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월 차기 대선은 사이다 총리이낙연과 코로나 총리정세균의 진검승부가 될 것이다.”

지난 527일 더불어민주당의 21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이 열린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연출됐다. 민주당의 유력 차기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와 정세균 현 총리가 나란히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서울 종로 지역구 의원이라는 당선인 자격으로,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 총리는 축사자의 자격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다만 두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취재진의 관심은 집중됐다. 오는 20223월 차기 대선을 앞두고 두 사람이 민주당 대선후보 최종 경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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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차기구도, 뚜렷한 친문 전남북 총리.종로 국회의원 닮은꼴
- 丁, 장관·국회의장·총리 등 화려한 스펙에 합리적 이미지 강점

차기 대선의 향방은 사실상 이미 정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보수는 21대 총선을 거치며 폭망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웠지만 총선 참패에 따른 내상이 너무 크다. 보수의 부활을 거론하기도 조심스럽다.

게다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통합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권력의지를 내비치며 대권도전을 시사하고 있지만 상황은 매우 불투명하다. 이에 여의도 정치권에서 차기 대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집안싸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힘을 얻고 있다. 참여정부 말기 이명박 vs 박근혜라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대선 본선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의 정치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기대권 경쟁 조기점화이낙연vs정세균 신경전 치열

주인공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정세균 현 국무총리다. 앞서가는 쪽은 이낙연 전 총리다. 이 전 총리는 현 정부 전반기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부동한 신임을 바탕으로 실세 총리로 맹활약했다.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융단폭격에 시원스러운 답변으로 사이다 총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또 국무회의 석상에서는 문 대통령을 대신해 군기반장 역할을 하면서 실세 장관들을 벌벌 떨게 할 정도의 카리스마도 선보였다. 아울러 강원도 고성산불 현장을 찾아서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는 수첩총리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

추격하는 쪽은 정세균 현 총리다. 5선 의원과 국회의장을 지낸 정 총리는 풍부한 정치경륜이 강점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진두지휘하면서 코로나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민주당 계열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성공한 경제인 출신이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대권구도에서 경제문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 총리의 강점도 두드러지고 있다. 아울러 백봉신사상 최다 수상에 빛날 정도의 합리적인 이미지 역시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핵심 가치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두 정치인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는다는 호남발 남북전쟁의 시작이다.

이 때문에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은 국무총리는 출신은 대권 성공이 어렵다는 징크스가 깨지느냐 여부다. 흔히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불리는 국무총리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실권을 전혀 갖지 못한 대독총리로 불렸다. 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역대 정부에서 유력 차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김영삼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노무현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던 고건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이 전 총리는 97년 대선, 2002년 대선 패배에 이어 2007년에도 도전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고건 전 총리는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기를 다투는 빅3 후보였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 실패하며 중도하차한 바 있다."

총리는 유력 차기후보 자리에 오를 수는 있지만 대권도전은 결과적으로 늘 실패했다. 그만큼 총리 출신이 대권을 거머쥐는 건 어렵다는 논리다.

다만 차기대선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성공할 경우 총리 출신 대통령이라는 사상 최초의 기록을 세우는 셈이다. 우선 여권에 마땅한 차기주자가 없다. 민주당 최대 주주인 친문세력은 문재인 대통령 퇴임 이후 뚜렷한 2인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입이 없으면 잇몸이다. 친문세력으로는 외부주자를 수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년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적 양자로 선택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전 총리와 정 총리는 친문세력과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차기 대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나갈 수 있게 됐다. 양측 관계자는 차기 도전 여부에 극도로 말을 아끼지만 물밑 신경전은 치열하다. 민주당의 21대 당선인 워크숍에서 나타났던 미묘한 신경전이 단적인 사례다.

국회의원-국무총리 공통점언론인·기업인 출신 차이

이 전 총리와 정 총리는 국회의원을 거쳐서 국무총리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무주공산에 놓여있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점도 닮은꼴이다. 이낙연 vs 정세균의 차기 경쟁을 호남발 남북전쟁으로 부르는 이유다.

서울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도 공통점이다. 19·20대 국회 주인이었던 정 총리가 21대 총선에서 이 전 총리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의 상징성은 적지 않다.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들은 서울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 전 총리는 전남에서만 4선 의원을 지냈다.

특히 이번 총선과정에서 호남지역에서는 이른바 호남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민심이 표출됐다. 오죽하면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 후보자들마저 이낙연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구호를 내세울 정도였다.

정 총리 역시 서울 종로에서 재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정치적 고향은 호남이다. 전북에서 4선 의원을 지낸 후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정치적 결단을 감행했다. 정 총리는 특히 수도권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경력 탓에 호남후보가 대선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확장성의 한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차이점도 있다. 이제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시작은 달랐다. 이 전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언론인이다. 정 총리는 민주당에서는 드물게 기업인 출신이다. 이 전 총리는 언론인 시절 필명으로 이름을 날렸고 이를 바탕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 총리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정치인 시절 신망을 샀다. 4선 의원을 지낸 이 전 총리는 전남지사를 거쳐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올랐다. 정 총리의 정치적 스펙은 화려하다. 이미 10여년 전인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것은 물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원내대표·당 의장까지 모두 거쳤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도 지냈다.

특히 20대 총선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라는 대어를 누르며 전국적인 주목도 받았다. 국회의장 이후 정계은퇴를 선택하지 않고 국무총리에 도전하면서 대권을 향한 권력의지가 강력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 차기주자 1순위 영향력친문 등 당내 기반 우위

이 전 총리의 강점은 차기주자로서의 막강한 영향력과 대중성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차기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놓친 적이 거의 없다. 이 전 총리의 차기 행보는 사실상 거칠 게 없다.

지난해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이후 황교안 전 대표가 보수의 희망으로 떠오르면서 1위 자리가 위협받기도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이 전 총리의 차기 가능성은 21대 총선을 거치며 더 막강해졌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황 전 대표를 누르며 낙승을 거뒀다.

20%
안팎를 넘나들던 차기 지지율은 21대 총선을 전후로 대세론의 지표인 30% 안팎을 기록하더니 최근 일부 조사에서는 40%를 기록했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선호도다.

다만 이 전 총리의 약점은 적잖다. 바로 취약한 당내 기반이다. 아무리 대중성이 있더라도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대권을 거머질 수 없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여론조사에서 황 전 대표를 앞섰지만 취약한 당내 기반 탓에 대표에 오르지 못한 바 있다.

이 전 총리 역시 당내 기반을 보다 강화하지 못하면 압도적인 여론조사 우위에도 불구하고 당내 경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고를 거듭하던 이 전 총리가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최근 결정한 배경 역시 이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차기 당 대표에 올라 당내 기반을 공고화한 뒤 대권으로 직행하겠다는 의지다.

만일 민주당의 8월 전대가 별다른 경쟁없이 이낙연 추대분위기로 흐른다면 정치적 상처없이 당을 장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전 총리와 비교할 때 정 총리의 상황은 반대다. 차기주자로서의 영향력과 대중성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현직 총리로서 본격적인 자기 정치에 나설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다만 이 전 총리가 총리 취임 이후 곧바로 차기 대선주자로 수직상승한 점과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정 총리는 특히 코로나19 위기 정국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리더십을 선보였다.

정 총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지지는 아주 미약한 상황이다. 정 총리 측과 가까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본격적인 대선국면이 열린 이후 상황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 대선 임박 전략적 연대 가능성 높아

다만 당내 기반은 정 총리가 우위다. 정 총리는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문 대통령과 경쟁하기도 했지만 크게 봤을 때 여권 대주주인 친노·친문세력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 오랜 정치활동 속에서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들이 당 안팎 곳곳에 포진해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사시에 모두 정 총리의 정치적 후원세력이 될 수 있다.

실제 당정청의 주요 포스트에서는 정 총리와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던 정치인들이 적잖게 포진해있다. 더 중요한 건 정 총리의 권력의지다. 정 총리는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가까운 지인들과 만나는 사석에서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라며 대권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회의장 이후 정계은퇴라는 여의도 정치권의 불문율을 깨고 국무총리에 오른 것은 차기 대권으로 가는 우회로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내부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임기 후반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60%를 넘어서고 있지만 친문진영의 최대 고민은 차기 대권에 내세울 뚜렷한 주자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아직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현 상황으로는 민주당의 절대 독주가 예상된다. 이낙연 전 총리 또는 정세균 현 총리와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정권재창출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준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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