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시정조치에 벤츠 ‘맞장’ 선언, ‘불복’ 할 것 
환경부 시정조치에 벤츠 ‘맞장’ 선언, ‘불복’ 할 것 
  • 이창환 기자
  • 입력 2020-05-29 19:19
  • 승인 2020.05.29 19:36
  • 호수 1361
  • 3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소비자 향한 벤츠 한마디 “신형 차종은 괜찮아”
벤츠코리아가 환경부로부터 부과된 과징근 776억 원에 대해 불복해 이의제기에 나설 전망이다. [이창환 기자]
벤츠코리아가 환경부로부터 부과된 과징근 776억 원에 대해 불복해 이의제기에 나설 전망이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해 벤츠는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성했다. 벤츠가 1년간 국내에 판매한 차량대수는 총 7만8000대로 국내 완성차 판매 전체로 보더라도 현대 기아차와 한국GM에 이어 4위에 이르는 성적이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이 전개되면서 일본차 판매 급감이 이어지는 반면 벤츠의 판매량은 상승 가도를 달렸다. 환경부가 벤츠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인증 시험 때와 달리 실제 운행 시 배출가스의 재순환장치 등이 작동 중단되며 배출가스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유다. 환경부는 776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환경부, 역대 최대 과징금 776억 원 부과 및 검찰 고발
시험 인증 시 비해 도로 주행 시 배출가스 13배 넘어

 

지난 29일 환경부에 따르면 벤츠가 배출가스를 요소수 분사량을 임의로 설정한 부분을 조사에서 밝혀냈다. 독일 정부가 벤츠 자동차에 리콜명령 내린 것을 토대로 지난 2년간 조사를 이어왔다. 그 결과 자동차의 엔진과 자동변속기, ABS 등의 상태를 컴퓨터로 제어하는 전자제어 장치컴퓨터인 ECU를 조작해 배출가스 조작을 가능하게 했다며 조사 내용을 토대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환경부는 “ECU가 조작되면 자동차 내 기계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며 “수만 가지 이상의 자동차 부품들이 작동되도록 ECU가 세팅되어 있는데 이를 조금만 변경 조절하더라도 배출가스 관련 부품들이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고 과징금 부과 이유를 설명했다. 

벤츠, ECU컴퓨터 ‘조작’ 배출가스 시험 통과

환경부는 조사 결과, 벤츠의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경유차 12종이 차량 주행 시작 후 운행 기간이 증가하면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장치(EGR) 가동률을 저감 방식의 조작으로 도로 주행 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0.08g/㎞)의 최대 1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지난달 6일 밝혔다.

앞서 2018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실내 인증시험 외에 실제 도로에서 시험 등 다양한 조건에서 해당 차종들의 배출가스를 측정하고 전자제어장치 신호 분석 등을 통해 불법 조작을 확인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에 임의설정을 통해 배출가스를 조작된 것으로 확인된 벤츠 차량은 총 3만7154대에 이른다”며 “이에 대한 과징금 776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바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환경부는 그간 수입차종들의 배출가스 조작 행태를 두고 국내 배출가스 인증시험이 실내 테스트에 그치는 것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2018년부터는 이를 대폭 강화해 시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조작을 통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환경부는 지금의 시험 상황에서는 조작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벤츠가 악용했다는 배출가스 인증시험에 대해 “벤츠 차량의 ECU컴퓨터는 SCR이나 EGR이 시험을 받는 짧은 시간 동안만 장치를 제대로 작동시켜서 배출가스가 기준을 충족하게 했다”며 “시험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면 배출가스가 늘어날 수 있게 설정돼 있어 그간 인증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라키스 벤츠 대표 떠난 자리, 우리끼리 옥신각신

환경부의 벤츠 고발과 관련 검찰은 조사 시작과 함께 메르세대스벤츠코리아의 압수 수색에 들어갔으나, 이미 지난 5월초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대표는 출국한 뒤였다. 검찰은 실라키스 대표의 행방이 추적되지 않고 있다며, 한국 귀국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실라키스 대표가 오는 8월을 끝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벤츠USA의 총괄을 맡게 된다. 이에 이미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의 벤츠 사태를 멀리서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지켜보고만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벤츠가 글로벌 유명 고급 브랜드의 가치를 한국에서는 악용하고 있다. 지난해 7만~8만대 차량 판매로 5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으나, 우리 정부의 리콜이나 시정명령은 우습게 아는 경향이 강하다”며 “BMW 등 다른 수입차 기업들이 한국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한국에 환원하며 재투자를 이어온데 반해 벤츠의 판매수익은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내 환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은 안전과 직결되는 자동차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가능하도록 법적 테두리를 철저하게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수입차들로부터 정부의 지적에도 완강히 버틸 수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손꼽힐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는 환경부의 시정조치 및 고발과 관련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간 환경부 조사에 적극 협조해 왔고, 앞으로도 지속 협조를 이어나갈 예정이나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번 환경부의 과징금 776억 원 등과 관련 불복 및 이의제기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벤츠는 이번에 지적된 기능의 사용에는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있다며 해당 기능은 수백 가지 기능들이 상호작용하는 통합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의 일부분이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각 기능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다고 환경부의 조사 내용을 반박했다.

특히 이런 기능들은 전체 차량의 유효수명 동안 다양한 차량 운행 조건 하에서 활발한 배출가스 정화를 보장하는, 복잡하고 통합적인 배출가스 정화 시스템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환경부의 발표 내용은 2018년 5월에 모두 생산 중단된 유로6 배출가스 기준 차량만 해당되는 사안이므로 현재 판매 중인 신차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벤츠를 비롯한 수입차 이용자들과 국내 자동차 업계는 환경부와 벤츠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벤츠는 환경부로부터 이번 과징금 776억 원과 검찰 고발 외에도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로부터 E280 등 36개 차종 1만1500여 대의 선루프 유리 패널의 접착 불량으로 해당 부품이 차량으로부터 이탈돼 뒤 차량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어 시정조치 명령을 받았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