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충돌해 재판에 넘겨진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재판 진행 방식을 놓고 의원 측 변호인단과 검찰 간 치열한 공방이 펼치지고 있는 가운데 패스트트랙 재판을 받는 통합당 의원들은 의원직 상실우려를 염려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첫 적용 사례라는 점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4월 보궐선거 이후에 재판이 끝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형을 받는 의원까지 나온다면 사실상 개헌저지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통합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뉴시스
통합당 의원총회, 뉴시스

- 패스트트랙 소송+선거법 위반 의원들 금배지떨어지나
- 통합당 국회의원 선거사범 소송 다수’...개헌저지선 100석 무너지나

미래통합당 전현직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으로 인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중 제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의원은 곽상도·김정재·김태흠·박성중·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철규·장제원 등 총 9명이다. 현역의원들이 포함되면서 패스트트랙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부터 검찰과 변호인단의 수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헌재, 국회법 위배 안해, 갈수록 불리해지는 통합당

특히 증거인부(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대해 변호인이 의견을 밝히는 절차)에 변호인단이 부동의 의견을 내면서 재판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증인 신문 횟수가 많아질수록 재판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법정에 많은 증인을 세우는 일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영상자료를 보면 당시 상황이 정말 (피해자들에게) 위협적이었는지, 폭력적이고 폭압적이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저희는 사건 관계인들을 직접 (법정에) 불러 (증인신문 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공소장에 피고인들이 (국회 의안과 직원에게) 고함을 지르는 등 유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기재했는데 공소사실에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대응했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재판관 54 의견으로 이 사건 행위(바른미래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개선한 일)는 국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서 이 사건 행위가 청구인(오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약식기소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 형을 구형받으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나 패스트트랙 재판을 받는 의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불구속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의원들에 대해서는 더 높은 구형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법조계 출신인 야당 한 중진의원은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일부 친한 동료 의원들에게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말라고 조언했다해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재판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귀띔했다.

실제 패스트트랙 재판에 넘겨진 의원들은 21대 국회가 열렸음에도 재판 준비에 한창이다. 최근에는 검사 출신인 통합당 곽상도, 정점식 의원이 패스트트랙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실 관계자들과 만나 재판 대응 방식 등에 관해 논의를 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재판에 넘겨진 의원실 한 관계자는 곽상도, 정점식 의원을 비롯해 일부 의원들은 검찰의 자료를 살펴보면 별다른 것이 없다며 패스트트랙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솔직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국회선진화법 적용 첫 사례로, 국회선진화법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법안 등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패스트트랙 재판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의원실 관계자들은 변호인단과는 별도로 준비서면을 꼼꼼히 살펴보는 등 의원 개개인별로 대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선무효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패스트트랙 재판, 내년 4월 이후 마무리?

문제는 패스트트랙 재판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이후에 재판이 끝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4월 이후에 판결이 날 경우 당선무효형 판결이 나오면서 2022년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인해 당선 무효형 의원들까지 나올 경우 개헌 저지선(100)’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통합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통합당 한 의원은 재판부에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열리지 않게 하기 위해 4월 이후에 당선무효형이라는 판결을 내려질 수도 있다. 통합당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라며 이럴 경우 개헌저지선이 무너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가 우려된다. 특히 민주당과 군소야당인 정의당 등이 손을 잡을 시 개헌 등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패스트트랙 재판에 넘겨진 현역의원 9명과 선거법 위반으로 1명의 현역의원이 당선무효형을 받는다면 통합당 의석수는 93석이 된다. 전체 의석수는 300석에서 290석으로 줄어들어 개헌저지선인 97석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군소정당과 손을 잡고 개헌 등을 추친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통합당 한 의원은 재보궐 선거가 이뤄지기 전까지 여당이 개헌을 추진할 수도 있다민주당이 독식 상임위를 주장하고, 국회 개원도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을 봤을 때 패스트트랙 재판 이후 통합당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개헌 띄우는 여당, 개헌통과 의석수 자신 있나

실제 180석 슈퍼 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에서 개헌 논의가 계속 꿈틀거리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180석을 확보하고도 개헌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 언제 하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8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사에서 운을 뗐고,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국면을 의식해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민주당 중진 의원 일부는 개헌을 공식 언급한 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방송된 광주MBC5·18 40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관련 다시 개헌이 논의된다면 반드시 그 취지가 되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헌법 전문에 대해 “4·19 이후 장기간의 군사독재가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이 헌법에 담겨야 우리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고, 국민적 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면 개헌 추진 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이제 국회의 몫이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 당장 개헌을 얘기해서 이게 정쟁의 도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개헌을 말했던 분들도 바로 당장 올해 하자고 말하지는 않더라. 그러나 언젠가는 논의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당이 우선적으로 개헌 군불때기에 나서고, 패스트트랙 재판이 끝난 뒤 개헌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말하면 통합당으로서는 거대 여당에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기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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