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28일 통합을 공식선언했다. 지난 2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응을 위해 창당했던 미래한국당은 113일 만에 통합당에 합류했다. 그동안 한국당은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독자노선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한국당 원유철 대표의 임기 연장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하려 했던 것이다. 한국당 당선자들 일부는 통합은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아니다”, “(우리에게) 공천을 준 사람이 누구냐며 통합당과의 합당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추천, 국고보조금 등 정치적으로 도 많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민주당이 열린민주당을 통해 교섭단체를 얼마든지 구성할 수 있다고 보고, “통합은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 인사 영입작전에 나서는 등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통합당 지도부가 각개전투 형식으로 한국당 의원들을 압박하면서 한국당 지도부 등은 사실상 백기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전말을 따라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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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합당 선포식을 열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양수, 김상훈 의원, 원유철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염동열 의원, 최승재 당선인. 뉴시스

김종인-통합당 전략가 합당 시기늦추려 했다!
-  한국당 지도부 백기투항사연 들어보니

4·15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기 이틀 전인 413. 총선 참패론이 확산되면서 통합당 내에서는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와 관련한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공식선거운동이 한창일 당시 기자와 만난 통합당 한 인사의 말은 흥미로웠다.

원 대표가 딴 마음을 먹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원 대표가 자신의 재판 과정에 유리하도록 합당을 미루려 할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 당직을 내려 놓지 않으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원 대표로서는 야당 핵심 당직을 유지해야 재판 과정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야권 일부 인사들의 진단이었다. 여권에서도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합당 여부 등을 살펴보거나 향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진 뒤 합당을 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예측은 적중했다. 미래통합당과 한국당과의 통합을 두고 전망이 엇갈렸다. 한국당은 통합당과의 통합에는 이견이 없지만 시기와 절차를 거론하며 통합에 미적거리기 시작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통합이냐’, ‘독자노선이냐는 갈림길에 놓였던 것이다.

공수처장 추천, 열린민주당 상황 지켜본 뒤 통합하자

그런데 한국당 내에서 기류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통합 대신 독자노선 행보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얘기가 뒤를 이었다. 통합 얘기만 나오면 전제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실제 통합당이 조건 없는 즉각적 합당을 주장하면 한국당은 통합당의 차기 지도부 구성 문제가 일단락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통합 방식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통합당의 일방적 흡수 합당이 아닌 당대당 통합을 요구하는 등 통합 의지가 약해졌다.

더구나 원유철 대표의 임기 연장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당 내에서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위한 물밑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한 의원은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원내교섭 2개를 가질 때 시너지 효과가 있다. 특히 민주당이 177석의 거대 여당인 이상 원내교섭단체 1개로는 여당을 견제하는데 무리가 있다현역의원 1명만 영입하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당 의원(3)들과 긴밀하게 얘기가 진행되고 있었고, 합류할 가능성도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합당이 무조건 합당만 외친다전략적으로 통합을 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특히 통합당 의원들 중 한국당과의 합당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한국당 독자노선에 힘을 실어줬다. 통합당 전략가로 통하는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했으나 여전히 최강욱 대표가 있는 열린민주당은 여전히 비례대표 위성정당으로 남아 있다. 통합당이 무조건적인 통합을 외치기보다는 여당의 움직임을 살펴본 뒤 통합을 해도 늦지 않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임명이 무산되거나 하면 민주당은 얼마든지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에 의원 꿔주기를 통해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여당의 상황을 보고 통합을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최종 후보가 된다. 7명 중 2명은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정당의 몫인데, 2명이 반대하면 추천작업이 늦어진다. 여당이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는 21대 국회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야당 2명에서 1명으로 바꾸는 등의 법안 개정으로 출범 시기를 앞당기거나 아예 열린민주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 1명을 추천할 수도 있다.

한국당 호남 공략부터 황교안 대선 전초기지

흥미로운 것은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합당 시기를 늦추는데 동의했다는 점이다. 원유철 대표는 미래한국당의 X파일을 해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동안 비공개된 사실을 말씀드린다“4·15총선이 끝나고 얼마 지나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당시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당의 선전을 축하해주면서 통합당의 지역 취약성을 지적했다반면 한국당의 당선자 가운데 영남 출신은 4명인데 호남 출신은 5명이나 당선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김 위원장은 진정성을 가지고 호남으로 다가서면 좋겠다면서 그 역할을 앞으로 한국당이 당분간 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통합당과 한국당이 전국 정당으로 발전돼 가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합당을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한국당의 정치적 자산을 잘 살려보라는 말이었다고 전했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통합당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여론이 다소 높았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통합을 하더라도 상임위원 구성 등을 한 뒤 합당해야 한다며 통합할 경우 한국당 의원들이 손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더구나 한국당 비례대표 일부 의원들은 당 공천을 누가 줬느냐며 황교안 전 대표와 원유철 대표에게 충성하는 듯한 말을 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가 황교안 전 대표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21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황 전 대표가 향후 정치권에 복귀하려할 때 미래한국당이 플랫폼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당은 21대 총선과정에서 황 전 대표가 사실상 창당을 주도했다. 한국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기위해 통합당에서 당적을 옮긴 의원들 대부분이 친황계’(친황교안계)로 분류된다. 황 전 대표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과정에서도 상당부분 개입했고, ‘한선교의 난을 사흘만에 제압하고 공천을 모두 원점으로 돌렸다.

통합당 투트랙 전략에 백기투항한 한국당

이런 움직임에 대해 통합당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통합당 한 인사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당선됐던 것은 통합당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왜 목소리를 내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원 대표의 재판, 황교안 전 대표 복귀 플랫폼 역할론 등 한국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통합당이 여론전을 펼치며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실제 통합당에서는 2022년 정권교체 등을 거론하며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고, 물밑으로는 각개전투 전략을 펼쳤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국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통합 필요성을 역설하며 압박했다.

특히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출신으로 예비역 중장인 한국당 신원식 당선자가 동료 의원들을 적극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또 총선을 앞두고 통합당에서 파견됐던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들도 분열이 장기화·고착화할 수 있다면서 당무 거부에 돌입하는 등 한국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로 인해 손발이 없어진 한국당 지도부로서는 백기투항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이기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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