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얻기 위해 커피 300잔 주문?… 과소비 부추기는 상술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글로벌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가 기획상품(굿즈) 증정 이벤트를 두고 논란에 빠졌다. 지난달 21일부터 진행됐던 스타벅스 여름 굿즈 이벤트는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한 17잔의 음료 구매 시 교환권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쿠폰은 매장에서 증정품 한 가지와 교환할 수 있지만 굿즈 상품이 선착순으로 증정되면서 소비자들의 굿즈 구매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구매자가 인기가 가장 많은 증정품을 받기 위해 음료 300잔을 주문한 뒤 음료 한 잔과 사은품만 받고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인기가 많은 상품인 만큼 조기품절이 예상되면서 중고사이트에 기존 가격에 웃돈을 얹어 되팔기 위한 사재기라고 비판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서 최대 3배금액 거래… 리셀러 우려도

소비자들 “배보다 배꼽 더 커”… 사재기 피해 막아야

스타벅스가 전국 매장에서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번 이벤트는 스타벅스에서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한 17잔의 음료를 구매하면 교환권인 e-프리퀀시(쿠폰)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쿠폰을 매장에서 증정품 한 가지와 교환하면 된다. 스타벅스가 이번 여름에 준비한 증정품은 캠핑용 의자와 여행 가방이다. 특히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은 그린과 핑크 두 색상으로 출시된 ‘서머 레디백’이다.

치솟은 인기와 함께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 “수량이 적다”라는 소문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열기는 뜨거워졌다. 당초 음료를 마신 후 쿠폰을 한 장씩 모아 증정품을 받는다는 스타벅스 기획 의도와는 달리 인터넷에는 ‘최저 가격(6만8700원)으로 음료 17잔을 한 번에 사는 방법’ 등의 글이 올라왔다. 급기야 한 구매자가 레디백을 받기 위해 음료 300잔을 주문한 뒤 모두 버리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 구매자가 커피 300잔을 구매한 뒤 레디백만 받고 돌아가면서 주문한 커피가 전량 폐기되는 일이 발생했다. SNS에는 “(구매자가) 300잔을 주문한 뒤 한 잔만 가지고 갔다. 구매자는 나머지는 만들지 말라고 하고 쿠폰만 채워서 나갔다”며 “(해당 지점 스타벅스) 매니저는 정책으로 인해 음료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방문객들에게 나눠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티즌들 말에 따르면 해당 음료는 거의 사람들이 먹지 않게 되면서 폐기됐다.

약 3배 가격에 되팔아
‘굿즈테크’ 열풍

최근 인터넷 오픈마켓과 중고거래 커뮤니티 등에서는 레디백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판매 글도 많이 보이는 상황이다. 비매품인 이 제품은 중고나라에서 8만 원~10만 원에 나오기도 했다. 오픈마켓에서는 분홍색 레디백의 경우 약 20만 원, 초록색은 11만 원 정도에 판매된다. 가방뿐만 아니라 프리퀀시도 5만 원~7만 원에 거래되는 상황이다. 7만 원 어치 음료를 먹으면 받을 수 있는 굿즈를 약 3배 가격에 되파는 상황이 오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굿즈테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리셀러’(상품을 웃돈을 받고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사람)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리셀러들이 증정품을 다 가져가면 정직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며 성공한 마케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사재기와 과소비, 되팔기를 부추긴다며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 고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증정품을 제공한다는 행사 취지가 흐려졌다는 지적과 함께 개인당 수량 한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눈살 찌푸리는 행동
사재기 막아야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A씨는 “이번 굿즈 행사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며 “가방을 받겠다고 커피 300잔을 주문한 뒤 버리고 간 일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B씨는 “(나도)스타벅스를 자주 애용하고, 행사 기간에 굿즈를 받은 경우가 많다”며 “사재기하는 사람 때문에 다른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스타벅스는 이전에도 굿즈를 둘러싸고 사재기와 되팔기 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스타벅스는 일부 상시 판매 상품을 제외한 모든 굿즈를 한정 수량으로 출시·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벚꽃 굿즈도 되팔기 현상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었다. 매년 스타벅스 굿즈를 두고 소비자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어나자 스타벅스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다. 올해부터 e-프리퀀시 적립 방식에 대해 추후 적립을 없앤 것이다. 그간 매장 쓰레기통에 버려진 영수증을 가져와 자신이 구매한 것처럼 적립해 굿즈를 받아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측은 “7월까지 꾸준히 주 2회 정도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증정품을 준다는 취지로 만든 이벤트인데, 당황스럽다”며 “손해를 보는 고객이 없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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