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AP/뉴시스】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北 김여정. 그는 北 김정일의 여동생이다. 2019.03.02.[뉴시스]
【서울=AP/뉴시스】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北 김여정. 그는 北 김정일의 여동생이다. 2019.03.02.[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北 김여정의 '대북 전단(삐라·ビラ·Bill)'에 대한 맹비난성 담화문이 나온지 불과 4시간만에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입법 추진한다고 밝히며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5일 법조계에서도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은 위헌(違憲)"이라는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바로 통일부가 언급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은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앞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일명 '삐라'로 알려진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

北 김정은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나 그의 동생인 김여정은 지난 4일 담화문을 통해 탈북민들은 '망나니짓','똥개','인간추물'이라고 맹비난하면서 그 책임을 우리 정부로 돌렸다. 

그러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백해무익(百害無益)"이라는 답변을 내놔 빈축을 샀다.

그런데 통일부는 北 김여정의 담화문이 발표된지 불과 4시간만에 정례 브리핑을 열고 '대북전단살포'를 "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매도했다.

심지어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의 긴장 요소로 이어진 사례에 주목했다"며 "중단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에 불을 붙였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회장인 정하영 김포시장으로부터 대북 전단 살포 중단 건의문을 전달받고 있다. 2020.06.05. [뉴시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회장인 정하영 김포시장으로부터 대북 전단 살포 중단 건의문을 전달받고 있다. 2020.06.05. [뉴시스]


법조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김태훈)'은 5일 오후 일요서울에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추진은 중대한 위헌"고 밝혔다.

'한변'은 이날 "北 김여정의 막말에 이어 명령조로 우리 정부를 '훈계'하는 내정간섭성 도발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즉각 엄중히 항의하지는 못할망정 맞장구치며 그 주장을 전폭 수용하여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주권을 포기하는데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한변'은 "북한의 체제나 지도자를 비판하여 남북관계의 긴장을 유발한다 하더라도 대북전단 살포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고, 법률로써 제한하더라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를 '안보 위해 행위'로 규정했지만 지난달 GP 총격을 비롯하여 숱한 대남 무력시위성 도발로 9·19 군사합의를 형해화한 것은 북한"이라며 "북한의 도발, 나아가 북한의 인권침해에 눈감던 정부가 김여정 한마디에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준비한다는 것은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인 처사일 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에 굴종하여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한 '한변'은 "북한의 인권침해는 반인도범죄에 해당하여 2014년부터 유엔은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노력을 하고 있고, 대표적인 인권침해가 바로 북한주민의 '알 권리' 침해"라는 지적과 함께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고, 전달하는 자유는 '세계인권선언'이나 북한도 가입한 '자유권규약'도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대북 전단, 이른바 '삐라'를 보내어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열게 하는 것이 결코 안보 위해 행위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정부는 위헌적인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추진을 즉각 취소하라! 그렇지 아니하고 만약 입법을 강행한다면, 우리 한변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국내외 단체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서정숙(왼쪽부터), 조태용, 신원식, 지성호 의원이 5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 등에 대해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0.06.05. [뉴시스]
미래통합당 서정숙(왼쪽부터), 조태용, 신원식, 지성호 의원이 5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 등에 대해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0.06.05. [뉴시스]

 

한편 신원식·서정숙·지성호·조태용 미래통합당 의원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이라도 만들라는 김여정의 지시가 나온 지 4시간여만에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하고 청와대와 국방부는 대북전단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북한의 역성을 들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지 북한에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격분했다.

이들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오직 우리나라만을 목표로 한 북한의 신형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우리 감시초소(GP)에 대한 조준사격은 우발적이라며 북한 감싸기에만 골몰해왔다"며 "한술 더 떠 우리 국민들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 못하고 오히려 김여정 하명법을 만들겠다고 하니 참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북전단금지법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역대급 대북굴종행위"라며 "북한의 미사일 총탄보다 우리 국민이 날린 전단지가 더 위험하다는 문재인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 로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 로고.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