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조선, 역병에 맞서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우한 폐렴으로 신음을 앓고 있는 현대인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 展이 지난 5월11일부터 오는 6월2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장 1층 중근세관 조선 2실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조선 시대에는 전염병의 공포에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알리며 보물 제 1087호에 해당하는 신찬벽온방과 등준시무과도 상첩을 등을 비롯한 27건의 역사적 사료와 유물을 전시했다. 

총 3부로 나누어진 테마전을 통해 조선을 습격한 전염병을 소개하고 역병 극복에 도전하는 의지와 신앙으로 치유를 빌었던 고증 자료와 역병이 돌던 그 시절의 참상과 슬픔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1부 ‘조선을 습격한 역병’에서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전염병을 알리고 역병에 희생된 사람들과 그 시절 상처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두창으로 죽은 아이들의 묘지명, 조선 중기의 예학자 정경세(1563~1633)가 춘추관에서 근무하다 역병에 감염되어 죽은 아들을 기리며 쓴 제문이 전염병의 참상과 슬픔을 전한다. 영조 대 노론의 대표 학자인 이재(1680~1747)는 두창에 걸린 두 손자를 치료해 준 의원의 의로움과 뛰어난 의술에 감사하는 시를 남겼다. 1774년(영조 50) 제작된 ‘등준시무과도상첩’에는 김상옥, 전광훈, 유진하 등 세 사람의 초상화에 두창의 흉터가 확인된다. 수록된 18인 중 세 명에게 흉터가 있을 만큼 조선시대에 만연했던 두창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동시에 역병을 이겨낸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어 2부 ‘역병 극복에 도전하다’에서는 17세기 초 장티푸스성 감염병에 해당하는 온역과 18세기 홍역 등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대응한 조정의 의지를 조명한다. 1613년(광해군 5) 광해군의 명으로 허준이 편찬한 의서로 잘려진 보물 1087호 ‘신찬벽온방’이 전시돼 1612년~1623년 조선 전역을 휩쓴 온역에 대응하는 의료 지침 과정을 관람객에개 알린다. 이 책에서 허준은 전염병의 원인으로 자연의 운기의 변화와 함께 위로받지 못한 여귀, 청결하지 못한 환경, 청렴하지 않은 정치 등을 꼽았다. 결국 전염병의 극복 의지는 공동체가 고통을 분담하려는 인술에서 현 통치자의 청렴한 정치활동과 반성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테마전에서 전시된 어의 강명길이 정조의 명을 받아 편찬한 종합의서인 제중신편은 ‘동의보감’ 이후 변화와 발전된 의학 이론과 민간의 임상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새로운 표준의서로 제시하여 민간의료를 지원하고자 한 뜻이 담겨 있다. 흉년과 전염병으로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긴급 구호 명령인 ‘자휼전칙’도 전염병의 공포를 약자에 대한 보호와 공동체 의식으로 극복하고자 역사의 지혜를 보여준다.  

3부 ‘신앙으로 치유를 빌다’에서는 전염병의 공포를 신앙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백성들의 마음을 살펴본다. 조선시대 내내 위협적이었던 두창은 질병 자체가 고귀한 신으로 받들어져 호구마마, 호구별성 등 무속의 신이 되었다. 괴질이 돌 때 역할을 한 ‘대신마누라도’(가회민화박물관), 전란과 역병 같은 국가적 재앙에서도 구원해 준다 여긴 ‘석조약사불’(국립대구박물관)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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