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대표

지난해 12월 공수처법 표결 시 기권표를 던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경고' 징계를 받은 금태섭 전 의원이 정치인의 '소신'을 이야기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정치인은 논쟁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 용기 있게 자기 생각을 밝히고 그 과정에서 욕도 먹고 지지도 얻는다”고 했다. 이것이 정치인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는 가치관과 기준을 정립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이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서 배우게 된다고 했다.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얘기지만 작금의 현실에서는 참으로 청량하고 상쾌한 현답이다. 

금태섭 전 의원은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 당 지도부가 함구령을 내리면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이냐"고 개탄했다.  이는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연 혁신과 재건을 서두르고 있는 미래통합당 역시 소신 있는 정치인이 있는지, 소신 있는 정당인지 의문이다.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하는 '소신'있는 정치인이 되는 길은 논쟁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 용기 있게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5월 한 달 전국을 들끓게 했던 이슈는 당연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파문은 '조국 2탄' '제2의 조국 윤미향'으로 정리돼 가고 있다. 앞으로 검찰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당사자들이 인정하는 '회계부정(실수포함)' 과 '할머니 지원 인색'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또 논란 과정에서 보여준 집권 여당과 소위 친문세력의 대깨문(대X리가 깨져도 문재인 지지)식 이용수 할머니 죽이기-원색적인 비난과 친일 세력 배후조정설 등-는 조국 사태 때와 같이 사실과 상식을 무시한 자기 편 무조건 감싸는 파렴치한으로 국민들의 가슴 깊이 새겨졌다.

그런데 윤미향 논란 과정에서 미래통합당과 소속의원들은 '소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의 허물과 위·탈법행위를 재탕 삼탕하고 들쑤시기에만 바빴지 미래통합당과 정치인들은 누구 하나 책임 있고 소신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물 빠진 갯벌의 망둥이처럼 펄쩍펄쩍 뛰듯이 헐뜯고 폄하하기에 바쁜 일본의 극우세력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다. 

물론 4.15총선에서 대패한 후 찾아온 첫 여당 공격의 호기를 놓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연하다.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과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판하고 철저히 수사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래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그러나 국가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인, 정당이라면, 특히 그동안 친일 프레임으로 당할 만큼 당해 본 미래통합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소신'을 밝히고 이번 논란이 대승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도록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통합당과 소속 의원들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만 이야기하지 정작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 '지난 30년간의 투쟁의 성과 훼손 방지' 등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그동안 해 온 것처럼 정치적으로 유리한,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며 손뼉 치고 좋아하는 소인배 같은 짓만 되풀이했지 정작 정치인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인 '국론 통합을 위한 대승적 해법' 제시는 없었다.

'변화, 그 이상의 변화'를 예고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좌파세력의 '토착왜구, 친일후손당' 공세에 '친일 프레임'이라고 분통을 터트리는 미래통합당, 보수세력은 답해야 한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잘 가고 있는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 부패 프레임이 훼손될 수 있다거나 해법을 제시했다가 도리어 친일프레임에 걸려들 수가 있다. 굳이 끼어들 필요 없다는 관망안정론 등등이다.

이는 정당하지 않다. 소신 있는 정치인도,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도 아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눈감고 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인가.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인데 과거사라든가 현실적 국익론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관과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비록 반대 세력의 '역 프레임'에 걸려 당장 어려움을 겪더라도 당당하게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

일본이 아무리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고 해괴한 이론을 갖다 붙여도 6.25전쟁은 북한의 도발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강제동원 위안부는 없었다고, 일제식민지경제가 근대화라고, 5.18 광주민주항쟁이 북한군 공작이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음모라고, 21대 총선이 불법선거라고 아무리 우겨도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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