사를 한 뒤 다시 돌아갔다. 방청석에 앉아 선고를 지켜보던 가족들도 눈물을 보였다.

한편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이 13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아동학대 사망 아동이 132명에 달한 것.

가정 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가해자는 임신을 원치 않았거나, 사업 실패, 양육지식 부족 등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폭력, 아동학대가 의심되거나 발견할 경우 국번없이 112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이지킴콜 112’ 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또한 여성긴급전화 1366(지역번호+1366)을 통해서도 피해자의 신고접수 및 상담, 관련기관이나 시설과의 연계, 피해자에 대한 긴급 지원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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