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4월의 가 볼만한 곳전남 나주
바야흐로 봄이다. 활짝 만개한 꽃들이 봄의 전령이 되어 ‘여행길’을 재촉하는 시기다. 가족들과 함께 주말 나들이 가기에도 적격인 시절이 돌아왔다. 이번 호에선 드라마 촬영지와 배꽃의 장관, 고분군과 사찰을 한 데 묶어 돌아볼 수 있는 전남 나주를 찾아가봤다. 말발굽 소리가 아직도 생생한 드라마 ‘주몽’의 촬영지를 시작으로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여행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된 ‘주몽’.
드라마는 끝났지만 자취는 여전하다. 주몽의 촬영지인 ‘삼한지 테마파크’가 있는 전남 나주는 연일 찾는 방문객으로 줄을 잇고 있다.

촬영지뿐만이 아니다. 굽이도는 영산강과 나주 평야를 한눈에 내려다 보노라면 현실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도 어느덧 사라지기 일쑤다. 예전부터 배가 유명했던 나주의 4월은 청아한 순백의 배꽃으로도 유명하다.

영산포 대교 아래 드넓은 유채꽃밭도 황금빛으로 관광객들을 부른다. 백제시대에 앞서 강력한 세력이 나주 지역에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반남고분군과 비자나무 천연보호림의 운치도 여행의 참맛을 일깨우기에 손색이 없다. 천년고찰 불회사는 여기에 문화의 향기를 더해준다.


해자 성문 ‘재현’
종영된 드라마 ‘주몽’은 평균 시청률 45% 안팎을 기록하며 시청률 1위를 고수했다. 드라마의 촬영지인 나주의 ‘삼한지 테마파크’ 역시 드라마 촬영 당시는 물론이고 끝난 이후에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목책 성루 촬영장으로 쓰였던 입구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회칠한 웅장한 성문이 있다. 성문 앞에 물길이 있어 줄로 매달아 놓은 문을 내리면 성
과 연결되고 문을 올리면 성이 격리되는 해자 성문이다.

해자 성문 안으로 들어서면 고구려가 2대 유리왕 때 국내성으로 천도하기 이전, 소서노(한예진 분)와 주몽(송일국 분)이 졸본 부여의 일족을 이끌고 졸본 지역에 세운 ‘졸본 부여성’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졸본 부여성을 한바퀴 돌고 나가면 서민들이 살았던 ‘초가집 거리’를 지나게 된다. 드라마의 감초였던 모팔모(이계인 분)가 강철검을 만들었던 철기제작소는 왼쪽에 있다. 촬영이 모두 끝나서 드라마에서 보던 불이 활활 타는 화덕과 벌겋게 단 쇠를 볼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옛 대장간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철기제작소를 지나며 중간 성문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곳에는 간이매점을 겸하는 기념품점이 있다. 예전 다른 사극촬영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드라마 캐릭터를 개발한 다양한 기념품이 기다린다.


가장 웅장한 ‘동부여성’
중간 성문 안쪽에 있는 중상류층의 기와집 거리를 지나면 삼한지 테마파크에서 가장 웅장한 ‘동부여성’이 위용을 자랑한다.

동부여성은 금와왕(전광열 분)과 대소왕자(김승수 분)가 집무를 보던 정궁과 왕자궁을 중심으로 유화부인이 기거했던 연못궁, 신녀들의 신당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동부여성 정궁과 정궁에 오르는 계단은 이전 어느 촬영장에서도 보기 힘든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정궁과 왕자궁을 지나면 이 곳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를 만날 수 있다. 당시 국왕과 직접 정사를 논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신녀가 기거했던 공간인 ‘신단’이 영산강과 나주평야를 한눈에 굽어보며 촬영장의 마지막 언덕에 서 있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곳에 만들어진 ‘신의 영역’은 단순히 촬영의 편의성만을 생각하지 않고 의미를 부여한 장소 선정으로 테마파크를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다시 동부여성 정궁 쪽으로 돌아 나오면 이번엔 가장 운치 있는 공간인 연못궁이 나온다. 연못에 한쪽 기둥을 걸치고 선 누각 위에 유화부인(오연수 분)이 홀로 외롭게 서 있어,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4월 배꽃의 장관
나주의 관광은 비단 테마파크를 둘러보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

매년 4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는 나주 곳곳에 때 아닌 하얀 눈꽃송이가 피어난다. 풍부하고 달콤한 과즙과 시원한 맛으로 사랑받는 배의 주산지이
기 때문이다. 이번 달은 하얀 순백의 이미지로 문학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배꽃이 만개하는 시기다.

1번 국도를 따라 광주에서 나주로 들어가는 길 왼편에는 ‘나주배박물관’이 있는데 배의 역사와 종류, 변천과정, 생육과정 등 배에 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배 박물관 주변에는 배 과수원들도 많아 여유있게 둘러보며 배꽃 감상과 사진촬영을 하기에 적격이다.

나주배는 전국 배 생산량의 11.7%, 전남지역 배 생산량의 67.6%(2003년 기준)를 차지한다. 배 박물관을 중심으로 배 과수원이 많이 위치해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산포 대교 아래 영산강변을 뒤덮는 유채꽃의 향연 또한 장관이고 전남 구례의 산수유와 매화도 함께 볼 수 있다.


인도승 마라난타 창건
테마파크와 배꽃 구경에 어느 정도 지쳤다면 비교적 조용한 나주 반남면의 고분군과 다도면의 불회사를 추천한다.

반남 고분군은 이 지역이 백제에 흡수되기 이전 독자적인 강력한 세력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대 무덤들로 특히 고대 일본에서 유행한 전방후원(앞은 네모지고 뒤는 둥근 무덤)분이 유일하게 발견된 지역이다.

나주 불회사는 탐방객이 많지는 않지만 백제에 불교를 전한 인도승 마라난타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내력 깊은 사찰이다. 산사다움을 간직한 고즈넉한 분위기다.

300~400년 된 비자나무 2,300여 그루가 있어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된 사찰 진입로의 싱그러움이 최고다.

드라마 촬영 현장과 봄꽃 여행, 고분군과 고찰을 돌아볼 수 있는 나주 여행은 관광객들에게 여행길의 참맛을 선사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사진,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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