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정부 지원에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일각에서는 또 한 번 구조조정의 바람 속에 빠질 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창환 기자]
쌍용자동차가 정부 지원에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일각에서는 또 한 번 구조조정의 바람 속에 빠질 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2009년 구조조정으로 2600명에 이르는 근로자가 해고된 이후, 10여년에 걸친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쌍용자동차가 올해 최종적으로 전원 복직을 마무리했다. 기쁨도 잠시, 3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경영 여건은 극도로 악화됐다. 올해 쌍용차에 2300억 원 투자를 비롯해 5000억 원의 자금 마련을 계획했던 대주주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인도 자국 내 상황 악화로 계획을 철수하면서 쌍용차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이에 더해 쌍용차가 정부의 기업지원 관련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다시 한 번 근로자들을 사지로 내몰아야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예측이 나오면서 뒷짐 지고 있는 산업은행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되는데, 쌍용자동차 안 되는 정부 지원
기간산업안정기금, 쌍용차 예외 항목 포함될수 있을까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인도 정부의 봉쇄령(Lockdown)이 선언되면서 쌍용자동차의 대주주 마힌드라가 올해 쌍용차에 대한 지원계획을 철수했다. 단기성 400억 원을 급하게 투입했으나,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경영악화에 처한 쌍용차로서는 앞으로 한두 달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쌍용차 자구안 마련, 마른땀 뻘뻘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등을 비롯해 정부 부처는 지원을 받고자 하는 각 기업들이 납득한 만한 수준의 자구안을 마련하고, 성의를 보일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쌍용자동차는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진땀을 흘렸다. 

사실 쌍용차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부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자동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노사가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직원들의 복지 중단과 축소를 1차적으로 결정했고, 이어 12월에는 전체 직원의 상여금 200% 반납과 POI 성과금 등 인건비성 급여를 반납했다. 쌍용차에 따르면 이를 통해 1000억 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힌드라의 투자계획이 철수되면서 정부의 자구안 마련 요청에 유휴자산 가운데 비핵심 자산을 중심으로 매각을 진행했고, 부산 물류센터를 1차로 매각했다. 나머지 유휴자산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줄일 만큼 줄이고 뺄 만큼 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눈치가 좀 더 의미있는 자구안을 마련하길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는 업계의 해석이 나왔다. 

산업은행이 지난 4월 쌍용차에 대해 주주가 아닌 채권단에 머물러 있어 급하게 자금을 투입하기는 힘들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때만 하더라도 쌍용차는 마른땀을 빼가며 매각이 가능한 유휴자산 파악 및 매수자 찾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동일하게 채무 관계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책이 나오면서 업계가 산업은행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풀이를 냈다. 아시아나항공에는 무려 1조7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고, 추가적인 지원이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가 외국기업이어서 남 배부른 꼴 못 보는 심보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볼 멘 소리도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금호산업으로부터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를 통해 어디에 소속되더라도 국내 기업이 주주라는 귀띔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럼 산업은행이 주주가 아닌 채권은행일 뿐이라는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이참에 차라리 주주로 참여라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2018년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 GM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8000억 원을 투입했던 상황을 돌아보면 철수 가능성 전혀 없는 쌍용차에 대한 주주 참여가 훨씬 납득이 될 만하다”라고 지적했다. 

쌍용차로서도 할 만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자산 매각을 비롯해 성과금 등 반납과 축소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는데 더 요구하면 인력구조조정밖에 남지 않게 된다”며 “2009년 이후 해고자들 복직을 위해 무단히 노력해 올해 최종적으로 마무리 하고 모두 복직해서 이제 적응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어떤 자구안을 더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차입금 유예는 ‘몰라’, 기간산업안정기금 ‘더 몰라’

쌍용차 측은 지난 28일 출범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이 닿을 수 있다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산업은행과 오는 7월 만기를 앞두고 있는 900억 원에 대한 차입금 상환에 대해서는 조만간 협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차입금 부분에서는 양보의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 여부에 대한 부분은 언급을 아꼈다. 다만 산업은행 관계자는 “쌍용차가 기금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예외항목에 포함시켜 지원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가 아니어서 금전적인 지원은 힘들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실제로는 유사한 상황에 놓인 채무자인 아시아나항공에는 자금 지원을 결정해 업계에서는 차별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 부분을 이해는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쌍용차는 하반기 G4렉스턴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티볼리에어의 재출시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전기차도 출시될 예정이다. 또 그 이후에도 새롭게 나올 모델들이 지속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적시적기라는 말이 있다. 꼭 알맞은 시기라는 의미다. 이 시기를 맞춰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차들이 제 때 나오지 못하고, 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이어지지 못하게 되므로 늦어질수록 추가적인 투자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며 “해당 시점에는 최고의 기술력이나 상품력을 갖췄다하더라도 출시가 미뤄지면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게 되므로 정부가 쌍용차를 문 닫게 할 계획이 아니라면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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