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최근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및 정의기억연대 간의 논란이 한창이다. 멍든 가슴의 할머니들을 앞세워 속칭 ‘앵벌이’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자체도 지탄받고 있지만, 친일파 논쟁이나 출신 지역 논쟁 및 배후 음모론으로 몰고 가려는 모습은 더 볼썽사납고 가련하기까지 하다. 

그동안의 논쟁은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내용 사전 인지 의혹 하나만 빼고는 수요집회 기부금 유용 의혹,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아파트 매매자금 출처 의혹, 안성 쉼터 고가매매 의혹 등 모두 돈과 관련된 내용이다.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합리적 의심에 근거하여 기부금 금액이나 사용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 녹음기처럼 “회계상의 실수다.” 류의 변명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눈감아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투의 뉘앙스를 풍기는 해명이 더 기분 나쁘다는 국민들이 많다.

21대 국회 개원을 코앞에 두고 해명 기자회견을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모아 모금에 동참한 국민들로서는 씁쓸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불행의 씨앗은 돈이라고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토록 친했던 친구 관계도, 온 세상을 다 품을 것만 같았던 의기투합도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는 이유도 대부분 돈 때문이다. 하기야 개인 관계든 비즈니스든 돈이 개입되지 않는 관계는 별로 없다. 심지어 부부나 가족조차도 돈 문제가 많이 얽히고설키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돈 자체가 문제일까? 

세상의 모든 관계가 돈 때문에 불행하지 않은 이상, 돈 자체가 불행의 씨앗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돈이 아니라 ‘돈의 투명성’일 것이다. 동업의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잣대도 “돈의 투명성 문제를 어떻게, 얼마만큼 시스템화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특정 파트너가 전적으로 돈 관리를 맡을 수는 있지만, 돈 자체를 혼자 쥐락펴락해도 된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닌 것이다. 

지난 30년간 동업을 해 온 한 중견기업은 가업이 2대째 동업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돈 문제 때문에 한 번도 얼굴을 붉혀본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매달 장부를 서로 바꿔 보는 ‘크로스 체크’를 철칙으로 삼고 있다. 이 중견기업은 ‘정보의 투명성’까지 확보하기 위해 접대 자리에는 반드시 함께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돈의 크로스 체크에 이어 ‘정보의 크로스 체크’까지 하는 셈이다. 결국, 불행의 씨앗은 돈이 아니라 돈의 투명성을 확증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믿음으로 시작한 사이인데 꼭 그렇게 야박하게 확인하고 검증까지 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단언컨대 그럴수록 돈 문제는 더더욱 야박하고 독하게 관리해야 한다. 파트너가 나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의 크기만큼 나도 파트너에게 확실한 검증 방법을 제공해 줘야만 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아무리 믿는다고 해도 돈은 믿을 수 없다. 잘못한 사람은 사과로써 잘못을 무마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지만, 돈은 한번 사라지면 무마나 회복을 모르는 무서운 존재다. 돈의 투명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파트너가 이제 지겹다며 짜증을 낼 정도까지 보고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수입과 지출을 꼼꼼하게 검토해야만 한다. 그것이 ‘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그러나, 정의기억연대는 기부금 사용내역 공개나 외부회계감사에 대해서 순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 대해 너무 투명하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거부했다. 과연, 기부로 함께해 온 파트너가 정의로운 일이라고 믿고 고사리 손까지 나서서 거들어온 ‘국민’인데도 정말 가혹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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