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커플’ 추억을 더듬어 경남남해

“꼬라지하고는”, “기억 안나” 등 수많은 유행어를 양산하면서, 작년 연말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던 드라마 ‘환상의 커플’. 극중에서 알콩달콩 엮어지는 강철수(오지호 분)와 나상실(한예슬 분)의 로맨스는 물론 드라마 촬영지였던 남해도 덩달아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 마디로 ‘뜬’ 것이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바다와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빨간 등대, 조용한 어촌 풍경 등 그림 같은 남해의 곳곳이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그 추억을 더듬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보물섬’에 발을 들여놓다
남해로 가려면 사천IC에서 빠져 ‘창선삼천포 대교’를 건너야 한다. 모두 5개의 섬을 연결하는 붉은 대교의 전경은 한마디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창선 삼천포대교를 지나다 보면 아래 지족해협에 떠 있는 V자 모양의 대나무 울타리를 볼 수 있는데 ‘죽방렴’이다. 처음 본 사람이라면 “과연 저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며 의아해할 수 있을 터. 바로 남해의 ‘살아있는 자존
심’이라고 불리는 원시어업 죽방렴이다.

죽방렴이란 길이 10m정도의 참나무 말목 300여 개를 빠른 물살이 드나드는 물목에 박고 대나무발로 그물을 쳐둔 뒤 죽방에 들어온 물고기가 물이 빠져 갇혔을 때 건져 올리는 원시 어업 기구.

이 죽방렴을 이용해서 주로 멸치를 잡는데, 그 맛이 담백하고 쫄깃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한다. 하루 두 차례 뜰채로 생선을 퍼내는 모습을 보면 자연산 싱싱한 회 생각에 절로 군침이 돌 정도. 굳이 고기잡이 법을 알지 못했더라도 갈매기와 백로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예가 바로 무릉도원이지 싶다. 특히 맑은 날, 낙조 무렵에 이곳을 찾는다면 죽방렴 너머로 장엄하게 떨어지는 햇덩이와 마주할 수 있는 크나큰 영광을 얻을 수 있다.

삼동면 물건리로 가다보면 ‘물건방조어부림’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물건방조어부림은 거친 파도와 바람에 맞서 마을을 지켜주고 고기를 모이게 하는 어부림으로 길이 1.5km, 너비 30m의 반달형으로 팽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인 낙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 300년 된 40여 종류의 수종이 숲을 이루고 있는 천년기념물 제 50호. 도로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동글동글한 몽돌밭을 따라 한껏 휘어진 해안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 해안을 초승달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은 마치 남해를 지키는 수호신 같다. 사실 겨울이라 별로 볼품은 없었지만,
이곳에 꽃피는 봄이 오면 빼곡하게 들어선 1만여 그루의 나무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뽐내며 빛의 잔치를 벌인다하니 때를 맞춰 다시 한 번 찾을 일이다.


엽서 속 집들과 정원에 ‘매료’
물건방조어부림 뒤편 산중턱에는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주 배경지가 되었던 ‘독일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바닷가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은 하얀 벽과 빨간 지붕으로 통일되어 있어 마치 유럽에 온 것 마냥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라인강변 로렐라이 언덕에 마을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엽서 속에서나 봄직한 아기자기한 독일식 집들과 정원들이 꾸며져 있는 이 마을은 5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이국 땅 독일로 건너간 조국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독일 거주 동포들이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고국에 돌아와 보금자리를 이룬 곳. 바로 여기, 드라마 주인공이었던 장철수의 집이 있다. 현재는 세트를 다 허물어버려 온전한 드라마 속 그대로의 집을 볼 수는 없지만, 멀리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남해바다와 이국적인 풍경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그런 아쉬움쯤이야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독일마을에서 다시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어릴 적 동심(童心)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해오름예술촌’을 만나게 된다. 폐교를 개조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 해오름예술촌 실내에는 촌장이 직접 수집한 각종 공예품과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도구, 골동품 등 2만 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 외에도 판화공방과 도자기실, 천연염색실에 화랑, 와인숍까지 갖추었다.

이곳에서는 개인전시회는 물론이고 가족체험 도자기 굽기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름처럼 바로 정면의 물건바다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예술촌의 이국적인 풍경과 어우러져 가슴 속 깊이 숨겨져 있던 감동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해오름예술촌에서 문화적 향기에 흠뻑 취한 다음, 해안드라이브를 즐겨보자. 해안도로 일주는 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건과 미조를 잇는 물미해안도로는 어디에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 남해의 자랑이다. 드라이브 중간 중간 지나는 마을마다 빼어난 경치와 수려한 바다의 풍광을 만나게 되고, 바다 저편 둥둥 떠다니는 남해섬들의 다양한 절경을 만나다 보면 “아! 정말 멋지구나”하며 감탄에 감탄을 하게 된다. 뒤에서 따라오는 차만 없다면 수백 번이나 브레이크를 걸고 싶어질 정도.

드라이브에 심취했더라도 일단 초전삼거리로 빠져보자. 남해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꼽히는 미조항을 놓쳐서는 안 될 것. 미조항에서는 아름다운 항구의 모습뿐만 아니라 싱싱한 회도 맛볼 수 있어 더욱 좋다. 멸치회와 갈치회가 별미 중에 별미.

미조항에서 나와 더 달리면 상주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상주는 몇 년 전 전국에서 가장 물이 맑은 해수욕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단, 드라이브 중 놓친 절경이 있다면 과감히 핸들을 왔던 방향으로 다시 꺾자. 다시 미조항에서 물건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몇 번을 달려도, 몇 백번을 달려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드라이브코스다.


최고급 리조트 구경 ‘공짜’
형형색색의 조명이 멋진 힐튼 리조트 야경도 빼놓을 수 없는 남해의 명소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과연 저곳이 어디일까?”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자아냈던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 싶다. ‘한국의 몰디브’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는 리조트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해 대한민국 최고급 리조트로 꼽기에 손색이 없을 법하다.

하지만 숙박비는 깜짝 놀랄 만큼 비싸다. 가장 싼 35 평짜리 원룸형 스튜디오가 비회원 기준으로 조식포함 61만 1,050원이니, 특급 호텔의 두 배를 넘는 수준. 하지만 미리부터 숙박비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구경하는 건 ‘공짜’다.

한편, 드라마 속 나상실은 유난히 자장면을 좋아한다. 그녀가 자장면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자장면 매출이 한때 급등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터다. 덕분에 그 배경이 되었던 자장면집의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로 주문이 빗발쳤다고 한다. 결국 남해읍내에는 그 자장면 집은 남해의 유명관광지가 되어버렸단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 자장면의 맛을 보고서야 돌아간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남해읍내에는 역시 드라마의 촬영지가 되었던 ‘재래시장’도 있다. 드라마 속 익숙한 장면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옷이며, 생선이며, 나물이며, 없는 게 없다. 추위를 녹이기 위해 연탄불에 손을 비비면서도 순박한 미소를 건네주는 시골 아주머니의 모습도 정겹다. 푸짐한 인심까지 덤으로 얹어 주는 옛 장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재래시장에도 꼭 가볼 일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남해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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