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이 있는 남녀가 키스를 하였을 뿐인데, 한쪽 당사자가 고소를 한 경우 명백한 증거없이도 강간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억울한 피고인은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

위 질문에 대해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한 사례를 살펴보자.

장래가 촉망받는 미식축구선수였던 브라이언 뱅크스는 고등학생 시절 같은 학교에 다니던 한 여학생으로부터 강간죄 및 납치로 고소를 당하게 된다. 연인관계로 발전 중이었던 그들은 학교의 은밀한 장소에서 합의하에 키스를 나누다가, 인기척이 들리자 황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브라이언 뱅크스는 경찰에게 체포를 당한다. 여학생이 그를 강간죄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뱅크스는 합의하에 키스를 하였을 뿐 강간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으나, 결국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여 브라이언 뱅크스는 유죄 판결을 받게 되고, 6년의 징역을 살고 나온 후 가석방 뒤에도 5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했다. 출소 후 브라이언 뱅크스는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며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재심을 신청하였고, 고난 끝에 결국 무죄를 선고받고, 그를 무고했던 여학생은 229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게 된다.

위 이야기는  ‘브라이언 뱅크스’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2018), 영화는 미국 사법체계의 문제점,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한 판결의 부당함과 양형제도(플리 바겐 : 검찰이 수사 편의상 피의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거나 증언을 하는 대가로 형량을 조정하는 협상제도)의 어두운 면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같이 플리바겐과 같은 제도는 존재하지 않지만,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판결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점과, 일단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나면 그 뒤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은 미국과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진술만으로 처벌이 이루어지는 성범죄의 유죄인정과 관련해서, 일견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측면이 있고, 비판이 많은 것도 사실인데, 미국이나 우리나라 사법부가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성범죄의 특수한 성격 때문이다.

성범죄 사건의 특성은 첫째, 성과 관련된 일은 둘만 있을 때 은밀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목격자가 없고 둘째,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든 피해자든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셋째, 사건 발생일로부터 상당 기간 잠재되어 있다가 사건화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성범죄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에 검사나 판사들은 사건의 전후 상황을 놓고 당사자들 주장의 신빙성을 판단한다. 사건 전후 상황들은 ①범행장소 등의 CCTV 영상 ②과거부터 애정행위를 하였거나 성관계를 가져온 사이인지 ③만나게 된 경위와 음주의 정도 ④사건 전후 카카오톡 등의 대화내용(특히 사과를 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는지) ⑤피해자가 사건 이후 피해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다른 사람과 상의를 한 사실이 있는지 ⑥사건 발생일로부터 고소기간이 얼마나 경과되었는지, 당사자간 계속적인 만남을 가졌는지 ⑦과거 범죄나 고소 전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따라서 성범죄 피해자든 피의자든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를 수집하여야 하고, 증거는 상당기간 지속하여 존재하는 증거도 있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복구가 어려운 증거가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신속히 증거 수집을 하여야 한다.

아울러,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 발생한 후에는 일단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하여야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섣불리 상대방의 유도신문에 말려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를 하는 것은 나중에 매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제420조에서 재심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본조에서 열거되어 있는 사유가 없다면 재심절차 자체가 개시되지 않고, 판례는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요한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재심 신청에 필요한 요건들을 모두 충족하기가 매우 어렵고, 실무적으로도 재심 청구가 인용되는 사례는 상당히 드물다.

이처럼 판결이 확정된 경우 뿐만 아니라 형사절차는 절차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를 뒤집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일단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사건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유리한 지위를 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막연한 심정으로 사건을 방치해 놓으면 돌이킬 수 없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만약 문제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상대방이 고소 등의 행동을 취하기 전이라도 가급적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만일 잘못을 한 경우라도 신속히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받음에 있어 본인이 직접 할 수 없는 일이 있기에 조력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사건 종결에 용이한 경우가 많고, 잘못이 없음에도 상대방이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무엇이 있는지 검토한 후 그 증거가 훼손되기 전에 신속히 수집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경철 변호사 이력>

[학력]
▲서울 성보 고등학교 졸업 (1988)
▲서울 대학교 경영학과 졸업(1994)
▲사법연수원 수료(제31기)(1999)

[주요경력]
▲수원지방검찰청 검사(2002)
▲광주지방검찰청 검사(2004)
▲대전지검 홍성지청 검사(2005)
▲인천지방검찰청 검사(2006)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2008)
▲식품의약품 안전청 검사(2012)
▲대구지방검찰청 검사(2013.8)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법무법인 올흔 대표 변호사(2016)
▲법무법인 (유한) 중부로 대표변호사(2016)
▲현)법무법인 동광 대표 변호사

[주요자문이력]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2018)
▲식품의약안전처 행정처분 사전심의위원회 위원(2018)
▲경찰수사연구원 발전바문위원회 전문위원(2018)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위원회 전문위원(2018)
▲인천해양경찰서 시민인권보호단 성폭력전담위원(2020)
▲블루환경교육센터 성범죄 자문변호사(2020.02.01~2023.01.31)
▲경기도 태권도협회 성범죄 자문변호사(2020.04.01~2022.03.31)
▲서울 강동경찰서 성폭력가정폭력 자문변호사(2020.05.07~2021.05.06)

[상훈]
▲검찰총장 표창 2회(2006)
▲대구고검장 표창(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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