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운명을 가르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의 정치 인생의 항로를 좌우할 대법원 판결이 임박했다. 이르면 대법원 판결이 6월 중순경에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가 무죄를 받게 되면 대선주자로서 날개를 달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도지사직도 잃게 되고 대선 플랜도 멈춰서게 된다. 이 지사의 대법원 판결이 임박하면서 정치권 내에서는 김생이사(金生李死)’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을 무사 통과하기 위해 공개변론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지사의 공개변론 신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단에 따라 대권 지형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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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지사측 변호인 대법원 공개변론 신청...유죄시 대권지형 요동
- 李 기사회생여권엔 득일까 독일까 찬반분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0186.13 지방선거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지사는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친형 강제입원관련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9월 상고했으나 이후 8개월 넘게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상고심 판결 일정은 지난해 125일인 선거법상 선고 시한을 이미 넘겼다.

당선 무효형 확정되면 지사직 상실, 대선도 못 나가

이 지사가 2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은 이유는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지시해놓고 TV토론회에서 이에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숨겼다는 점에서다.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경기도지사 당선은 무효가 되고 피선거권도 5년간 제한되면서 2년 가까이 남은 대선에도 나갈 수 없게 된다. 또 이 지사는 선거보전비용 38억원도 토해내야만 한다.

이 같이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갔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서 신천지에 강력 대응하는 등 발 빠른 대처로 주목을 받았고 재난기본소득 이슈도 선도했다.

친문과의 거리 좁히기와 당 내 인사들과의 소통 강화로 당내 기반 확대에도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부산 친문 이재강씨를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했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도 최근 자주 통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에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방문해 호남지역 당선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고 지난 22일에는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 부산시의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 지사의 이 같은 행보 속에 대선주자 지지율은 쑥쑥 상승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실시한 5월 정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28%를 얻어 1위를 차지한 이낙연 전 총리에 이어 이재명 지사(11%)2위로 올라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생이사괴담, , “대선출마 마음에서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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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가 이처럼 대선주자로서 경쟁력을 키워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에 파다하게 퍼진 김생이사(金生李死)’설은 이 지사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김생이사2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살리고 대법원 판결만 남은 이 지사는 죽일 것이라는 정치 괴담이다. 그러나 정치적 판단으로 이 지사를 죽이고 김 지사는 살린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괴담이고 죽이면 둘 다 죽이고 살리면 모두 다 살릴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는 지난 2월 페이스북을 통해 잠깐의 희망 고문을 지나 내 목은 단두대에 올려졌고, 이제 찰나에 무너질 삶과 죽음의 경계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집행관의 손끝에 달렸다라며 초조함을 표출했다. 그는 최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인터뷰에서는 제가 마음에서 (대선 출마를) 지웠다제가 그거(대선 출마 과정에서) 잠깐 회까닥해서 그러는 바람에 엄청난 손해를 봤다고 몸을 낮췄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여러 각도로 돌파구 마련을 시도해왔다. 일단 정치권 안팎의 이 지사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 제출 움직임은 이 지사에게 힘이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전국 14개 시·도지사는 지난해 11도정 공백으로 1350만의 경기도민이 혼란을 겪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지사도 직접 나섰다. 그는 지난해 11월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대법원이 신청을 인용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면 상고심 선고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지사가 상고심을 늦추기 위해 지연 전략을 편 것이란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최근에는 변호인을 통해 대법원에 공개변론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지사의 공개변론 신청은 서면 심리로만 끝내는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아 우호적 여론으로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개변론은 대법원이 심리하는 사건 중에서 사회적 가치 판단과 직결된 주요 사건인 경우에 해당 분야 전문가나 참고인의 의견을 듣는 것을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390(서면심리에 의한 판결)상고법원은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변론을 열어 참고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개변론 사례로는 가수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사건과 2016년 권선택 대전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2018년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병역법 위반 사건 등이 있다.

이 지사 측은 공개변론 신청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중대한 헌법·법률적 쟁점이 있고 사회적 가치의 변화와 관련해서도 각계의 의견을 직접 청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직자의 적법한 공무집행(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진단)도 그 대상이 형님이라는 이유로 부도덕한 행위가 된다는 취지에서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승부수, ‘공개변론카드 던져

이 지사는 지난 25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공개변론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적법한 공무 집행을 지시한 사실을 말하지 않아서 관계없다라는 거짓말을 한 것과 같다. 침묵이 죄다. 침묵으로 거짓말을 했다, 이렇게 지금 판결을 받은 상태라 저는 나름대로는 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등법원이 그렇게 판결까지 했으니 국민들의 입장에서 전문가들을 불러서 침묵한 걸 처벌하는 게 타당하냐. 이게 표현의 자유 침해 아니냐. 적법한 행위를 했는데 그것을 말하지 않은 게 선거에 도대체 무슨 영향이 있다는 거냐.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아직 위헌법률심판 제청 여부와 선고 일정도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공개변론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수용하면 이 지사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주심을 맡은 노정희 대법관이 민변 출신으로 진보 성향이라는 점이 이 지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법적 판단은 다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재명 살면 분열 씨앗’ vs ‘친문 이재명 필요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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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은 이 지사 개인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대선구도 전체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무죄를 받을 경우에 민주당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 판결 무사 통과로 이 지사가 대권 가도에 날개를 달게 될 경우 대선 정국에서 이 지사 지지층과 친문이 대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반대로 이 지사가 지사직을 상실할 경우 여권에도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권의 잠룡들이 하나둘 무대 위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사까지 대권 레이스에서 내려온다면 다양한 후보군으로 대선 경선을 흥행해야 하는 여당 입장에서는 득될 것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친문이 대선 판을 키우기 위해 이 지사를 끌어안으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친문 핵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이 지사 측근들과 만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하는데 이 지사는 당의 매우 귀중한 자산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총선 직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 지사에 대해 코로나19 과정에서 신속하고 전광석화 같은 일 처리, 단호함으로 매력을 샀다앞으로 상당한 지지율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29일요서울통화에서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하나둘 없어지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입장에서 주자들이 대통령에게 충성 경쟁을 해주든지, 경선 흥행을 위해서라도 경쟁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이재명 카드는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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