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6.08.[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6.08.[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北 김여정의 '대북 전단(삐라·ビラ·Bill)'에 대한 맹비난성 담화문이 있은지 불과 4일 만에 여당이 "21대 국회 원구성 완료시 대북전단 살포금지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파문이 예상된다.

바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는 위헌(違憲) 소지 있다"는 법원 판단과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의정부지법은 대북 전단 살포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위헌 소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게다가 '대북 전단'을 '가짜 뉴스'로 지적하기까지 하면서 반발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김태년 의원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 전단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며 "(21대 국회) 원구성이 완료되면 대북전단 살포금지 입법을 완료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며칠 전 북한이 대북전단 관련 담화 발표 후 남북관계에 이상기류가 있다"며 "오해와 불신이 충돌로 이어진 역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이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련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국내에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북한이 체제 위협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김정은 유고설과 관계가 있고 대북전단도 이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대북 전단'을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로 비춰 본 것이다.

이어 "접경 지역 시장·군수 협의회가 전단 살포 관련 건의문을 통일부에 제출했다"며 "백해무익한 대북 전단 살포는 금지돼야 한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가 언급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은 남북교류협력법 일부개정안이다. 이를 발의한 의원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故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강병원·강준현·권칠승·김경만·김남국·김민철·김병기·김병욱·김원이·김회재·문진석·서영교·서영석·이규민·이용선·임호선·조오섭·천준호·최혜영·홍정민 민주당 의원 등 21명이다.

해당 개정안은 '대북 전단'을 '안보위해요소'로 보고 '통일부장관 승인 절차를 밟도록 강제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5일 발의된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대북전단 살포는 2000년 남북이 상호 심리전 중단을 약속한 이후 공식적으로 중단됐으나, 일부 시민단체가 자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면서 '대북전단 살포는 그 자체로 북한에 대남도발의 명분을 주는 등 국민안전에 위협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대화와 협상에서 북한에 빌미를 주는 등 우리 정부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해 국익을 해칠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홍걸 의원. 지난 2월10일 당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이었던 김홍걸 의원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개성공단폐쇄 4년 재개촉구각계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2.10.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김홍걸 의원. 지난 2월10일 당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이었던 김홍걸 의원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개성공단폐쇄 4년 재개촉구각계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2.10. [뉴시스]

 

앞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일명 '삐라'로 알려진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

北 김정은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나 그의 동생인 김여정은 지난 4일 담화문을 통해 탈북민들은 '망나니짓','똥개','인간추물'이라고 맹비난하면서 그 책임을 우리 정부로 돌렸다. 

그러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백해무익(百害無益)"이라는 답변을 내놔 빈축을 샀다.

그런데 통일부는 北 김여정의 담화문이 발표된지 불과 4시간만에 정례 브리핑을 열고 '대북전단살포'를 "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매도했다.

심지어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의 긴장 요소로 이어진 사례에 주목했다"며 "중단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바로 통일부가 언급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은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법조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김태훈)'은 5일 오후 일요서울에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추진은 중대한 위헌"고 밝혔다.

'한변'은 이날 "北 김여정의 막말에 이어 명령조로 우리 정부를 '훈계'하는 내정간섭성 도발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즉각 엄중히 항의하지는 못할망정 맞장구치며 그 주장을 전폭 수용하여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주권을 포기하는데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를 '안보 위해 행위'로 규정했지만 지난달 GP 총격을 비롯하여 숱한 대남 무력시위성 도발로 9·19 군사합의를 형해화한 것은 북한"이라며 "북한의 도발, 나아가 북한의 인권침해에 눈감던 정부가 김여정 한마디에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준비한다는 것은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인 처사일 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에 굴종하여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한변'은 "북한의 인권침해는 반인도범죄에 해당하여 2014년부터 유엔은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노력을 하고 있고, 대표적인 인권침해가 바로 북한주민의 '알 권리' 침해"라는 지적과 함께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고, 전달하는 자유는 '세계인권선언'이나 북한도 가입한 '자유권규약'도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대북 전단, 이른바 '삐라'를 보내어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열게 하는 것이 결코 안보 위해 행위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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