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5월의 가 볼만한 곳 전남보성
전남 보성의 벌교5일장은 끝수가 4, 9일마다 장이 선다. 여자만, 득량만 등의 때 묻지 않은 바다와 갯벌을 품은 5일장답게 참꼬막, 키조개, 낙지, 갑오징어, 짱뚱어 등과 같은 해산물이 어물전마다 산처럼 그득하다.
또한 주변의 들녘이 넓고 기름진 덕택에 딸기, 참다래, 쪽파 등의 농산물과 취나물, 쑥, 달래, 냉이 등의 산나물도 지천이다. 물산만 풍부한 것이 아니다. 옛 시골장터의 북적거림과 후박한 인심이 그대로 살아있다.
게다가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찾아가기도 쉽다. 벌교읍내와 가까운 보성차밭에서는 매년 5월이면 보성다향제가 열려 찾는 방문객들이 많다. 축제기간 중에는 일림산의 철쭉도 만개해 온통 붉게 물든 산등성이를 만날 수 있다. 때문에 5월의 벌교는 그 어느 곳보다 붉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은 교통의 요지이다. 국도 2, 15, 27호선과 경전선 철로가 모두 벌교읍을 관통한다. 게다가 밀물 때에는 벌교철교 아래의 포구
에서 배를 타고 여자만 일대의 섬과 갯마을로 곧장 들고날 수가 있다.

이처럼 교통이 편리한 덕택에 외지인들의 왕래가 잦은 벌교에서는 이미 일제시대부터 상업이 번창했다. 지금도 벌교읍에는 전남 동부에서 첫손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큰 5일장이 들어선다. 장날이면 고흥, 승주, 낙안, 순천, 화순, 보성 등지에서 몰려든 장꾼들로 인해 번화했던 옛 풍경이
모처럼 만에 되살아난다.

벌교5일장은 4일과 9일에 장이 선다. 장날이 되면 꼭두새벽부터 벌교역 삼거리와 부용2교 사이의 왕복2차선도로 양쪽에 갖가지 해산물과 농산물이 즐비하게 늘어선다. 평일에도 벌교역 앞의 도로 양쪽에는 이른 새벽부터 매일장이 형성된다.


특산물 ‘참꼬막’ 인기
벌교 인근의 농촌과 어촌에 사는 촌로들이 직접 농사 지었거나 갯벌에서 채취한 각종 농수산물을 조금씩 들고 나와 팔고 돌아가는 반짝시장이다. 매일장이 들어서는 농협하나로마트 옆에는 상설시장인 벌교시장도 자리 잡고 있다.

벌교5일장 날에는 바로 이 벌교시장과 매일장에서 나오는 사람과 산물이 훨씬 더 많아진다. 다른 지역의 5일장처럼 별도의 장터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상설시장과 반짝시장의 규모가 확대되는 형태이다.

벌교5일장에는 공산품보다는 해산물과 농산물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부분의 농수산물이 당일이나 그 전날에 채취한 것이라 아주 신선하고 맛깔스럽다. 특히 벌교5일장에는 여자만, 득량만 등의 때묻지 않은 바다와 갯벌에서 채취하거나 잡은 참꼬막, 새꼬막, 새조개, 키조개, 모시조개, 굴, 칠게, 낙지, 짱뚱어, 개불, 주꾸미, 숭어, 양태, 갑오징어, 서대 등과 같은 해산물이 유난히 많이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서도 짭조름하면서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어서 임금님의 수랏상에도 올라갔다는 참꼬막은 벌교 아니면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산물이다.

농산물도 해산물에 못지않게 풍부한 편이다. 벌교 주변에는 기름진 들녘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딸기, 참다래(키위), 갓, 쪽파, 표고버섯 등의 농산물이 지천이다.


별미, 국밥 한 그릇
시골 할머니들이 직접 산과 들에서 캐온 취나물, 쑥, 달래, 냉이, 돌미나리, 원추리 등의 나물도 흔하게 눈에 띈다. 대개 몇 천원 어치에 불과한 나물이라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에는 몇 백 원을 놓고서도 긴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그래도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은 별로 없다. 결국엔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며 넉넉한 인정과 양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벌교5일장을 찾은 김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장터국밥을 맛보는 일이다. 장날에만 문을 여는 국밥집에서 싸고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국밥 한 그릇을 먹어봐야 제대로 장터구경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국밥집 근처에는 남도의 별미 중 하나인 팥칼국수집도 있어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일제시대 당시에 곡물방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벌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무대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벌교읍내에는 남도여관, 술도가, 포목상, 금융조합 등과 같이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여럿 남아 있다.

이는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건물들이기도 하다. 그 밖에 소설 속의 주인공 김범우의 전통적인 옛집, 왜색이 물씬 풍기는 현부잣집도 있다. 벌교천을 가로지르는 부용교는 흔히 ‘소화다리’라 불리는데, 소설에서는 좌우익 간에 사형을 집행하던 장소로 묘사돼 있다.

또한 벌교 포구 바로 위쪽의 경전선 철교는 소설 속의 인물 염상구가 벌교의 주먹들을 제압하기 위해 담력시합에서 달려오는 기차를 충돌 직전까지 피하지 않던 장소이다.


그림같은 보성차밭
보성군은 다향(茶鄕)이자 소리의 본고장이다. 우리나라 녹차 생산량의 46%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판소리 서편제가 태동한 곳이다. 그래서 해마다 5월 초순에는 녹차를 테마로 한 향토축제인 다향제가 열리며, 가을에는 서편제 판소리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서편제보성소리축제가 열린다.

오늘날 보성 제일의 관광명소는 보성차밭, 즉 대한다업 보성다원의 제1농장이다. 아름드리 삼나무 숲과 물결치듯 구불거리는 차밭이 그림처럼 어우러져서 TV드라마, CF, 영화의 배경장소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이 보성다원 제1농장 입구를 지나면 금세 봇재에 당도한다. 이 고갯길의 다향각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차밭 풍경은 산비탈 전체가 사계절 내내 싱그러운 초록빛을 띠고 있어 보성다원 못지않게 아름답다.

봇재에서 멀지 않은 보성군 회천면 회령리에는 보성다원 제2농장(삼정다원)이 자리 잡고 있다. 가파른 산비탈에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제1농장과는 달리, 평지에 조성된 제2농장은 전망이 활달하고 시원스럽다.

차밭 가운데에는 화살촉 같은 삼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어 자칫 단조로워질 차밭 풍경을 보완해 준다. 게다가 쾌청한 날에는 잔잔한 득량만 바다가 아스라이 보인다.


철쭉 군락지 ‘으뜸’
삼정다원 뒤편의 일림산은 남도 제일의 철쭉 명산으로 손꼽힌다. 한치재에서 일림산 정상(664m)까지 100만평 규모의 능선이 온통 철쭉 군락지이다.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은 득량만 일대의 남해 바다와 고흥반도, 보성차밭 등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전망이 상쾌하다.

꽃의 개화도 빨라서 5월 첫째 주면 이미 절정에 이른다. 산행기점인 한치재에서 627m봉→일림산 정상→골치재를 거쳐 용추골로 하산하는 일반코스는 약 3~4시간, 골치재에서 계속 능선길을 타고 사자산을 거쳐 장흥 제암산까지 이어지는 12km 종주코스는 6시간 이상 소요된다.

그리고 일림산 정상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율포해수욕장에는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해수에다 녹차 잎을 넣어 우려낸 물로 목욕할 수 있는 보성녹차해수탕이 있다.

사진,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보성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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