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어라연, 동강사진박물관전경, 단종역사관, 천체투명실, 동강사지박물관내부,(사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추천, 3월의 가 볼만한 곳 <2>
어느덧 춘삼월도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여행을 나서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여행은 휴식의 시간이자 배움의 시간이다. 자연의 묘미와 새로운 지식을 여유롭게 즐기며 얻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이번 호에선 최상의 효과를 맛볼 수 있는 영월을 살펴봤다. 아름다운 동강과 함께 다양하게 구성된 ‘박물관’들을 찾아 나서보자.



영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동강이다. 그리고 단종과 청령포를 비롯, 역사의 고장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여기에 최근에는 ‘박물관 고장’이란 또 다른 수식어가 붙었다.

영월 곳곳에는 크고 작은 테마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동강사진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영월책박물관, 곤충박물관처럼 박물관 명칭을 사용하는 곳이 네 곳이나 된다.

여기에 단종 역사관, 난고 김삿갓 문학관, 별마로 천문대, 국제현대미술관, 묵산 미술관 등이 박물관과 진배없는 규모와 수준을 자랑한다.

동강의 물줄기와 봉래산의 신선한 정기를 느끼며 맛보는 영월 ‘박물관 여행’은 더 없이 좋은 추억들을 선사해 줄 것이다.

영월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영월군청 바로 옆에는 근사한 건물이 하나 서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사진 박물관으로 지난 2005년 7월에 개관한 동강사진 박물관이다. 이름 때문에 동강을 촬영한 사진이 주로 전시되었으리라는 선입견이 들지만 진솔한 삶의 모습과 다큐멘터리적 사진, 동강사진축전 수상 작품 등을 주로 전시한다.

현재는 한국 사진계의 선각자로 꼽히는 고(故) 이해선 선생의 사진전 ‘1950∼1960년대 이야기’가 전시되고 있으며 이어 김기찬 선생이 찍은 ‘서울의 골목 안 풍경’을 전시할 예정이다.

상설전시장에는 사진의 역사를 연표로 정리해 놓았으며, 기증 받은 300여점 클래식 사진기가 볼만하다. 2층에는 사진기의 셔터, 조리개, 렌즈의 기능을 체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체험실이 있다. 안경을 쓰고 입체 사진을 보며, 영월의 자생식물을 슬라이드 상태로 감상한다.

또한 ‘영월을 배경으로 찰칵’ 코너에서는 블루 스크린 앞에 서서 원하는 영월 풍경을 배경으로 넣는 합성사진을 찍어 볼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이다.

영월읍내에서 굽이굽이 동강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소나무와 맑은 물이 친구하는 와석리 김삿갓 계곡 언덕배기에 조선민화 박물관이 있다. 조선 시대 서민들의 친구였던 민화가 더욱 정겨워지는 박물관으로 가장 먼저 만나는 그림은 작호도(鵲虎圖)다.

소나무 아래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호랑이가 있고 그 옆 소나무 가지 위에는 까치 한 쌍이 앉아있다. 예로부터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거나 반가운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새로 까치가 전해주는 기쁜 소식을 듣고 히죽이 웃는 모습의 호랑이는 신년보희(新年報喜)의 염원을 담은 그림이다.

잡귀를 막아주는 호랑이와 좋은 소식을 전하는 까치를 가까이 두고 한 해 동안 좋은 소식만 많이 들으라는 새해 인사 선물로 인기 있던 그림이다.

그 옆에는 현란한 용 그림인 운룡도(雲龍圖)가 있고 신라 선덕여왕의 영민함을 보여주던 모란도(牡丹圖), 어해도(魚蟹圖·물고기와 게 그림), 문자
도(그림으로 글자를 표현한 것) 등 약 150여점이 갖가지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곳 소장민화는 320여점에 달한다.

처음에는 생경스럽다가도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면 친근함이 느껴져 집안에 한 점 정도 걸고 싶어지기도 한다.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을 그림으로 그린 ‘구운몽도’는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채색을 하면서 여인들의 가체에 금가루를 사용한 점으로 미루어 왕의 하사품으로 추정된다. 일제 때 해외로 유출됐던 것을 미국 소더비 경매에서 오석환 관장이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 한다.

어린이들은 민화를 직접 그려볼 수 있고 건물 뒤쪽에 분재코너와 더불어 야생화공원도 조성돼 있어 가족 방문지로 손색이 없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고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중고생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며 연중무휴다.

영월에선 산골폐교 또한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주천에서 영월로 가는 59번 국도선 옆에는 영월책박물관과 곤충박물관이 있다.

99년 4월 서지학자 박대헌씨가 문을 연 영월책박물관은 신천초등학교 여촌 분교였기에 두 동 밖에 없던 교사(校舍)였다. 한 동은 전시실로 한 동은 사무실 겸 수장고로 쓰인다.

크기와 전시품이 도시 사람의 눈으로 보면 허술하고 실망스럽다. 하지만 철수와 영이가 등장하는 어린 날의 교과서를 비롯해 개화기 신식 인쇄술이 도입된 1883년부터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까지 국내 단행본 장정의 변천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또 천재시인 이상이 서울 종로에서 ‘낙랑’ 카페를 운영하던 시절 뿌린 광고전단, 소설가 홍명희의 신문기자 시절 명함도 볼 수 있다.

전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월출신인 송광용씨의 만화 일기다. 1934년 영월에서 태어난 송광용씨는 만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중학 1년 시절인 1952년 5월부터 1992년 2월까지 군대시절을 포함한 4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만화 일기를 썼다.

갱지를 반으로 접어 A4크기로 만든 후 직접 제본을 해서 각 표지에는 일련번호를 붙이고 제목을 달았으며 표지그림을 그려 넣었다. 만화가를 꿈꾸던 한 사람의 생과 좌절을 만화일기로 엿볼 수 있다. 그 중 101권이 영월책박물관에 소장되어 그 일부를 볼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동절기는 5시),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중고생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문포초등학교를 개조한 곤충박물관은 4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졌으며 도시에서 보기 힘든 나비, 잠자리, 딱정벌레 등 1만여 종 3만여 점의 곤충을 전시하고 있다.

날개에 그려진 화려한 태극무늬가 시선을 잡는 태극나방, 빛깔이 낙엽 색깔과 똑같아 구분하기 힘든 으름방 나방, 한라산에서 설악산까지 날아간
다는 왕나비 등 나비와 나방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쇠똥구리, 장수하늘소, 풍뎅이 등 갖가지 곤충 표본과 갑충도 있다.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표본은 모두 관장 이대암씨가 30년 동안 직접 표본한 것들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영월읍 봉래산 정상에는 별마로 천문대가 있다. 별과 정상을 뜻하는 ‘마로’의 합성어로 연간 관측일수가 190일로 국내 최고의 관측여건을 갖추고 있다.

천체투영실에서 가상 별자리 여행을 통해 사전 공부를 한 후 4층 관측실로 올라가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면서 토성, 오리온성운 등을 찾노라면
그 어느 순간보다 황홀해진다.

하루 5회 정도의 기본 프로그램이 있으며 예약은 필수다. 별 관찰에 방해가 되는 아이들의 반짝이 신발이나 핸드폰 사용은 주의를 요한다. 관람
시간은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월요일, 공휴일 다음날은 쉰다.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이다.

이외에도 김삿갓 계곡 초입에 위치한 묵산 미술 박물관은 전통 한국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평생 갓을 쓰고 세상을 주유했던 김삿갓의 무덤과 그의 연구 자료가 전시된 난고 김삿갓 문학관이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배가된다.

장릉내의 단종역사관에는 단종 일대기가 모형으로 전시돼 있으며 청령포에는 단종과 관련된 유적이 가득하다.

또한 4억년의 신비를 간직한 고씨동굴, 한반도 지도를 닮은 선암마을과 거대한 기암괴석인 선돌을 지나면 요선정과 법흥사 가는 길이 이어진다.

요선정은 신선을 맞이하여 함께 노닌 곳으로 아래쪽 계곡엔 신선들의 놀이터인 요선암이 있다.

법흥사는 불상 대신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곳으로 양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와 더불어 3대 적멸보궁에 속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영월 땅은 박물관을 비롯해 볼거리가 너무나도 풍부한 곳이다.

사진,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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