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문한 배송 상자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까”

한 아파트 현관에 마켓컬리로부터 배송 된 것으로 보이는 상자가 놓여있다. [이창환 기자]
한 아파트 현관에 마켓컬리로부터 배송 된 것으로 보이는 상자가 놓여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쿠팡과 마켈컬리로부터 시작된 배송 업계의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확진자의 접촉 불가’와 함께 고객 안심을 위해 내놓은 설명문에 대한 반대 내용이 보도되는가 하면, 쿠팡은 최초 부천물류센터에서만 발생하던 확진자가 고양센터에서까지 나오면서 동종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자체 및 방역 담당 기관에서는 배송박스 등 집 앞으로 배송되는 택배 등의 물품을 통한 감염은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음에도 내 집 현관에 놓인 상자를 섣불리 집으로 들이기가 두렵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폐쇄 및 전수조사 마무리
마켓컬리, “방역 불가능한 상품 전량 폐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8명으로 늘어나면서 쿠팡은 1300여 명이 근무하는 센터 전체를 폐쇄하고 200명의 직접 접촉자를 전체 근무자 및 관계자들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경기도는 즉각 코로나19 대응팀에서 현황 파악에 나서는가 하면 쿠팡의 부천물류센터 관련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쿠팡 측이 지난 12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 부천물류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을 포함해 해당 기간 동안 다녀간 일용직 근로자와 협력사 등의 관계자들까지 파악한 전체 인원은 4000명이 넘어섰다. 

쿠팡은 전수조사를 위한 비용 등 전 방위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초강력 대응으로 추가적인 확산 방지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쿠팡은 지난 27일 고양물류센터 사무직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이튿날 오전부터 물류센터 전체를 폐쇄하고 방역당국과 대응 조치에 들어갔다.

쿠팡, 센터 폐쇄 및 전체 방역 실시

쿠팡 측에 따르면 센터는 바로 폐쇄했고, 전수조사가 진행 중이다. 고양센터의 경우는 1차 조사가 마무리됐고, 일찍 조사에 들어간 부천센터는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29일 정오 기준 96명의 쿠팡 관련 확진자가 보고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추가적인 확진자 발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접촉자와 역학조사 결과 등을 공개하고 있다. 

쿠팡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두 곳의 센터를 폐쇄하고 근무자 등 전체 관련자들의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등의 대응 조치에도 소비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A씨는 “아침 출근 전 아파트 현관에 도착한 배송 상자를 퇴근하고서 집에 들이고 그나마도 소독제를 뿌리고 개봉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이 상자에서 최대 4시간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배송물품이 종이 상자가 아닌 비닐 재질이나 플라스틱 소재에서는 더 긴 시간을 머물 수 있다는 사실이 배송 주문을 머뭇거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에 최근 2~3개월 간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바뀌면서 쿠팡의 경우 집으로 직접 배송하는 물량이 전년 대비 60%까지 상승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배송 업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 증가가 다시 소비부진으로 연결되지 않을지 업계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마켓컬리, 상온 상품 판매 중단

이런 가운데 신선식품 배송의 대표주자 격인 마켓컬리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마켓컬리는 지난 24일 서울 장지동 물류센터 내 상온 1센터에서 일을 마친 일용직 근무자 B씨가 27일 보건당국으로부터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같은 날 오후 해당 센터의 전면 방역을 실시했다. B씨는 지난 23일 확진자로 밝혀진 친구의 대전광역시 방문에 동행했던 것으로 방역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에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다음날 “방역이 불가능한 상품은 전량 폐기하고 센터 운영 재개 시까지 상온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며 “코로나19가 안정되는 시점까지 방역 점검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상온 1센터는 폐쇄하고 소속 직원 전원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그 외 냉장이나 냉동 관련 센터는 물리적으로 분류돼 있고, 근무자 간 교류도 없어 고객들의 안심을 요청하며 방역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마켓컬리의 장지동 물류센터에서 수개월 근무한 일용직 근무자가 현장의 상황은 각각의 센터 직원 간 물리적 접촉이 가능하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제보하면서 마켓컬리의 대응이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소속 센터가 다른 근무자들끼리도 출입구나 계단, 엘리베이터를 함께 쓰는가 하면 동일한 구내식당에서 식사 시간도 겹친 채 식사를 한다는 설명이다. 식사 테이블의 칸막이도 없거니와 업무 중 주어지는 휴식시간도 겹쳤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방역당국은 비상에 걸렸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29일 “긴급 유통업계 방역 회의를 열어 신속한 현장 점검 협조를 요청하고 총 32개 센터를 긴급 점검한다”고 밝혔다.

5월 들어 코로나19의 확산이 주춤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방역’ 단계로 한 단계 격하했던 정부는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각 지자체를 통해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당부 내용을 전달하고, 오는 6월14일까지 공공시설(문화, 체육, 복지 등)의 전면운영중단 조치를 내렸다. 

한편 새벽배송과 기존 온라인 유통기업들은 이른바 ‘배송공포’가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잠재우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는 가운데, 배송 업계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상황에 따른 ‘확산이 먼저’일지 ‘진화가 먼저’일지 소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쿠팡은 고양과 부천물류센터를 폐쇄하고 전수조사를 단행하는 한편 전 직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창환 기자]
쿠팡은 고양과 부천물류센터를 폐쇄하고 전수조사를 단행하는 한편 전 직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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