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공’, 재조사 넘어 ‘재심’ 카드까지 만지작···왜?

대화 나누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대화 나누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재판 당시 증인석에 섰던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가 검찰이 위증을 교사했다는 취지로 진정서를 제출해 검찰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당시 수사팀은 “자발적 진술이었다”며 위증 교사 의혹을 반박했다.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한명숙 재조사’ 요구가 빗발치면서 검찰과 여권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여권이 ‘재조사’를 넘어 ‘재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진정, 법무부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내려와

진실 조사’, 여권 압박에 난처···수사 강요받는다토로 나와

최근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과거 뇌물수수 사건 당시 검찰 수사팀으로부터 위증을 종용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했다. 해당 진정 사건은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다.

동료 재소자 A씨는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건넨 인물로 드러난 한 씨의 구치소 동료 수감자다. A씨는 과거 법정에서 한 전 총리와 한 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으나, 9년 만인 최근 검찰이 위증을 교사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A씨는 지난 4월 해당 진정서를 법무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 사건에 대한 통상적인 처리 절차에 따라 법무부는 사건을 대검찰청으로 이송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9일 대검찰청에서 관련 진정 사건을 넘겨받아 지난 1일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했다.

인권감독관은 조만간 진정 당사자인 A씨 등 사건 관계자들을 상대로 과거 수사 과정에 인권침해 등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한 전 총리 사건 당시 수사팀은 지난달 29일 출입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당시 증인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진술했다. 그 내용은 증인신문조서에 모두 기재돼 있다며 위증 교사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A씨 등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주신문뿐 아니라 변호인의 반대신문, 한 전 사장과 대질 신문도 받았다검사가 소위 시나리오를 작성해 허위 증언을 시켰다면 이들은 공격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미애까지 정밀 조사 필요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지난 1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면 안 된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날 MBC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지금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 이미 언론에서 이 수사의 방법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첫 단추를 잘못 낀 것과 같다잘못된 수사 방법을 뿌리 뽑아내야 한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국의 국무총리를 지낸 분도 잘못된 수사 관행으로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 힘없는, ‘없는 시민들은 어떻겠느냐면서 이것은 하나의 진정, 이 정도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누구나 납득이 될 만한 그런 조사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범죄를 수사한 것이 아니라 범죄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2010) 당시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었음을 고려할 때 이 증언이 사실이면 개인의 인권침해 행위를 넘어서 민주주의를 유린할 수 있었던 행위다. 투명하고 명명백백하게 조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 수사 과정의 적절성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정황들이 추가로 드러나는 만큼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내 판단으로는 (한 전 총리) 유죄가 날 적에 의구심이 많았다고 거들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의혹에 대해 나도 수사, 재판을 많이 받아봤지만 그렇게 처리하는 경우는 참 드물다면서 재심을 한다는 건 현재로 봐서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수사과정에서 문제점이 없었는지 그 점은 검찰과 법무부에서 자체조사해 보겠다는 것이니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야권 윤미향 논란 물타기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이번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지난 2일 자신의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한 재판에 출석했다가 기자간담회에 45분가량 늦게 참석해 재조사가 아니고, 새로 드러나고 있는 범죄사실에 대해 당장 수사가 필요하다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절대 외면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신속한 수사 지시는 이런 것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일단 법무부와 검찰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푸는 것이 우선이고, 검찰은 자기반성과 성찰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본인들의 과오가 있다면 낱낱이 밝히고, 국민에 대한 사죄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만약에 그러한 업무를 소홀히 한다면, 범죄 당사자가 검찰과 검사수사관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그것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조사나 국정감사 등 여러 수단을 통해 강제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수처를 신속하게 출범하는 것이 그런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권을 중심으로 빗발치고 있는 한명숙 재조사요구가 실제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재조사 움직임을 동력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에 불복하는 한명숙 재심카드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법리적으로 재심이 인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야권은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라며 반박하고 있다.

현직 검찰 간부들

국가 사법체계 무너질 것” 우려

수사로 전환될 경우 사건은 한 전 총리 수사 검사들의 모해위증 혐의 여부를 따지는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직권남용의 공소 시효는 7년으로 이미 완성됐으나, 모해위증죄는 10년으로 아직 8~9개월 정도 시간이 남아 있는 상태다.

현재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권의 강력한 재조사 요구 때문에 사건을 들여다보는 인권감독관이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자체 종결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검찰이 진정 사건 처리를 넘어서 수사까지 착수할 경우 한 전 총리 측에서 이를 재심 청구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실제 인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시각이 팽배하다. 수사팀의 모해위증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과거 A씨의 증언은 전문증언이라 한 전 총리의 유죄 증거로 사용되지 않았고, 한 씨의 비망록도 이미 재판에서 다뤄졌기 때문이다.

여권의 의도가 공수처에 사건을 배당해 한 전 총리를 복권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재심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복권을 통한 명예회복이라도 이루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이번 한명숙 재조사 움직임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검찰 개혁의 고삐를 죄려는 모양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의 잘못된 수사 방법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수차례 꼬집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난처한 입장이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이 A씨의 주장이 전혀 맞지 않다고 반박한 상태에서 검찰이 해당 수사팀에 대한 수사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린다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판 속에서 공수처로 수사가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를 강요받는 상황이라는 토로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여권의 검찰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직 검찰 간부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무 근거도 없이 교도소 재소자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갖고 검찰이 거짓 증언을 시켰다며 사건을 재조사한다면 국가 사법 체계는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 검사들도 어떤 검사가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교사해 자신의 운명을 재소자에게 맡기겠느냐.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의혹 제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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