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지 못했던 코타키나발루

[편집=김정아 기자/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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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프리랜서 박은하  기자] 가깝지만 잘 몰랐던 그곳. 인천에서 직항으로 4시간 반이면 마주할 수 있는 휴양지 코타키나발루. 말레이시아 반도의 동쪽, 보르네오섬 사바주의 주도이다. 다문화가 오랫동안 정착하여 사바주 원주민을 비롯한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등 여러 인종과 문화가 한데 어울려 살며 그야말로 멜팅팟(Melting Pot)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코타키나발루 하면 생각나는 건 하얀 모래사장에 맑은 물의 해변과 스노클링이 전부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코타키나발루를 벗어나 사바주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드벤처 여행의 다양한 매력을 느꼈다. 그것도 11개의 국가에서 온 35명의 다른 미디어팀과 함께! 사바의 하이라이트를 즐기러 함께 떠나보자.

매일 다른 일몰과 엔터테인먼트
보르네오 선셋 크루즈

특별한 초대의 여행은 코타키나발루 시내에서 출발하는 낭만의 선셋크루즈로 시작됐다. 우선 크루즈의 갑판에 올라가서 웰컴 드링크와 간식을 즐기며 순조로운 출항을 지켜봤다. 오랜만에 맞는 바닷바람과 이국적으로 펼쳐진 바다의 모습이 코타키나발루에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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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선은 가야 아일랜드(Gaya Island)를 거쳐 선셋 포인트로 향한다. 조금씩 빠르게 바다와 가까워지는 노란 태양을 바라보고 있으니 낭만적인 분위기에 취한다. 태양과 해수면이 입맞춤하고 물들인 보랏빛 하늘을 감상하고 있으니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다. 불빛이 화려한 코타키나발루 시티 워터프론트의 풍경도 놓치면 아쉬우니 선상 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아래층의 객실로 내려가자 넉넉하게 차려진 말레이시아 음식과 경쾌한 밴드의 음악이 우리를 맞아준다. 맛있는 음식과 전통 디저트 그리고 에너지 가득한 밴드의 공연이 크루즈 내의 분위기를 한층 더 신나게 돋운다. 재밌었던 것은, 크루즈 내의 손님들의 국적을 파악하고 각국에서 인기 있는 노래들을 불러주었던 것. 한국 노래로는 향토적인 아리랑이 나와서 조금 놀라웠다.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크루즈의 모든 승객들이 꼬리를 이으며 사바 전통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낭만적인 선셋 크루즈는 마무리됐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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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따갈 티노피콘 파크 
Tagal Tinopikon Park

보여주기 식의 전통문화 체험에 염증을 느꼈다면, 자연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소박한 사람들의 정글 속 삶을 느낄 수 있는 따갈 티노피콘 파크에 갈 차례. 코타키나발루에서 약 25km를 달린 후 커다란 흔들다리를 건너 정글 속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노토루스 마을의 따갈 티노피콘 파크에 도착했다. ‘따갈’은 카드잔두순(Kadzan-Dusun) 어로 ‘금지’라는 뜻인데, 모욕(Moyog) 강에서 낚시가 금지되어 있음을 뜻한다. 한때 마을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낚시를 하여 물고기 씨가 마른 적이 있었고 이는 곧 생태계 파괴로 이어졌다. 위기를 느낀 지역사회는 강을 보호해야 함을 깨달은 뒤, 강에서의 낚시를 금지하기 시작했고, 일 년에 한 번만 낚시를 허용하는 시즌을 뒀다. 생태계 보전을 위해 특별한 규칙을 잘 지켜져 오고 있음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물 속 풍경은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구나 하고 느낄 정도였다. 낚시는 할 수 없을지라도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과 강에 발을 담가 피쉬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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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반겨주는 마을에 도착하고 곧바로 짧은 하이킹에 나섰다. 정글 숲으로 향하는 길에 고무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는 법을 배웠다. 날카로운 도구로 나무 기둥에 상처를 내어 수액이 차오르고 약 두 시간 후에 수액을 받아낼 수 있다. 이렇게 정글에서 자라는 이국적인 식물과 작물에 둘러싸여 기분 좋은 등산을 즐겼다.

마을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 근처의 장에 작물을 가져다 팔고 다른 마을에서 생산하는 물건을 구매한다. 송골송골 맺힌 땀이 나무 그늘에 식혀지려는 차, 숲속의 작은 폭포에 도착했다. 적당한 규모의 계곡물에서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니 땀범벅이었던 등산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았다.

따갈 티노피콘 파크에서는 말레이시아 전통 바틱 페인팅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왁스로 밑그림이 그려져 있어 바틱 페인팅 중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라고 한다. 준비된 물감으로 나름의 창의력을 뽐내어 색칠했다. 단순한 그림이지만 색칠에 집중하니 이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나무 화로에서 요리한 점심을 맛있게 들었다. 여러 가지 채소를 양념한 음식들은 한국의 나물과도 비슷했다. 식사 중 마을 사람들이 곱게 전통의상을 입고 징과 비슷한 악기를 연주하며 카드잔두순 족의 전통춤을 선보였다. 경쾌한 추임새와 가벼운 스텝이 흥미롭다. 카드잔두순 족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의 사바주에서 가장 큰 민족 그룹으로 전형적인 말레이 사람들과는 다른 외형을 보여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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