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대중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늘 승자의 몫이다. 예외가 없지는 않다. 가끔 승자보다 더 주목받는 패자가 있다. 문재인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차기 도전에 나설 것이 예상돼왔다. 당선만 됐다면 탄탄대로였다. 다만 지역주의의 높은 파고를 높지 못하고 대구에서 낙선했다. 향후 정치적 전망도 총선 패배와 더불어 불투명해졌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김부겸 전 의원은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올랐다. 이른바 2의 노무현을 노리며 긴 호흡으로 차기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그동안 차기 대권도전 여부에 대해 모든 정치인은 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5·18 민주화운동 40주기인 18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5·18 민주화운동 40주기인 18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 21대 총선 패배 이후 승자보다 더 주목받는 패자
- 정중동 행보 속 전대 출마설정세균과 동맹시 파괴력

 고비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다. 물론 김부겸 전 의원이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른바 이낙연 대세론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이 때문에 김 전 의원이 의미있는 2만 기록하더라도 정치적 주가는 오히려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대 성적표에 따라서는 대권도전이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

특히 김부겸 전 의원의 총선패배는 단순한 낙선이 아니다. 보수의 텃밭이자 민주당의 최대 험지인 대구에서 낙선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정치적 훈장에 가깝다. 과거 지역주의 타파에 도전했다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바보 노무현의 상징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 일각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차기 대권 구도에서 대세론을 누려온 이낙연 전 국무총리보다 다크호스로 불리는 김부겸 전 의원을 더욱 주목하는 이유다.

8월 전대 관심 집중김부겸, 정세균 총리 동맹설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최대 관심사였던 이낙연 전 총리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도전자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김부겸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이른바 이낙연 차기 대세론을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차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총리의 당권 도전으로 민주당 전대의 승부추는 이미 기울었다.

관심은 오히려 이낙연 전 총리와 2위 주자간의 격차에 쏠려있다. 우선 이낙연 전 총리의 압승이다. 차기 지지율 1위의 주자답게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 지지를 얻는 것이다. 다만 어려운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 차기 당 대표 선출에도 득표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하거나 2위 주자와의 격차가 근소해질 수도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총선 패배 이후 정치적 진로와 관련해 장고를 거듭해왔다. 원외라는 한계를 고려할 때 정치적으로 완전히 잊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당권도전 없이 대권도전으로 직행하는 건 민주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

최근 김부겸 전 의원은 선택은 8월 민주당 전대를 향하고 있다. 공략 포인트는 바로 의미있는 2위다. 표면적으로 이낙연 대세론저지를 내걸겠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의미있는 2위다. 이낙연 전 총리와의 격차가 줄어들 경우 김부겸 전 의원의 정치적 주가는 오히려 급등할 수 있다. 총선 패배로 닫혔던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이 활짝 열리게 되는 셈이다.

특히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나돌고 있는 이른바 이낙연 견제를 명분으로 하는 김부겸·정세균 동맹설을 고려할 때 김부겸 전 의원이 8월 전대에서 의외의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정세균 총리는 지난 1일 민주당 소속 대구·경북(TK) 낙선자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초청해서 위로만찬을 가졌다.

또한 김부겸 전 의원은 과거 정세균 총리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낼 때 원내수석부대표로 손발을 맞춘 적도 있을 만큼 두 사람의 인연도 깊다. 이후 당 안팎에서는 김부겸·정세균 동맹설은 급속히 확산됐다. 김부겸 전 의원의 정치적 상품성과 6선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총리의 당내 기반과 조직력이 합쳐진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두 사람은 이러한 관측에 펄쩍 뛰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낙선자들과 별도의 환담 자리를 가졌고 거기서 전대 관련 대화를 꺼냈다는 얘기도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정세균 총리 역시 대권이니 당권이니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다고 부인했다.

2의 노무현’, 대구 낙선 정치적 성장의 밑거름?

김부겸 전 의원의 그동안 정치적 행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꼭 닮아있다. 수도권 지역구를 버리고 민주당의 불모지인 영남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스스로를 헌신했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지역주의에 도전한 곳이 부산이냐 대구이냐 정도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은 98년 서울 종로 재보선에서 당선됐지만 200016대 총선에서 부산 도전을 선택했다가 낙선했다. 아쉬운 실패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후 한국 최초의 정치적 팬클럽인 노사모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이는 대통령 노무현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김부겸 전 의원은 현존하는 민주당 정치인 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장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또한 경기도 군포에서 내리 3선 의원을 거쳤다. 지난 201619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대구 수성을 출마를 선택한 것이다. 차기 대권을 향한 큰 그림이었다. 특히 대구는 보수의 심장부로 민주당의 도전을 전혀 허락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대구는 부산보다 상황이 더 어려운 지역이다. 그야말로 험지 중의 험지였다. 김부겸 전 의원은 도전은 13패다. 201219대 총선 낙선2014년 대구시장 선거 낙선201620대 총선 당선202021대 총선 낙선이었다. 1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당선의 영광은 단 한번이었고 낙선의 쓰라림은 3번이었다.

낙선자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김부겸 전 의원의 전대 도전 여부는 민주당 전대는 흥행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낙연 추대론으로 싱거운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전대판에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서는 김부겸 전 의원의 차기 급부상도 점쳐볼 수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의 경우 과거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이른바 한나라당을 탈당한 독수리 5형제 출신이다. 호남 기반인 민주당에서 활동하면서 적잖은 유무형의 손해를 입었다. 만일 김부겸 전 의원이 계속 보수정당에 몸을 담았다면 벌써 대통령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전대에서 이낙연 대세론 저지를 명분으로 정세균 총리와 연대할 경우 누구도 예상못한 결과까지도 만들어질 수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호남 기반의 민주당에서 영남 출신 정치인으로의 한계가 명확하다. 당 기반이 약하다. 이 때문에 전북에서 4, 서울 종로에서 재선 등 총 6선으로 국회의장까지 지낸 정세균 총리의 측면지원이 전제된다면 전대 도전은 본인의 정치적 주가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정세균 총리 역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정세균 총리 역시 차기 대권이라는 큰 꿈을 꾸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부겸 당권 카드가 더 매력적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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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세론 피로감영남 확장성이 강점

김부겸 전 의원의 차기 도전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호남 기반 정당에서 영남 후보라는 점은 정치인 김부겸만이 갖는 최대 강점이다. 실제 민주당 계열 정당은 87년 민주화 이후 대선에서 3번의 승리를 거뒀다. 바로 97년 대선, 2002년 대선, 2017년 대선이다. 다만 여기에는 일정한 공식이 작동한다. 보수의 영남표를 분할할 수 있는 구도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 영남 후보다. 호남의 몰표와 더불어 영남에서의 표의 확장성이 증명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의 독자출마로 보수의 영남분열이 현실화됐기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김부겸 전 의원이 차기 도전에 나서게 된다면 정치적 상황은 2002년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차기 구도와 매우 유사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인제 대세론을 누르고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기적을 연출했다. 차기 대선 지지율도 저조했고 당내 지원군도 열악했기 때문에 한국 정치사에서 대선후보 경선 중 가장 드라마틱한 승리였다. 김부겸 전 의원의 정치적 상황도 쉽지 않지만 환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도전에 나섰던 2002년 국면과 유사하다.

일단 차기 지지율 3040%대를 오르내리는 막강 주자 이낙연 전 총리가 버티고 있다. 다만 이 전 총리의 경우 문재인정부 초창기부터 대세론을 유지해왔다. 3년 정도 이어지고 있는 이낙연 대세론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커질수록 김부겸 전 의원의 정치적 공간은 보다 확장될 수밖에 없다. 이낙연 전 총리의 경우 21대 국회 전반기 야권의 끝없는 견제와 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총선 결과에 따른 정치적 착시현상으로 민주당 우위구도가 뚜렷해보이지만 여야의 실제 지역구 득표율 총합은 약 49% vs 41% 정도였다차기 대선은 보수·진보의 접전 구도로 흐를 것이다. 만일 차기 대권까지 야권의 집중 견제로 이낙연 대세론이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면 민주당은 또 하나의 대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마땅한 친문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제2의 바보 노무현이라는 이미지를 계승한 김부겸 전 의원의 차기 도전은 일단 그림이 된다김부겸 전 의원의 전대 출마 여부는 물론 그에 따른 성적표에 따라 민주당의 차기 지형도 현재와는 다른 모습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김준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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