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왼쪽상단부터시계방향으로 대관령설경, 방태산, 대관령 목장, 황태덕장

겨울과 봄이 만나는 ‘강원도’ 여행
겨울과 봄이 엇갈리는 계절이다. 아직 꽃샘추위가 기다리고 있지만 한겨울 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 밑에선 봄의 새싹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겨울 속에 봄이, 봄 속에 겨울이 있는 것이다.
강원도 깊은 산에는 쌓인 눈이 여전하지만 봄의 도래를 막을 수는 없는 일. 대동강 물도 물린다는 우수도 어느덧 지났다. 겨울과 봄이 만나는 강원도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새로운 ‘봄’의 정취를 만끽해 보자.


강원도 인제 미산 고로쇠마을
한겨울 동안 새하얀 눈에 뒤덮였던 고로쇠나무에선 어느덧 봄기운 듬뿍 머금은 고로쇠 수액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온 땅과 땅에 봄의 기운이 가득하다. 가족들과 함께 ‘고로쇠’를 찾아 떠나는 건강여행도 적격인 계절이다. 고로쇠 약수는 백운산 자락과 지리산 자락 등이 대표적인 명소로 꼽히지만 강원도 인제의 미산계곡 방태산도 유명한 곳 중 하나다.

심산유곡과 맑은 공기, 그리고 청량한 물 한 잔은 봄을 맞는 여행객들의 기분을 충족시키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고로쇠 수액은 말 그대로 단풍나무과인 고로쇠나무에 상처를 내 뿌리에서 줄기로 올라오는 물을 인위적으로 채취한 것이다. 고로쇠 약수의 효능에 대해선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신라의 고승 도선 국사에 관한 것이다.

백운산에서 가부좌를 틀고 도를 닦던 도선국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국사는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고 시도했다. 그 때 마침 가지가 부러졌는데 그 나무의 상처에서 떨어지는 수액을 마시고 무릎을 펴게 됐다는 전설이 있다.

물론 증명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 때부터 뼈에 이롭다는 뜻에서 ‘골리수’로 불리게 됐고 이후 고로쇠나무로 명명됐다고 전해진다.

고로쇠 수액은 알칼리성으로 당도가 높고 마그네슘, 칼슘, 미네랄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신경통과 위장병,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액은 30~50년 수령의 나무에서 채취되고 우수에서 시작해 경칩까지 나오는 수액의 효능을 최고로 친다.

신선한 고로쇠 수액은 많은 양을 먹어도 배탈이 나거나 물리지 않는다고 해 희귀한 약수로 평가받는다. 특히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계속 땀을 흘리며 짧은 시간에 많이 마시는 것이 수액의 효능을 높이는 방법이다.

여기에 오징어나 멸치, 북어포 등 짠 음식을 곁들이면 체내에 있는 노폐물이 소변과 함께 빠져나가 고로쇠 수액의 체내 흡수가 빨라진다고 한다.

가짜 수액은 물을 섞은 다음 설탕을 넣어서 맛이 달지만 진짜 수액의 맛은 그리 달지 않고 미지근한 맛이 느껴진다고 한다.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 배달해서 마실 수도 있지만 역시 현지에서 마셔야 더 신선하고 제대로 된 봄을 마실 수 있다.


대관령 양떼목장
이상고온의 날씨로 때 이른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여전히 겨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2014 동계올림픽 유치로 떠들썩한 강원도 평창 대관령의 양떼목장에는 겨울의 낭만이 남아있다.

목장의 매력이 푸른 초지라지만 겨울 목장 또한 만만치 않다. 대관령 목장에서 눈밭을 걷고 있노라면 새로운 정취에 흠뻑 빠지기 마련이다.

대관령 양떼 목장은 6만여 평으로 해발 850~95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양 목장이다. 주위에는 제주도의 해오름 같은 둥근 야산들이 병풍처럼 하얗게 둘러서 있고 이 넓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의 모습은 흡사 먼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요즘은 양들을 방목하지 않기 때문에 그 같은 낭만은 보기 힘들다.

하지만 양떼목장을 오르는 산길은 온통 양털처럼 하얗게 변해 설원을 오르는 듯한 기분이다. 능선에 다다르면 눈꽃들 사이로 눈 속에 파묻힌 작은 오두막 한 채를 만날 수 있다.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세트장으로 사진촬영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겨울철이면 이곳은 천연눈썰매장으로 변해 여행객들에게 또 다른 ‘신바람’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 아래에는 양에게 직접 건초를 줄 수 있는 축사도 있다.

대관령 양떼목장 반대 방향에는 대관령 여행의 백미인 선자령 산행이 가능하다. 대관령 옛휴게소에서 북쪽 능선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겨울 풍경하면 눈 덮인 황태덕장도 빼놓을 수 없다. 영동고속도로 횡계인터체인지에서 나와 대관령으로 가는 길에서 보이는 인제 용대리 황태마을은 우리나라 황태의 80%를 생산하는 최고의 황태덕장이다.

들판을 메우다시피 깔린 덕장에서 익어가는 명태 무리는 대관령 눈보라 속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누렇게 익어간다.

겨울의 늦자락과 이른 봄의 정취를 맛보려면 강원도로 여정을 짜보자. 두 가지 묘미를 동시에 맞볼 수 있는 축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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