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6월 4일은 중국 대륙의 심장 천안문 광장에서 1989년 민주화 요구 시위를 무력 유혈 진압한 지 31년째 되는 날이다. 무력 진압 장갑차 행렬을 가로막고 나선 한 청년의 사진은 당시 ‘퓰리처상’을 수상할 정도로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최근 미국은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항거로 시작된 시위가 폭력으로 뒤엉켜 미 연방군이 투입 태세를 갖추고 있고 트럼프에 대한 비판의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에서도 흑인 소년 앞으로 밀어닥치는 경찰 앞을 백인 소녀가 보호하기 위해 가로막고 나선 사진이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조회수가 2천여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미국의 심장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부터 미 전역으로 확산 중인 인종차별, 경제 실정, 코로나 대응 실패 등에 대한 미국민들의 항거는 마치 과거 제3세계와 개도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민주화 시위를 연상케 하고 있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지금 미국민들의 항거는 수없이 반복되어 온 흑인들의 인권 차별, 탄압, 희생에 대한 항거의 의미가 크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광범위한 미국민들과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트럼프식 정치’의 ‘막장 드라마’의 결과로 표출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의 미 대권 장악 슬로건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였다. 이후 트럼프는 反 이민정책을 선두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정책들을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강요해 왔다.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의 보호무역 주의 정책을 뛰어넘는 미국 중심의 무역장벽 강화조치들은 중국와의 무역전쟁, 패권 다툼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맘에 들지 않는 언론과의 전쟁은 트럼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트럼프의 ’트윗 정치‘와 말에서는 독재자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독설들이 수시로 세계에 전파되곤 했다.

그 어느 국가도 그동안 세계 초일류국가이자 세계 평화와 자유의 수호자,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미국이 흑인 청년의 굴욕적인 사망으로 인한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5월31일에도 미국의 일론 머스크 (Elon Reeve Musk)라는 사업가는 민간인에 의한 최초의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이라는 세기적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이러한 세계 초일류 강대국이자 세계 평화, 자유의 수호자라는 미국에선 지금 ’트럼프식 정치‘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 시작됐다. 민심은 이미 트럼프식 정치에 등을 돌리고 있고, 여기에는 그의 측근들과 워싱턴 권력층이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전 현직 CIA 출신들은 트럼프의 메시지와 진압 방식이 ’해외의 독재자를 닮았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눈 밖에 나서 잘렸던 초대 前 국방장관 메티스는 ’트럼프는 미국 통합보다 분열시키는 노력을 한다‘고 한 데 이어, 현직 국방장관인 마크 에스퍼는 시위 진압에 군 동원을 반대하고 나섰다.

물론 트럼프는 여지없이 메티스에 대해선 ”"미친개"(Mad dog)라고 독설을 퍼붓고, 현직 에스퍼는 언제 또 메티스처럼 ’트윗 한 방‘에 날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지금 미국을 지켜보노라면 제3세계나 독재국가의 민주화 투쟁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 속에 있다. 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인가보다, ’우리에게 트럼프는 무엇인가‘라는 자문을 먼저 하게 되는 때이다.

미북 핵 협상을 괘도에 올려놓은 그 공을 살펴보기 이전에 지금은 동맹국, 혈맹국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안보와 돈을 직결시키고 압박하여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는 ’비동맹적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통민주화 세력이 주축이 된 문재인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때인 것 같다.

트펌프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의 종말은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분열의 정치‘와 갈등의 조장 속에서도 ’자신의 치적‘과 ’정치적 목적‘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트럼프식 정치‘를 미국인들과 세계인들이 종식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연말 美 대선이 다가오면서 트럼프에게 미국인들이 응답할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더 이상 ‘트럼프식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닌, 그 누군가에 의해 ‘다시 위대한 미국 건설’(Make America Great Again...)을 외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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