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렸는데 “왜 대출 이자는 안 내려가”

한국은행이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와 국내 경기 위축 등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해 통화정책 운영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 등 경제 성장 둔화로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해 통화정책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금통위를 주재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5월28일 우리나라 역사상 최저 금리인 0.5%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와 국내 경제 성장세 둔화가 맞물리면서 소비 부진과 수출 급락이 이어졌다. 지난 2월만 하더라도 올해 GDP성장률 전망치가 2.1%를 넘어서고 있었지만, 6월을 기준으로 0% 내외 수준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불확실성도 전례 없이 높다. 이런 가운데 은행 저금을 통한 이자수익을 올린다는 것도 이제 옛말이 됐다. 

 

예·적금, 5년 이상 유지하는 ‘비과세 저축보험’ 상품 추천
대출은, 정부나 기관 보증하는 고정금리 대출 상품 유리해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으로 경제활동이 제약되면서 경제의 ‘척추’라 불리는 수출까지 무너지며 금리 붕괴를 막을 수 없게 됐다는 풀이까지 나온다. 한국은행이 밝힌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3% 감소했다. 1분기 말 기준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대출금 잔액은 총 1259.2조원으로 전기 말 대비 51.4조원 증가했다. 증가폭도 2배를 넘어섰다. 

결단 못 내리는 금융 소비자 ‘어디 저금할까’

전 산업계가 마이너스 성장시대의 도래를 우려하는 초저금리 상황, 금융소비자들은 금융 상품의 선택에도 고민이 크다. 어떤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지 어떤 예·적금을 유지해야하는지도 결단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A은행의 본점 영업부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예·적금 상품도 분명히 금리가 떨어졌다며, 고객들이 상품의 특성을 고려해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해당 은행의 개인형퇴직연금(IRP)상품을 이용 중인 개인사업자 박 씨는 “지난 3월 한 은행 영업점을 찾아 IRP에 가입하기 위해 투자 내용을 고르던 중 ‘대구은행’ 정기 예금을 기준으로 하는 상품을 신청했다”며 “당시 이자율이 1.51%였는데 기준금리가 내려간 지금 이자율은 1.12%로 하락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말했다. 

A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서민들에게 추천한다면 금리 하락 추세에서 1~2년 안에 당장 자금을 마련해 쓸 것이 아니라면, ‘비과세 저축보험’ 관련 상품을 추천해 권하고 있다”며 “5년 이상 납입기준으로 비과세 혜택도 있고, 보험사에서 정하는 공시율이 시중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10년 이상 만기로 보면 타 상품에 비해 유리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은행의 적금 등으로 1년 식 연장해서 가입하는 것 보다 한 번에 장기 상품으로 해서 적립하는 것이 이자율도 유리하고, 은행 상품은 추후에 고객들이 자금을 찾을 때 이자 소득세도 내야 하므로 세금 등을 고려하면 보험사 관련 상품이 훨씬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은행과 보험사가 상호 제휴와 업무 협력을 통해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금융결합 형태인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해당 상품과 유사한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금융소비자들은 주거래 은행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기준금리 내렸는데, 대출 이자는 ‘그대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고객들이 가장 많은 의문을 가지는 것이 자신이 이용하고 있는 대출 상품의 금리도 함께 내려갔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기존의 3억짜리 아파트 담보대출을 올해 초 정부에서 주택금융공사(주금공)를 통해 진행한 ‘서민형 아낌이 보금자리론’으로 전환한 직장인 김 씨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을 듣고 주금공 대출을 진행했던 D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D은행 대부·대출계 관계자로부터 “기준금리가 내려가긴 했으나, 아낌이 보금자리론 등 주택금융공사 등 정부가 진행한 담보대출 상품 등은 6개월 변동 금리물에 해당되지 않는 고정금리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이자는 기존대로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만 그 관계자는 “금리가 인하되는 시기에는 불리해 보일 수 있으나, 반대로 인상 시기에는 고정금리 상품 이용 고객들이 유리할 수 있다”며 “금융공사나 은행에서도 수급 시점에 맺은 약정에 맞춰서 진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기존에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저금리 시대에 조금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보다 높은 고정금리 상품을 이용 중일 때 낮은 금리에 맞춰서 출시된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쉽지 않다. 

시중 은행들이 보유한 대출 상품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대환 심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럴 때는 오히려 고객이 손해를 볼 수 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 중도상환에 따른 해약금 등이 발생할 수가 있으므로 당장 교체를 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D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위해 최근 1개월 이내의 발급 서류들이 필요한데,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이 겹치면서 기존 고객들의 경영 조건이 오히려 더 악화된 경우라면 대출상품의 추가적인 이용도 힘들 수 있다”며 “예·적금으로 고객들이 받을 이자소득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데 반해 대출상품에 대한 이자지출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출과 관련해서는 정부나 기관에서 제공하는 상품들의 이자율이 가장 낮고 시중은행 기준으로는 담보대출 최저 이자율로 나와도 평균 2.4% 수준을 넘어선다”며 “전세든 주택 담보대출이든 정부에서 운영하는 것이 가장 이자율이 싸고, 시중 은행 상품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실적이나 거래 요건도 지속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은행과 관련된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월 고정 비용의 자동이체 계좌를 해당은행으로 등록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건을 조절할 수 있다. 

시중은행에도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대출 상품도 있으나, 6개월을 기준으로 변동금리가 적용되므로 소비자들은 유불리를 잘 따져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면 1월에 한 번 변동되면 7월에 또 한 번 변동되도록 시기가 정해져있어, 1월에 상품을 가입했는데 2월에 기준금리가 낮아졌다고 하더라도 당장 낮은 이자율을 적용해 줄수는 없으므로 적용 기준에 따른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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