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섬유·수소경제 활성화 나서며 글로벌 경영 행보 펼쳐

[효성그룹 홈페이지]
[효성그룹 홈페이지]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들은 ‘저임금 노동력’보다 ‘현지 시장진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듯 지난해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제조업의 해외 진출 트렌드와 영향’의 해외투자 목적별 신고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현지 시장진출’ 목적 투자 비중은 2012년 35.6%에서 2018년 65.5%까지 증가했다. 반면 동 기간 ‘저임금 활용’을 위한 투자의 경우 13%에서 6.6%로 감소했다. 일요서울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며 활약하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이번 호는 탄소섬유 분야에 이어 수소경제 활성화에 나서는 효성그룹에 대해 알아본다.

‘린데그룹’과 3000억 투자… 세계 최대 규모 액화수소 공장 설립

멕시코 대통령과 2300억 ATM 수주 사업 논의… 확고한 입지 다져

효성그룹은 (주)효성을 모기업으로 하는 기업집단으로 효성그룹 창업주인 조홍제 회장이 1957년 효성물산(주)를 세웠다. 조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과 함께 삼성물산공사를 공동으로 세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이 효성물산을 세웠으나, 그룹 모태는 1966년 창립한 나일론 원사 제조업체인 동양나이론이다. 1998년 효성생활산업(구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등 그룹의 핵심 기업들과 함께 (주)효성으로 통합됐고 2018년 6월 지주회사인 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으로 나뉘었다. 효성그룹은 중공업, 산업자재, 섬유, 화학, 건설, 무역 정보통신 등 7개의 PG(performance Group)로 나누어 사업한다.

세계기업과 상호 협력 강화
사회적 책임 실천 앞장 서

지난해 6월 효성그룹은 세계 최대의 종합석유화학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Arabian American Oil Company)와 탄소섬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아민 나세르(Amin H. Nasser) 사우디 아람코 CEO와 탄소섬유 공장 설립 검토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효성그룹과 사우디 아람코는 이번 MOU를 통해 탄소섬유 생산 기술 개발과 적용에 협력해 향후 사우디아라비아나 국내 등에 탄소섬유 공장을 신설, 증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또 효성그룹이 개발한 첨단신소재인 폴리케톤과 PPDH 등 화학분야, ESS, 송·배전 그리드 등 전력 분야에서도 상호협력을 강화한다.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는 1/4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한 섬유로, 효성그룹이 지난 2011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2013년부터 전북 전주에 연산 2000 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월부터 전주 공장 부지에 연산 2000 톤 규모 탄소섬유 공장을 추가 증설하고 있다. 조 회장은 “아람코의 경영 노하우와 효성의 독자적인 기술이 합해져 앞으로 탄소섬유를 비롯한 미래 신사업이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조현준 회장이 멕시코 대통령과 직접 면담해 사업 계획을 논의하며 글로벌 경영을 이어갔다. 이번 면담은 효성그룹 IT계열사인 효성TNS가 조 회장의 주도로 대형 복지 정책인 ‘Rural ATM 프로젝트’에 필요한 ATM 8000대(2030억 원 규모)를 전량 수주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조 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오브라도드 멕시코 대통령에게 대규모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과 함께 전력 인프라 사업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 회장은 “멕시코 정부의 서민 삶 우선 정책과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이번 Rural ATM 프로젝트는 효성그룹이 수익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사업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조 회장이 2018년 초 사업 초기 단계부터 진두지휘해 온 것으로,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영업력을 확대해 수주하면서 의미가 크다. 효성TNS는 2020년 말까지 8000대의 ATM기를 납품, 멕시코의 ATM 시장점유율을 현 2% 수준에서 15%로 확대하며 시장 내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

미국 전력시장 공략
첫 현지 생산 기지 확보

지난해 12월에는 효성그룹의 글로벌 경영 행보가 결실을 맺기도 했다. 효성중공업이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전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첫 현지 생산 기지를 확보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테네시 주에 위치한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MEPPI, Mitsubishi Electric Power Products, Inc.)을 4650만 달러(한화 약 5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번 투자는 ▲미국의 전력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커지고 있으며 ▲전력 인프라의 노후화로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초고압변압기 시장은 약 2조 원 규모로 효성중공업은 2001년 미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미국의 주요 전력회사들과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테네시 공장 인수로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함에 따라 고객들에게 한층 안정적으로 제품 공급을 할 수 있게 됐다.

효성그룹이 지난해 대규모 탄소섬유 투자에 이어 올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세워 수소경제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4월 효성그룹은 산업용 가스 전문 세계적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 함께 오는 2022년까지 총 3000억 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우선 1500억 원을 투자해 효성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울산 용연공장 내 부지 약 3만 여㎡(약 1만여 평)에 액화수소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연산 1만3000 톤 규모(승용차 10만 대 사용 가능 물량)로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를 위해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1분기에 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2년 완공할 계획이다. 양사는 공자는 완공시점에 맞춰 15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액화수소 충전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액화수소 공급을 위해 전국 주요 거점지역에 120여 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신설 50곳, 액화수소 충전설비 확충 70곳)하는 등 수소 공급을 위한 협력적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지난 2000년부터 CNG 충전 시스템 사업에 진출해 2008년부터는 수소 충전소 보급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전국 15곳에 수소충전소를 건립하는 등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MOU는 효성그룹이 모빌리티 부문의 수소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확고한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조 회장은 “수소는 기존 탄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효성이 추진하는 액화수소 사업의 핵심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번 투자가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