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간의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한창이다. 협상을 방해할 만한 큰 이슈가 없으면 6월 초에는 21대 국회가 개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 임기가 오는 29일로 끝나니, 다음 날인 30일부터는 지난 4.15 총선에서 당선된 300인의 선량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4년 동안 짊어지게 된다. 21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지난 4.15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실력에 비해 너무 많은 의석을 얻은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이미 함께 당선인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15번 양정숙 당선인은 재산 형성과정 등이 문제가 되어 당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아 당과 척(隻)을 진 상태이고,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7번 윤미향 당선인은 이미 가장 유명한 21대 국회의원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 갖고 야당과 협상할 일이 아니다. 절대 과반 정당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全席)을 갖고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이 민주 원리에 맞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견 민주주의까지 들먹이고 옳은 소리를 한 것처럼 보이나 18대 총선에서 제1야당으로서는 보잘 것 없는 81석이었던 민주당이 103석의 제1야당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협치(協治)를 금지옥엽(金枝玉葉)처럼 여기는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윤호중 사무총장의 온화한 인품으로 보면 그 말이 본의가 아니라 야당과의 협상 전술의 일환으로 활용된 말이라고 생각되지만, 177석 거대 여당의 사무총장이라면 조금은 더 신중해야 했다. 권위주의 시대의 관행까지 들먹이며 야당을 압박하는 것은 조금 지나쳤다. 그가 언제까지 이해찬 대표의 복심 역할만 할 것인지 그를 아끼는 필자로서는 조금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지난 월요일에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총회에서는 국회의장 후보로 6선의 박병석 의원, 국회부의장 후보로 4선의 김상희 의원이 합의 추대됐다. 경쟁하는 후보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 민의를 받들고 거대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경선보다 합의 추대가 낫다는 해괴한 논리로 선의의 패배자를 양산하고 말았다.

앞의 양정숙 당선인, 윤미향 당선인의 두 사례는 더불어민주당의 인적 네트워크가 상당히 폐쇄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러한 인사와 관련된 문제는 두고두고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러나 윤호중 사무총장의 발언과 박병석 국회의장, 김상희 국회부의장의 합의 추대는 더불어민주당의 현 시국을 보는 관점과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내다보는 그들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지난 10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정당들이 야당이었을 당시, 2010년 지방선거를 비롯하여 몇몇 주요선거에서 승리를 한 적이 있었다. 당 지도부는 그러한 승리를 자신들의 공적으로 내세웠지만, 당의 비주류들은 한결같이 선거 승리의 원인을 정부여당의 실정에서 찾았고 당 지도부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데 인색했다.

선거 승리의 원인을 찾자면 수십 가지도 넘겠지만, 정부여당의 실정이 되었든 야당의 무능이 되었든 상대편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아직까지는 한국정치사, 한국선거사에서는 수월한 방법이다. 지난 4.15총선의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승리도 야당의 무능에서 찾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렇지만 야당이 무능하다고 국민이 무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더불어민주당이 깨닫지 못한다면 20대 대선 장담 못한다.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은 언제나 강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