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진입로

별천지로 인도하는 순백의 진입로 장성백양사

장성 ‘백양사’ 진입로의 아름다움은 이미 유명하지만,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눈꽃 터널은 마치 별천지로 인도하는 듯이 신비롭기만 하다. 서울이나 광주에서 찾아가기 좋은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다는 것도 백양사로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사찰로 들어서면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는 작은 연못과 계곡들이 백양사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푸른 물이 새하얀 눈과 대비돼 빚어내는 ‘청정함’과 ‘순결’은 겨울 백양사의 또 다른 이름. 장성군 서편에 위치한 ‘축령산 휴양림’과 ‘금곡마을 영화촌’도 관광객들이 찾아볼만한 대표적인 곳이다. 길게 뻗은 편백나무, 삼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을 시원스럽게 해준다. 금곡마을에선 영화 속에 등장했던 풍경들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여정이다.


흰 눈을 맞으며 찾아가는 ‘백양사’에는 특별함이 있다. 일단 KTX를 타고 용산역에서 두 시간 반, 광주에서 시외버스로 30분 만에 장성군에 닿을 수 있는 교통의 편리함에 놀란다. 산이 성처럼 둘러싸여 장성(長城)이라 유래됐다고 할 만큼 사방에 산이 많지만, 정작 도시의 지형은 평탄한 편이라는 것도 이채롭다. 눈발이 휘날리는 것을 보고 출발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새하얀 눈꽃 세상을 접하게 되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허리 굽은 갈참나무 ‘손짓’

그 중 백양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길에 관한 것이다. 백양사에 가는 길은 크게 세 가지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적당히 구부러진 국도를 따라 눈 덮인 가로수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진입로까지 이르는 것이 하나요, 애기단풍과 벚꽃나무로 유명한 백양사 진입도로를 지나 백양사 주차장까지의 여정이 둘이다. 마지막은 주차장에서 산사로 들어서는 길. 이들은 건설교통부, 한국관광협회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장 걷고 싶은 길’ 등에 선정될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허리가 굽은 나이 많은 갈참나무는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지만 지금은 가지마다 수북이 눈꽃을 보듬어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또 양쪽 나무의 가지 끝이 살짝 닿을 듯 말 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도로는 터널과 같은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눈이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상당히 쌓일 때까지 멈추지 않아 눈꽃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그
렇다 해도 안전운행을 위해서 사전에 사찰 관리소나 인근 터미널을 통해 도로 상황을 확인하는 것은 백양사 여행의 포인트. 광주에서 백양사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버스든 자가용이든 입구 주차장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 음식점에서 남도 특유의 산채정식을 맛보고 천천히 백양사를 향해 걸어보는 것도 좋다. 절까지 올라가는 길은 산책하기에 적당할 정도로 완만한 수준이라 어린이가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도보로 20, 30분 정도 소요된다.


계곡 따라 조성된 건축물 ‘이색’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비자림은 백양사 주지스님이었던 각진국사가 민간구충제 용도로 5,000여 그루의 비자나무를 심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비자나무는 보통 나뭇결이 아름다워서 고급 바둑판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만, 사방으로 가지가 뻗는 특성으로 인해 눈꽃의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실상, 장성 지역이 비자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라 근처 내장산을 제외하고는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백암산을 기대어 자리한 백양사는 오랜 역사에 비해 매우 아담해 보인다. 사천왕문에서 대웅전 사이에 대부분의 건축물이 들어서는 다른 사찰과는 달리 산을 타고 왼편으로 흘러가는 계곡을 따라 극락보전 등을 비롯한 많은 건물들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관광객이 놓치기 쉽다.

대웅전을 기준으로 바라봤을 때 작은 담장 너머 지붕만 보이거나 아예 시야에서 벗어난 곳에 건축물들이 위치한 것은 고불총림(叢林)으로서 승려들이 방해를 받지 않고 수행을 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따라서 관광객들도 스스로 조심스러움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만 경내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스님께 청하여 수각(水閣)을 들러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셔보는 정도는 좋을 듯하다. 지금도 전라남도의 대표소주가 생산되는 만큼 장성은 예로부터 물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주위에 산이 많다보니 여타 가볼만한 곳도 주로 산을 중심으로 위치해 있다. 이중 ‘장성문화예술공원’은 서울로 가는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백양사 IC와 백양사 사이의 장성호 관광단지에 위치해 있다. 산길을 따라 곳곳에 103점의 작품을 전시한 야외 조각공원으로 작품마다 소재가 되는 시나 인물을 소개하여 교육적인 효과가 높다. 잠시 걸으며 작품을 감상하고 시구를 음미해보는 것도, 전망이 좋은 이곳에서 장성호 주변의 자연경관을 더불어 즐기는 것도 좋다.


축령산 휴양림 침엽수림 ‘일품’
길을 따라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면 ‘축령산 휴양림’이 있다. 1956년부터 춘원 임종국이 평생을 바쳐 조성한 산림이다. 백양사와 대비되는 높고 곧게 자란 침엽수림이 일품이다. 평균 18m 높이의 측백나무, 삼나무가 울창한 이곳에서 잠시 차를 세워놓고 즐기는 삼림욕은 장선 여행의 또 다른 묘미. 산의 경사도 완만하고 산책로 중간에 휴식공간도 있어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인근에 동자승이 많기로 이름난 ‘해인사’가 있는 ‘추암마을’과 영화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등이 촬영된 ‘금곡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영화촌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봇대 등을 지하로 매설해서인지 한껏 자연스러움을 뽐내고 있다. 실제 장작불을 때며 생활하는 초가지붕 위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감상했다면, 눈 덮인 장성의 따뜻한 추억이 더욱 오래 기억될 것이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장성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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